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
15.04.16 19:41
조회
1,248

저격은 전혀 아니고...

요 아래 괴인h 님의 글과 관련이 있는 터라 제목을 이리 붙였습니다.

저는 괴인h 님의 링크와 어쩌면 관련이 있을 당사자입니다.

잘 모를 분들이 많을 테니 간단하게 요약하면...

약 2년 반 전에 저는 제 처녀작을 문피아 비평란에 비평해 달라고 요청했고,

중고독자라는 분한테 비평을 받았는데, 

그 중고독자 님 비평이 워낙 신랄하고,

(비평자의 기본 입장은 장르 소설은 자고로 자극적이고 속도가 빨라야 한다, 이것인데 제 첫 작품이 자극적이지도 못하고 속도도 느리니, 비평자분이 거의 분노를 담아 비평을 썼지요) 

그 과정에서 비평 군데군데 과격한 비난과 제 인격을 폄하하는 조롱마저 껴 있는 데다(비평자 스스로도 스트레스 배설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비평 중에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이 상당하길래,

억울한 마음으로 저 또한 비평란에 장문의 반박 글을 올렸으나,

표면적으로는 비평 반박 글이 비평란 게시판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금도 비평란 카테고리에는 비평 요청만 있고 반박이 없지요)

실제로는 아마 반박 자체가 승복하지 않는 모양새니 추해 보여서,

제 반박 글은 수많은 반대 표를 받았고,

결국은 반박 글을 스스로 지웠나 게시판 관리자분이 지웠나 그렇습니다.

문피아를 잘 모르던 초보 글쟁이가 벌인 해프닝이었죠.

그리고 이즈음, 괴인h 님이 비평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정리해 올리셨고, 그래서 링크의 댓글에 제 아이디와 중고독자라는 분의 아이디가 거론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지금부터 하려는 말은 괴인h 님의 글과 그다지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비평의 정의가 무엇이냐, 비판과 비난의 경계는 어디인가, 비평이 작가에게 어디까지 수용되어야 하느냐... 이런 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신랄한 비평을 받았던 경험자로서 좀 진솔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진짜 제목은 ‘비평란에 하는 비평 요청의 의미에 대한 생각’ 정도가 되겠네요.

생각나는 대로 쓰는 거라 두서가 없어도 양해 바랍니다. 


음... 문피아에 글을 쓴 지 이제 2년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링크를 타고 가 보니 2년 5개월이네요. 세월이 빠릅니다.

약 2년 반 전, 문피아에 막 첫 작품을 선보일 당시를 떠올려 보면, 저는 아마 혈기도 왕성하고 제 작품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반응은 신통치 않았죠. 한 달 동안 30화 올리고 선작 100인가 그랬을 겁니다.


그때 제 생각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독자들이 내 작품의 가치를 몰라 준다라는 불만이었고,

두 번째는 내 작품에 정말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어요.


자부심이 강했던 만큼 반응이 없자 그 초조함도 강했습니다. 이건 아마 상당히 많은 작가분들이 공감할 텐데요.

그래서 저는 비평란에 비평을 해달라고 글을 썼습니다. 특정 개인에게 내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작품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찾아 보완하고 싶은 마음, 좋은 작품이라 홍보도 됐으면 하는 마음, 이 세 가지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쯤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인터넷 커뮤니티(문피아 등)에서 비평을 받는 일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비평을 받으면 모든 것이 명료해지리라 기대하기 쉽지만, 실제로 비평은 개안과 거리가 멉니다. 무슨 기적을 바란다면 반드시 실망합니다.

일단 비평 요청을 하면 좋은 소리를 듣는 경우가 드뭅니다. 대부분 단점을 찾으며 작품을 보기 때문에, 쓴소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마련입니다. 비평하는 사람이 악한 게 아니에요. 원래 비평의 성질이 그런 편이고, 고로 진짜 비평가 중에도 독설가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칭찬’을 들으려고 비평 요청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겪어본 바, 홍보 효과도 미미합니다. 찾아오는 사람은 늘지언정, 뭐하는 작품인지 앞에만 조금 보고 갈 뿐이지, 선작하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극찬의 비평이 아니고서야 이런 꼼수에 대한 기대도 일찌감치 접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비평으로 자기 작품의 문제점을 찾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큰 실수입니다. 왜냐하면, 초보 글쓴이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만큼, 비평하는 사람도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다 아마추어입니다.

일례로, 중고독자라는 분은 제 작품의 시점이 자꾸 바뀐다고 비판했는데, 현실은 소설의 초점화에 대해 모르고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아니면 작은따옴표(‘ ’)를 생략한 독백을 모르고 있었거나요. 

여담으로 소설 시점을 1인칭 주인공과 관찰자, 3인칭 관찰자와 전지적 작가 시점로 칼같이 나누는 분들을 보면 조금 안타깝습니다. 3인칭인데 왜 1인칭처럼 쓰는 부분이 있지? 이건 정말 어설프군! 하는 걸 보면 좀 안타깝습니다.

