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솔직히 정담에서 니그라토님 한 번 깠었습니다. 토론마당에서는 혀를 찼구요. 근데 그게 미안해질 정도의 실력이었습니다.
히키코모리 편만 봤습니다. sf는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지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우선 몰입도가 최고였으며, 그 다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더군요. 또 희망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현실까지.
일반소설은 이 정도 까지 쓸 수 있다면 그냥 일반소설들을 써서 신천문예 출품해보는 건 어떨찌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충분히 대상도 노려볼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렇게 했을 땐 히키코모리라던가 하는 단어는 조금 수정해주셔야겠지요. 아니면 설명을 첨부해주시던가.
그런 단어는 한국에선 보통 덕후들만 알고 있으니까요, 하하.
성향이 조금 루즈한 것 빼고는 모든 게 다 훌륭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몇편 읽어 봤는데 잘 쓰셨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글을 쓰시는 포인트도 잘 잡으시는 거 같은데 오래 쓰신거에 비해서는 살짝 문체가 아쉽습니다.
장르문학에 도전하실거라면 문체를 약간 다듬는 선으로도 큰 문제가 없겠지만 혹여나 댓글 의견처럼 신춘문예를 생각하신다면 문체가 정말 중요한 평가기준이 됩니다.
10년이나 취미 이상으로 글쓰기를 해오셨다면 진지하게 글쓰기 공부를 해 보시는건 어떠신지요.
작가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힘들고 돈도 안되는 직업이지만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절대 헤어나올수 없죠. 힘내시고 건필하세요.
몇번 고민하다가 적습니다. 시는 언감생심 엄두를 내기 어렵고, 그래도 글쟁이니까 소설에 대해서만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 대부분의 글들이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서술이 감정이나 풍경묘사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사건을 다 설명해버립니다. 소설이 아니라 줄거리나 시놉에 대화를 끼워넣은 듯 보입니다. 소설 내 캐릭터들이 사건을 끌고 가지 않고 작가가 다 말로 설명해버린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작가의 개입에 한계를 그어놓고 쓰시면 나을 듯 합니다. 한 사건이나 상황을 좀 더 여유있게 풀어쓰는 방식을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글 내에 작가의 주관적 생각이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자는 다 나쁜 놈이다'라는 식의 작가의식이 글에 직접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만약 글을 관통하는 주제라면 좀 더 은근하게 숨겨서 저변에 깔아두어야 하고, 글의 주제가 아니라면 그런 얘기를 쓸 필요가 없겠죠. 소설은 리플이나 게시판이 아니니까 직접적인 의견을 대놓고 쓰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이용해 풀어주어야 소설답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나 될까 모르겠지만, 아무튼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니그라토님이 곤궁하시다는 글을 볼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ㅠㅠ
*시니어*님에 첨언하자면, 소설은 '보여주기'가 중요합니다. 화자가 전면에 나서서 떠들 수록 독자들은 상상력의 제한을 받고 재미를 잃습니다.
두번째로 생각해보셔야 하는 것은 '진정성'입니다. 화자가 설명할 경우에 종종 빠지는 오류가 작가의 가치관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입니다.
작가의 가치관과 소설의 주제가 완전히 배치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설은 그 하나로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작가의 논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창작물을 만드는 행위에 더 가깝습니다.
소설에서 캐릭터들이 생명을 가지고 말하고, 고민하고, 싸우게 하십시오.
지인중에 작가도 몇 분계시고 신춘문예 당선된 분들도 많이 계신데 천재적인 영감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더 필요한게 글쓰기 입니다.
저도 한때 분위기에 휩쓸려 되지도 않는 흉내를 좀 내본적이 있습니다만 얼치기로 해서는 될 일이 아니더군요.
조언까지는 아니고 작가분들에게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고 물었을때 전부 똑같이 대답해 주신게 있는데 작품을 열심히 필사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냥 따라쓰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문장을 익히는데는 필사만한게 없습니다. 쓰다보면 닮아가고 그러다가 문장을 풀어내는 요령이 생긴다더군요.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추천합니다. 김훈의 칼의 노래도 괜찮더군요.
아니면 고전 명작들을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문체가 깔끔하고 간결한데도 유려해서 아마 따라쓰시다보면 금방 늘게 되실거에요.
참고로 전 끈기가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ㅜ.ㅜ
시의 경우 너무 친절해 보입니다.
예전에 고양이라는 제목의 시를 소설가 전상국님께 보여드린적이 있었는데 '봄은 나른한 사월 고양이'라는 표현을 지적해 주시더군요.
그나마 나른한 사월 고양이 같다라고 안한게 천만 다행이죠.
나른한 걸 제가 밝히면 독자가 상상할 필요가 없어 집니다. 봄은이라는 표현에서 조사인'은'도 빼야 됩니다. 별거 아니죠 한글자 더하고 빼고.
근데 한글자에 따라 운율감 자체가 바뀝니다. 실제로 모 신문사에서 주관한 신춘문예 당선작중에 정말 아깝게 탈락한 작품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단 한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다더군요.
니그라토님께서 지향하시는게 산문시라면 더 어렵습니다. 산문시는 내용에도 운율감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최대한 불편하게 써보세요. 내용은 설명하는게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겁니다.
별것아닌걸로 조언한답시고 기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하구요.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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