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판타지 작가와 매니아 독자

작성자
오정
작성
08.12.26 19:48
조회
798

양판소란 단어가 가슴에 절실히 와 닿는다면.

이제 충분하게 판타지를 접했다는 소립니다.

글을 읽는 취미를 바꿀 때가 됐다는 소리기도 하지요.

처음 이런 계통의 글을 접해서 흥미를 느끼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이죠.

이런 계통의 글을 너무나 많이 읽은 사람에겐 그런 재미는 없죠.

대충 훌훌 넘겨도 쉽게 이해가 되죠.

이것 저것 안 따져도 주인공의 행보가 눈에 선해서 글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무지 쉽죠.

처음 몇 장 읽기만 해도 글이 어떻게 진행될 지 보이니,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계속 읽고, 아니다 싶으면 덮죠.

항상 무적이 되어 버리는 주인공에 대리만족을 느끼죠.

그리고 그 환상이 깨진 다음에는 지독한 허무감이 오죠.

늘상 봐왔던 글들과 별 다를 것이 없으니 양판소라 욕을 합니다.

읽을 때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죠.

감상란의 감상을 잘 읽어보면,

소설을 비판하고 신랄하게 욕하는 글에는 찬성이 많고,

소설을 칭찬하는 글에는 찬성이 거의 없습니다.

또 왜 그렇게 신란하게 비판하는 지 이유를 보면,

첫 째는 양판소여서 그렇고

둘 째는 주인공이 못난이여서 그렇고

셋 째는 출간되는 책의 글자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를 보자면,

첫 째는 그냥 재미 있어서고

둘 째는 주인공에 강하기 때문이고

셋 째는 이름있는 작가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대부분 뭘 비판 해야할 지, 뭘 추천해야 할 지 잘 몰라서, 누군가의 비판 글이 올라오거나 추천 글이 올라오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주르륵 올립니다.

옛 명언이나 성현들의 어록을 늘어놓으면서 잘난 척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만, 사실 왜 자신이 이런 책을 읽는 지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겁니다.

뭐랄까,

게임 중독처럼,

판타지 소설 중독에 걸렸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게임도 재미있는 순간이 있지만, 어느 정도 하면 지겨움과 짜증이 밀물 오듯 밀려오죠. 하지만, 이상하게 계속 하게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이 그것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봅니다. 물론 어떤 사람에겐 책을 소장해야 할 만큼 각별한 것이겠지만.

판타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목적을 보자면,

첫 째로 출판을 하고 이 계통에서 유명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고

둘 째로 자신이 작가의 역량이 있는 지 궁금해서이고,

셋 째로 남이 쓰니까, 자기도 쓰는 것이지요

아마 판타지 글을 쓰는 작가들은 첫 번째가 90% 이상일겁니다.

출판을 하자면, 조금 이름 있는 연재란에 연재를 해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해야 출판사가 입질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제 막 글을 쓰는 초보작가들은 자신만의 글로 성공을 하겠다는 의지에 불타 자신의 색채가 담긴 글을 쓰죠.(사실 이런 글이야 말로 읽어줄만한 글이죠) 하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먼 조회수를 보며 한탄을 합니다.

대부분은 여기서 글을 멈추고 돌아섭니다.

조금 끈기가 있는 사람은 성공한 작품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성공을 하기 위한 플롯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을 따라가면 정말 출판을 할 수 있습니다.

보태어, 출판사들도 그런 작품을 쓰길 원합니다.

첫째, 주인공은 반드시 강하고 카리스마 넘칠 것

둘째, 주인공은 어려야하며, 학생시절이 포함될 것

셋째, 사건은 절대 꼬여서는 안될 것

넷째, 권선징악 적 구조를 가질 것

다섯째, 헤피 엔딩으로 끝날 것

  

(출판에 대해 쪽지를 받는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글을 쓰기 원하더군요.)

처음에 참신한 작품으로 데뷔한 작가들이 후속작은 그렇고 그런 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고 그런 글이야 말로, 뒤에서 욕을 먹겠지만,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끌기 때문이죠.

조건을 잘 살펴보면, 출판사의 타겟은 중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이제 막 발을 들여놓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중독된 독자층이 타겟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꽤나 읽은 독자층만이 양판소를 거들먹 거릴 수 있습니다.

양판소가 절실히 맘에 다가온다면,

이제 여러분에게 쉽게 다가오는 판타지와 무협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중독된 독자층이라 칭했지만, 다른 말로는 '매니아' 이겠죠.

한 때 많이 팔렸던 '바리데기' 라는 황석영님의 소설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단언컨데, 매니아분들의 대부분은 이 글을 일 주일 안에 보기가 힘들 것입니다. 딱 한 권인데 말이죠. 읽기가 고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왜냐하면 여자 주인공에, 일생이 고난으로 점철되고, 끝까지 비극이니까요..

하지만 전혀 글을 읽는데 취미가 없는 사람들도 이 책을 하루~이틀이면 재밌게 봅니다.

