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글을 읽었습니다. 재미는 있었습니다.
다른 비평 요청 글들과는 다르게 적어도 자기만의 어떤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신 분이더군요.
그래서 비평을 할 거리를 찾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우선 글 자체가 문피아라는 사이트에서 추구하는 글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고, 자신만의 어떤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사람에게는 타인이 던진 비평이란 그저 비평을 위한 비평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니까요.
하지만 채찍질을 원하는 작가님의 심정을 생각하여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 몇 가지를 추려봅니다.
첫 번째. 깊이감이 부족하다.
초보 작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의 사상을 주인공에게 억지로 욱여넣는다는 겁니다. 그 결과 주인공은 쓸데없이 현학적인 말을 일삼고, 멋있어 보이는 척하지만 실상은 오그라드는 문장들을 남발하죠. 이 소설에서도 그와 같은 단점이 보이더군요. 주인공들이 하는 말은 뭔가 기묘한 듯하면서도, 동시에 그 기묘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붕 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에서 힘을 조금만 더 빼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 번째. 인물의 설득력이 부족하다.
초반에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보니 굉장히 능력 있고, 프로페셔널한 킬러의 모습으로 그려지더군요. 그런데 그런 남자 주인공이 곧 살인의 무대가 될 장소에서 마약을 하질 않나,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등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며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고뇌하지만 ,임무이기에 또는 몸에 익은 그대로 살인을 한 뒤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그려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 글의 추진력이 부족하다.
작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란 주인공이 작품 안에서 최종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무엇이라고 볼 수도 있죠. 그 무엇을 향해 느리든 빠르든 계속해서 나아가는 모습이 바로 소설이 지닌 흡입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 목표라는 것이 희미합니다. 그래서 글의 추진력이 사라지고 지루해지죠. 이것은 단순히 글의 진행이 느리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글 자체가 지녀야 하는 흡입력이 없다는 겁니다.
네번째. 시점의 변환이 지나치게 빠르다.
뭐랄까. 말 그대로라고 할까요. 시점의 변환이 너무 빠릅니다. 이렇게 시점의 변환이 급박한 경우라면 이야기도 급박하게 흘러야 정상인데 이야기의 진행 속도는 또 느리니 글이 다소 산만합니다. 차라리 조금만 더 개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했더라면 몰입도가 오히려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평은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되려 기분만 상하게 해드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잡한 식견이라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제가 비평 글을 쓰기 위해 봤던 작품 중에서는 제일 좋았습니다. 나름 읽는 맛도 있었구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부디 건필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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