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표절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재의 표절 / 진행 방식의 표절 / 문체의 표절
첫번째로, 소재의 표절은 어떤 같은 것을 표현하는 단어를 똑같이 가져다가 쓰는 것부터 전체적인 스토리의 진행 방향을 가져다가 쓰는 것 정도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파이어 볼’ 이라는 마법을 ‘불의 구체를 생성시켜서 쏘아내는 마법, 수류탄 정도의 폭발력을 내며 ( )써클 수준의 마법이다’ 뭐 이런 설정이나 ‘엘프’ 를 ‘숲에 살며 장수하는 귀 긴 미인종족’ 이런 것 말이죠. 진행 방향의 표절이라면....가장 쉽게 표현하자면 복수극을 예를 들면 되겠군요. ‘행복한 주인공을 주변 몇몇이 시기하여 음모를 꾸며 불행에 몰아넣고 목숨만 살려두었으나, 주인공은 몇 가지 기연을 통해 복수할 힘을 갖게 되고, 정체를 숨긴 채 원수들에게 다가가 복수한다.’ 이런 단순한 플롯 정도를 가져다가 쓰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진행방식의 표절은, 위에서 말한 진행 방향보다 좀 더 세부적인 부분, 예를 들자면 복수극에서 ‘결혼식날’ ‘이단 혐의’로 잡혀들어가서 ‘최악이라고 불리는 감옥(섬에 존재)’에 갇히고, ‘같은 감옥에 갇혀있던 죄수의 죽음을 이용’해서 탈출했으며, ‘그 죄수의 유언’을 통해 ‘재산을 불렸고’ 그 재산으로 ‘귀족 작위를 샀으며’ 복수를 시작한다....뭐 이런 수준까지 똑같은 걸 말합니다.
세 번째인 문체표절은... 그냥 ctrl+C ctrl+V에다가 어투나 어미, 조사, 말하는 순서 정도만 수정한 걸 말하죠.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 가장 심각한 건 세번째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창작의 고통이고 자시고 할 게 없죠. 까놓고 말해서 외국 소설 번역기 돌린 다음 읽기 쉽게 수정하는 수준? 아니, 그 미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작가 명칭 쓰는 것 자체를 부끄러운줄 알아야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이걸 돈 받고 판다? 개념이 없거나 양심을 갖다 버린거죠.
그 다음은 두번째라고 봅니다. 사실 세번째랑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하긴 합니다. 껍데기만 갈아 끼우면 서로 다른 작품인 것처럼 속일 수도 있으니까 더 질이 나쁜 면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첫 번째는, 글쎄요.... 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느니 하는 말도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장르 소설의 태생적 한계라고 봐야 할 수준이라... 드래곤 라자부터가 엘프, 발록, OPG, 도플갱어 등등 그냥 갖다 쓴 게 워낙 많아서.... 거기다가 무협이라는 장르는 구파일방(소림사, 무당파, 화산파, etc...) 오대세가(남궁,제갈,당,팽, etc...) 안 나오는 작품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서 말입니다. 애초에 거의 동일한 설정에서 시작하는 작품들이 대다수인 판에, 몇 가지 고유명사의 사용이 동일한 점 정도는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장르 자체의 한계라고 보기도 합니다. 몇몇 작가님들이야 아예 새로운 세계관을 짜내기도 하지만(모 과수원 작가님, 모 커플브레이커 작가님, 모 군체설 작가님 등등) 대다수가 있는 설정에 살을 붙여서 쓰니까 말입니다.
주저리주저리 헛소리에 가깝게 쓰긴 했는데, 요즘 어떤게 다른 것을 표절했다고 문피아 내외에서 말씀들이 많길래 제 생각을 정리해서 써 봤습니다. 사실 표절했다는 소설은 아예 읽지도 않았고, 표절당했다는 소설은 읽다가 지루해서 하차했고, 그 표절당했다는 소설이 적어도 모티브를 받았다는 소설은 열심히 읽고 있는데, 셋 다 읽어본 것도 아니고 누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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