매니아이긴 매니아인데, 중고등학생 수준에서의 매니아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판타지와 무협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지요

그래서 매니아인 분들이 개척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양판소가 마음에 절실히 와 닿는다면, 이제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는 글에서 손을 놓을 때가 되셨다는 것입니다. 어렵고, 난해하고, 패턴이 틀린 글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새로운 물고를 틀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장르계가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지요. 출판을 비교적 쉽게 하는 작가분들도 새로운 시도를 하시길 바랍니다. 수 권의 장편이 아닌 책 1권의 단편에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아 주시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46 滅天大羅尊
    작성일
    08.12.26 19:52
    No. 1

    음. 바리데기. 사서 읽어 봤죠.
    의외로 모르는 단어가(특히 사투리가) 많이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투리라 사전 찾아도 안나오고.
    그 책은 그럭 저럭 봤습니다. 딱히 재미있다거나 재미없다거나 하지는 않네요.

    그 외 상당히 공감이 가는군요. 대부분에 소설에 질려가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와닿은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데몬핸드
    작성일
    08.12.26 19:57
    No. 2

    향상 시장은 돌고 도는듯합니다.. 약이십년간 책을 읽어온 느낌을 정리하자면.

    어느순간에 어떠한 스타일이 유행하다가 다시 그전으로 돌아가는 형식이 반복된다는것입니다.

    더구나 지금 현재 대여점들이 없어지는 상황에선
    (스캔판: 주 다운계층은 학생들이기에)

    소위양판소 작품이라고 칭해지는 책들부터 손익분기점을 못맞추게 될터이고 그렇다면 곧 사서 읽을만한 수준의 책들을 찾는 시기가 올터입니다. (길어야 2-3년정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글읽는이
    작성일
    08.12.26 20:29
    No. 3

    저는 대여점 문화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대여점에서 6, 800원씩 주고 보니깐 살 필요를 못 느끼는 거죠. 그렇게되니 이익을 챙기기위해서 책 권수가 많아지고, 내용도 억지스럽게 나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책을 읽게되는 독자들이 책을 쓰는 꿈을 키우기도 합니다. 그렇게되면 그 실력에, 그 스토리죠. 솔직히 말해서 요즘나오는 환상문학들은 문장력이나 필력이 엉망입니다. 문피아에 올라오는 글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간단한 맞춤법부터 한줄 한줄 띄워쓰는 문체까지. 문체야 자기의 자유이겠지만 한줄한줄 띄우는 것은 좀 무리라고 봅니다. 시詩도 아니고 말이죠.
    출판사도 생각을 고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아니라, 정말 환상문학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익보다는 글을 추구하는 자세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또한 쓰는 작가들도, 여러가지로 배우면 좋겠습니다. 학교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쓰고 싶은 글에대하여 여러가지 정보를 정확히 알아보고, 환상문학만이 아닌,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번 퇴고도 해보고요.
    컴퓨터 앞에서 글을 써 하루만에 올리는 것은 좋은 글이 나오기 힘듭니다. 다시보고, 다시보고, 다시봐야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를 내기위해 120번을 고쳐썼다고 하죠, 120번은 아니더라도 30번정도는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는 그런 마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환상문학에서 밀리언셀러, 베스트셀러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또한 더 나아가서 환상문학 작가중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올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버터솔트
    작성일
    08.12.26 21:23
    No. 4

    펜 잡은지 7년째인데 아직도 나만의 글을 쓰고싶어하는 나는 멍청이일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한비암
    작성일
    08.12.26 22:27
    No. 5

    뭉클 할 만큼 공감가는 글입니다.
    꾸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브르르르
    작성일
    08.12.26 22:52
    No. 6

    글을 멋지게 잘 쓰셨네요~~
    판타지소설중독이라... 좀..좀많이...음 걍 찔리네요.< 너임마 고3이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꿈에다름
    작성일
    08.12.26 23:20
    No. 7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는 환상문학 매니아(그러니까 중독자)라고
    생각하는 바인데, '바리데기'는 오히려 술술 읽히던데요?
    너무 술술읽혀서 걱정할 정도로 말이죠. 저는 재밌고, 그리고 하루이틀이 아니라 앉은자리에서 독파했습니다. 꼭 매니아층이라고 해서
    그걸 하루이틀만에 못 보고, 일주일씩 걸릴 일은 아니라고 보내요.
    음 저는 어느 쪽에 속할런지,
    중독된 독자층일까요? 아니면 꽤나 읽은 독자층일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푸른봉황
    작성일
    08.12.27 03:45
    No. 8

    매니아층이 쌓일만큼 쌓인 지금이라면
    매니아층이 스스로 나서서 시장을 형성하는 방식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겠군요.
    다만 그나마도 빌려읽게 되겟지만요;;

    만약 산다면 종이의 질 최악에(내용의 질 아님)
    대여점용 책크기에
    깨알같은 글자크기
    그리고 풍부한 양...(즉 엄청나게 싸다면)
    이면 살지도...ㅜㅜ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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