저 위에 4가지 분류는 시점을 지극히 단순화했을 뿐이고, 실제는 많이 다릅니다. 대가들만 하더라도 의도한 효과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시점을 섞고는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에게 친숙한 작가를 들자면 우선은 무협의 김용이 있겠고,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작가님도 있겠습니다. 

김용은 영웅문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을 기본으로 깔고,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인물을 다루거나 정보 제공을 늦추고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섞었으며,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는 기본적으로 3인칭 관찰자지만, 일부 문장에선 소년의 심리를 내보임으로써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지적 작가 시점도 사실은 여러 개로 나뉩니다. 작가가 아예 적극적으로 작품에 개입해 주관을 드러내는 시점도 있고(흔히 편집자적 논평이라고 하고 고전소설에 많이 나옵니다), 사실상 3인칭 관찰자에 가까운 전지적 작가 시점(뜯어보면 말이 어색하나 제한적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하긴 해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사실 언급할 필요도 없는데, 근래 수많은 3인칭 소설들이 부분적으로 1인칭 같은 3인칭 시점을 지향합니다. 이는 시점에 대한 안목이 발달하고 연구가 진전된 결과예요. 그러니 작가든 독자든 시점을 너무 경직된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점은 소설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도구일 뿐이지, 저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독자가 매끄럽게 읽으면서 넘어갈 수 있게만 쓰면 됩니다. 뭐... 중구난방인 시점이 난해함을 의도했다면 할 말이 없지만서도...


음... 좀 딴 길로 이야기가 샜는데...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비평으로 작품의 문제를 찾기보다 직접 공부해 보기를 권한다는 겁니다. 시중에 소설 이론, 작법에 대한 책도 많고, 그저 필사하기 좋은 책들도 넘칩니다. 그런 책을 보고, 특히 정독하고, 생각하고, 쓰다 보면 자기 작품의 어색한 부분은 자연히 체득하게 된다고 배웠고, 실제로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부러 비평해 달라고 하고 감정 상할 것도 없습니다. 정말 작품의 문제를 파악하려면 정말 글을 잘 아는 분(지인이라든지 출판사라든지)과 상의하든지 스스로 공부하는 게 제일이라는 거지요.


물론 커뮤니티에서 받는 비평이 아예 무의미하다는 게 아닙니다. 비평을 받고서 깨달음을 얻는 분도 있고 오기가 발동해 더 악착같이 달려드는 분도 있고 용기를 얻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신랄한 비평이나마 받고 나니 도움이 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내상이 상당했고... 글을 쓸 때 이리 쓰면 욕 먹을까? 하는 망설임? 그런 안 좋은 버릇도 생기는, 이를 테면 득도 있고 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소설에 대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공부도 한 것이 제일 큰 도움이었습니다.


아무튼, 적어도 커뮤니티에서 받는 비평은 일방향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대등한 주체의 의견 교류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비평을 받는다고 너무 숙이고 들어갈 필요도 없고, 비평을 해준다고 위에서 내려볼 필요도 없습니다.

까려고 하면 저도 문피아에 있는 모든 작품 다 깔 수 있고, 안 까려고 하면 다 안 깔 수 있습니다. 이는 세상의 양면성에서 기인하는 바인데... 

이를 테면, 묘사와 설명이 많아 전개가 느린 작품은 지루하다고 깔 수 있고, 묘사와 설명이 적고 전개가 빠른 작품은 불친절하다고 깔 수 있습니다. 시점을 하나만 쓴다면 단조롭다고 깔 수 있고, 시점을 여럿 동원하면 번잡하다고 깔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걸 전부 반대로 말하면, 그것은 또 오묘하게도 칭찬인 셈이죠. 현재형 문장이 많은 글은 가볍다고 평할 수도 있고, 생동감 있다고 평할 수도 있는 겁니다. 부디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십시오.

 

음... 서로 대등한 인격임을 상기하고 작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면 트러블도 없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극히 일부만 제외하면 작가고 독자고 다 같은 아마추어 아닌지요. 서로 자만심을 버리고 겸허해지는 곳에 배려가 있고 해법도 있다고 봅니다.



Comment ' 5

  • 작성자
    Lv.25 Scintill..
    작성일
    15.04.16 19:47
    No. 1

    확실한 점은 개인의 취향을 기준점으로 비평을 시도하는 건 매우 그릇된 방식이라는 것. 글은 모든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법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페이지원
    작성일
    15.04.16 19:59
    No. 2

    구구절절히 맞는 말씀입니다.
    비평하는쪽도 당하는쪽도 서로가 보고 싶은것만 보는 법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필로스
    작성일
    15.04.16 20:29
    No. 3

    동감할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일단 비평이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은 백배 공감합니다.
    잘못 비평을 받아서 방어위주의 글쓰기를 하시는 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창의력은 무한대입니다. 부디 여러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스스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삶의유희
    작성일
    15.04.16 22:02
    No. 4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5.04.17 23:36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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