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사각 슥-
빗소리가 들리는 나른한 오후, 상념의 미로에서 지도를 작성중이던 나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응?"
"그 아름다운 손으로 글씨를 그따위로 쓰는건 손에게 미안한 일일까? 세종대왕님께 미안한 일일까?"
"뭐, 임마 알아 볼 수만 있으면 됐지. 그래서 싫으냐?"
"그럴리가!? 지렁이 그만 그리고 어서 쓸대라곤 머리 빗어줄 때 말곤 없는 그 손으로 쓰담 쓰담이나 해줘."
"토닥 토닥은?"
"좋아."
"주물 주물은?"
"죽을래?"
"아 깐깐하시네요~ 거참~"
잠시 말장난을 하며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행복한 고양이 마냥 머리를 맡기고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 표정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입을 맞춰본다.
***
사진 직찍.(내손, 내팬, 내글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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