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1 민효신
작성
18.01.09 16:18
조회
339

제목을 좀 단정적으로 적었습니다만, 저기서의 '모든' '아 배고파, 뭐든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뭐든'과 비슷한 레벨의 수사적 표현이니 너그럽게 넘겨주시기를... :)

 

개인적으로 조회수, 선호작, 호평 등은 연재 중인 작가에게 있어서 '식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오르는 조회수나 선작수 등을 보면서 작가는 힘을 내지요. 하지만 그 수가 점점 줄어들면 작가는 기아상태가 됩니다.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지지요. 점점 1단위 숫자에 민감해집니다. 그러다... (... 논점도 아니고 적다 보니 조금 슬퍼져서 이건 여기까지만... ^^;)

 

그에 반해 댓글, 그 중에서도 비평이나 악평 등은 ''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도 한약 같이 '상복하면 나중에 어딘가 좋다'는 게 아니라 이미 증세가 나온 상태에서 먹어야 하는 치료제이지요. 물론 씁니다. 맛도 없구요. 하지만 이걸 무시하다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가서야 그동안 병에 걸려있었다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적기 부끄럽지만, 작년 11월 중순 경 26만자 정도, 대략 소설 2권 분량의 완결본을 써서 출판사 몇 곳에 투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메일은 확인했지만 무응답인 곳이 60%, 접수 확인 답신을 받은 것이 대략 40% 정도 되었습니다. 답신엔 보통 '투고 감사드립니다. 담당자에 전달했습니다. 검토에 3~4주 정도가 소요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었지요. 이후 4주가 지나고 답신을 준 출판사들 가운데 90%는 거절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남은 10%는 아마 거절하는 걸 잊어버리신 듯합니다. ^^;)

 

거절 사유는 대략 두 가지인데,

 

1. 좋은 글입니다만 저희 출판사의 방향, 출판일정과 맞지 않아 출간이 어렵습니다

 2. (좋은 말로 돌려돌려 주셨지만) 우리가 내기엔 함량 미달이다!

 

정도였습니다. 사실 한 줄로나마 단점을 지적해주신 곳은 한 곳이었고, 보통 상냥한 어조로 좋게좋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런 답신을 보면서 느꼈던 것도,

 

1. 장르문학의 기준이 많이 바뀌었구나.

 2. 아니 도대체 '후반부의 밀도가 떨어진다'니 제대로 읽어주신 것인가!

 

의 두 가지였습니다.

 

1번에 관해선, (간접광고) 제가 문피아에 올리고 있는 글의 장르가 '추리/범죄/스릴러' 정도가 되는데, 사실 제가 어렸을 땐 장르문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추리였고, 그 다음이 SF, 그리고 중세풍 판타지가 뒤를 이었습니다. (무협은 그냥 무협소설로 따로 분류하고 굳이 장르문학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 장르문학하면 판타지/무협/로맨스가 가장 대세이자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더군요. (이것도 문피아에 연재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 때문에 '장르문학 출판사'라고 해도 '추리'쪽은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 곳도 많고, 일정 수준(일정이라고는 하지만 보통은 해외 유명 작가 히트작의 번역 출간) 이상의 글이 아니면 출판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제는, 그런 출판계 상황보다 2번, '후반부의 밀도가 떨어진다'라는 평가였습니다. 모든 작가가 그러하듯이 (위의 모든과 같은 모든입니다. ^^) 스스로 재밌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분들도 재밌어 해주시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고, 또한 추리라는 장르 특성상 초반부는 설정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많고 후반부에 들어서서 전개에 탄력이 생기기 때문에 '후반부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는 선뜻 수긍하기 어려웠습니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밀도가 떨어진다 = 재미없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반발한 점도 있구요.

 

하지만 문피아에 해당 소설을 연재하면서, 어느 순간 지적 내용이 대단히 직관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사실 투고하기 전에 수차례 퇴고는 했지만, 퇴고라는 게 읽을 때마다 고칠 곳이 생기는지라 나중엔 지쳐서 다시 보지 않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연재라는 틀은 또 다른 긴장감이 생겨서 적어도 그날 올릴 분량은 다시 보게 되다 보니, 문제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 거지요.

