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방수윤
출판사 드림북스
구소희는 왜 허부대공을 자신의 남편으로 삼았는지 좀 이해하기 힘듭니다. 단지 힘없는 사람을 자신의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었다면.. 다른 남자를 찾았어야 했고..시한부인생.. 일찍 죽는다는 게 과연 메리트일까요? 오히려 창룡문의 실권을 잡기 위해서는 힘은 없지만 위명은 좋은 남자를 선택하는게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싶군요. 남편이 죽으면 다시 결혼하거나 오히려 과부로서 정치적인 면에서 공격당하기 쉬운 위치에 처하게 됩니다. 결코 시한부 인생의 남자는 그녀의 남편감이 적당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왜 첫날밤을 보내지 않는 것인지도 의문이죠. 남들에게 과시하는 결혼인만큼 정상적인 결혼으로 보일 필요가 있는 것이고 후계구도를 위해서라도 남편과 동침하는게 당연히 좋습니다. 어짜피 정략결혼도 칼같이 해치우는 여자가 고작 자신의 처녀성을 그토록 지키려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무협처럼 뭔가 옛스러워 보이는 농경문화에서는 기본적으로 소박은 남편이 주는 겁니다. 남편이랑 동침못하는 여자는.. 결국 평가가 좋지 않게 됩니다.
결국 이 소설에서도-사실 나의 무협은 그렇지 않다능.. 작가가 이런식으로 전개했으면 모르겠는데- 남들에게 남편무시하는 아내로서 안좋은 인식이 나고 허부대공은 그러한 아내를 사랑하는 로맨티스트로 그려지면서.. 그냥 죽일년이 되어버리는데 야망에 찬 속물 구소희가 왜 그런짓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남편을 속으로는 하찮게 여기면서도 겉으로는 굉장히 대우해주는것이 야심가로서 더 맞는 행동이었죠. 구소희가 자신의 문후직에만 신경을 쓰는 권력욕에 찬 암캐였다라고 그리고 싶었다면 그냥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여 같은 편들을 만듦으로써 약간의 ntr전개가 더 개연성있게 보였을 겁니다.
그리고 허부대공인지 뭔지.. 완전 바보멍텅구리이에요. 답답합니다. 자기 아내를 위해서라면 달도 따다 줄듯 하지만.. 정작 아내에게 소박받는 남편이라죠. 하하. 남성독자들이 대부분인 무협소설에서 이런식의 전개는 좀 곤란합니다. 적어도 구소희가 그래도 예쁜 부분을 보여주셔야죠. 그냥 이렇게 건조하게만 쓰시고 해바라기 남편을 만드시면 남성독자들은 그냥 짜증나서 덮어버리게 됩니다. 구소희와 사이가 좋아져서 서로 사랑하다가 구소희와 모종의 사유로 멀어진다든가 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 필요했어요. 구소희는 그저 채찍일 뿐이었습니다.
제가 계속 구소희 이야기만 하는데.. 이 작품은 정말 구소희가 핵심인물로서 주인공보다도 더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주인공이 하는 행동들 모두 구소희를 위한 행동이기 때문이죠.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이 부여되려면 그만큼 구소희가 멋진 캐릭터여야만 합니다. 근데.. 구소희가 그렇게 멋진 캐릭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라 케리건처럼 최종병기스런 모습을 가끔 보여주다가 허를 찔려서 위기에 처했을때 남자주인공이 구해준다든가하는.. 이런 식의 구도를 그렸으면 좀더 멋졌을 겁니다. 또한 구소희는 우리에게 멋진 입체적인 여주로 기억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한마디로 초반에 구소희가 너무나도 어이없게 무너지고, 허부대공 주위에서 보조하는 입장에 서는 바람에 그냥 공기화 되어버렸습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구소희의 구소희에 의한 구소희를 위한 작품이어야 했는데.. 구소희는 초반에 찌그러지고 허공에서 아무의미없는 주인공의 구소희타령이 다였어요. 그 구소희타령을 작중에서는 가족이니까라는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데 좀 무리수라고 생각합니다. 결혼도장만 찍으면 진정 가족인가요. 이러니 주인공의 구소희타령이 그냥 찌질하게만 보입니다.
한마디로 주인공이 너무 대단하고, 구소희는 너무 하찮습니다. 밸런스가 안 맞아요..
결정적인 순간에 헛발질로 대차게 말아먹을뻔 하지만 모사꾼 남편한테 구원받는 여왕캐릭터로서 천하무적 문후 구소희의 일대기를 그렸으면 10배는 더 재밌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쉽습니다. 사실 주동적이고 센 여자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못했어요. 오히려 이런 페이크 때문에.. 초반 남주를 구박한 여주를 계속 나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냥 일반적인 무협 여주만큼의 매력도 가지지 못한.. 최악의 중심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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