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출판사 : 문피아
23화까지 읽었습니다. 끝까지 읽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할 수 있을 만큼 읽었다 생각합니다.
역사 판타지는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실제 있었던 역사에 판타지를 가미한 이야기를 읽는 건. 중국 무협 소설을 읽는 것만큼 고풍스럽고 재밌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만한 수준의 작품이 쓰여졌을 때 일이지. 역사적 고증과 문장력이 소재를 뒷받침 하지 못하면 재미는커녕 불쾌감을 받는 것이 역사 판타지 소설입니다.
조선 귀변사의 역사적 고증은 이야기를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정통 역사 소설이 아닌 판타지 소설 다운 수준의 고증이고 자연스럽게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도세자입니다.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줄 알았던 사도세자는 실은 미친 것이 아니라 귀신에 씌인 것이었고 살기 위해선 조선 팔도를 유람하며 악귀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은 거로 처리되지만, 조선 귀변사의 이야기에선 궁 밖으로 도망쳐 유랑 생활을 시작합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뻔하다면 뻔한 요괴들이 나옵니다. 수행이 부족해서 꼬리가 셋밖에 없는 구미호, 도깨비, 심지어 신통력을 가지고 있는 스님 등. 한국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총집합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사도세사로 한 것은 좋았지만, 뻔한 성격의 등장인물이 뻔한 사건을 해결하는 건. 평이하다 느꼈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상하기 쉬운 등장인물의 행동, 적들은 둘째치고 각 에피소드의 내용이 지나치게 짧고 급하게 마무리됩니다. 갈등이 갈등 같지 않고 마무리가 마무리 같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본편이 아니라 요약된 줄거리를 연속해서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아쉬웠던 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뻔한 성격의 등장인물이 급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끝내니 그들이 지닌 매력을 알 틈이 없었습니다. 인물들은 평면적이고 이야기는 따분합니다.
좋은 문장력을 가졌고 좋은 소재를 골랐습니다. 이야기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이야기를 급하게 풀었던 것 같습니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인물 쪽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면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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