 

약간 구체적으로 적자면 후반부로 가면 소설의 상황이 크게 두 줄기로 전개되는데, 그 중 한 곳의 밀도가 성글다 못해 뒤가 훤히 비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쪽 줄기를 신이 나서 쓰면서, 이쪽은 '여기도 복선 회수는 해야 하니 이쯤에서 슬슬 설명해주자' 정도의 느낌으로, 등장인물 한 명이 나와서 상황을 다 정리해버렸습니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결' 정도, 혹은 범인이 나름 치밀한 사건을 저질렀는데 '아니,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저렇게 죽였구만'하고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가 사건을 해결한 느낌으로요. 하지만 앞서 적었듯이 다른 쪽 줄기에 신이 나서 그것만 기억하고 '후반부의 밀도가 떨어진다니!'하며 반발하고 있었던 거지요.

 

사실 이것도 그저 정신승리일 뿐이고 답신 주신 출판사 편집자분의 생각은 '아니, 이 줄기고 저 줄기고 간에 전부 똥이라니까?' 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쨌든 성긴 줄기를 다시 쓰면서 개인적으론 다시 한 번 혼자 신이 나 있는 상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는 게 더 재밌겠구나, 그럼 조회수도 덜 떨어지겠지 등등 생각하면서요. ^^; 이런 기분, 느낌만으로도 비평을 받은 가치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뭐든 양분으로 삼자하면 결국 비옥해지는 건 제 글이니까요.

 

쓰다 보니 준연재 분량의 장문 되어버렸네요. 아무튼 결론은 문피아에서 글을 쓰는 분도 읽는 분도 모두 신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된다면 더 좋을 테구요. ^^


Comment ' 6

  • 작성자
    Lv.1 토법고로
    작성일
    18.01.09 22:17
    No. 1

    비평과 비난의 차이도 구분못하는것들이 작가랍니까. 그런애들은 애초부터 끽해봐야 양판소 작가수준입겁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민효신
    작성일
    18.01.09 22:35
    No. 2

    불특정한 변명을 해보자면... 모든 게 시기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글과 경험 둘 다 미숙한 시점에선 비평과 비난을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실제로 그 경계에 애매하게 서 있는 경우도 있겠구요) 경험이 쌓이다 보면 구분이나 대처나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겠지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곳이니 이런 일반론을 벗어나는 작가나 독자도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토법고로
    작성일
    18.01.09 22:48
    No. 3

    비난과 비평은 단어만 비슷하지 뉘앙스나 문장구성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다른데 그걸 구분 못하는게 애초에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민효신
    작성일
    18.01.09 23:03
    No. 4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변수가 너무 많아서 쉽게 규정짓지 못하겠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기본적으로 '댓글' 등의 짧은 문장으로는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기 어려우니 뉘앙스 등에 있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도 많고... 그저 서로 여유와 배려를 가지고 대하는 게 그나마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한추영
    작성일
    18.01.10 09:36
    No. 5

    좋은 말씀이고 정말 공감 갑니다. 다만 지금 글이 뭔가 재미없고 이상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당장 재미있게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게 금방 되는 분은 정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분이겠지요. T.T 비평과 비난, 악플도 힘들겠지만 제일 힘든 건 역시 무플이 아닌가 합니다. 댓글, 선작, 조회수에 대한 욕심을 버리려고 (버릴 수밖에 없으므로) 늘 노력하고 있고 어느 정도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확인하게 되네요. 이제는 그저 자기와의 싸움으로 글을 쓰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쓰면 쓸수록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 조금씩 알겠더라구요. 민효신님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쓰시기를. 님도, 저도 화이팅!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민효신
    작성일
    18.01.10 09:58
    No. 6

    약간 슬럼프이신가보군요. 이럴 때 정확한 비평이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될텐데... 봐주시는 것만도 감사한데 비평을 조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도 힘내서 완결까지 가게되면 분명 뭔가는 남겠지요. 힘내시고 하루 빨리 본 궤도로 돌아오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파이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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