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작가분들의 “압축”근육이라 표현을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일단 단어 자체적으로 압축은 부피를 줄인다는 뜻을 갖고 있지, 질량을 줄인다는 뜻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즉, 압축근육이라 쓰면 동일한 근육량이 보다 적은 부피에 담긴다는 뜻인데... 만약 그러한 “압축”이 가능하다면 “압축 전”과 동일한 체중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압축 전”의 비대한 근육을 가진 사람과 체중이 비슷해야 하는데 아무리 근육이 오밀조밀해도 근육 자체가 더 큰 사람보다 체중이 덜 나가는 경우는 보기 힘들죠 (머리가 크다거나 해서 뼈 무게가 더 나가는 경우를 뺀다면...).
그리고 단어 자체의 뜻을 떠나 근육이 비대해졌다가 더 많은 훈련으로 인해 압축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커지거나,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이 가능할 뿐이죠. 개인적으로는 보디빌더들이나 계체량이 중요한 선수들이 몸을 먼저 불린 후 커팅을 함으로 인해 이러한 오해가 생겼거나, 이소룡 (혹은 다른 무예가)을 우상화하면서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이소룡이 보디빌딩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약간 아이러니합니다.
압축이라는 단어의 뜻이 아닌, 표현하고자 한 근력의 상승에 대해 얘기하자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근력상승은 근세포가 커지는 것 (hypertrophy)과 신경망의 발달, 이 두가지로 이뤄집니다.
바꿔말하면 일란성 쌍둥이가 동일한 훈련을 받았을 경우, 근육이 큰 쪽이 무조건 근육이 작은 쪽보다 힘이 강하다는 얘기고, 근육의 크기가 동일하다면 훈련을 많이 받은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힘이 강하다는 얘기죠.
근세포가 커지는 것은 또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근섬유 주변의 영양소 저장량이 증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근섬유 자체가 커지는 것입니다. 신경발달로 인한 힘의 증가와 함께 “물근육” 논란의 주범인데, 여태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둘은 따로 떼어놓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운동 직후 일시적으로 근섬유가 비대해지는 것은 전자로 인한 것이고, 그래서 ‘펌핑’을 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비대해진 근섬유를 보조하기 위해 주변의 영양소 저장량 역시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죠. 계체량을 맞추기 위해 커팅한 직후가 아니라면요. 어떻게 보면 물근육은 사람들이 수분커팅한 직후의 몸이 일상적으로 유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함으로 인해 생긴 오해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유지가 되거나 유지를 함으로 인한 손해가 없다면 원체중으로 돌아오려 하지도 않겠죠.
신경발달로 인한 근력증가도 여러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명령을 여러 근세포에 동시에 내림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줄다리기를 할 때 사람들이 기합에 맞춰 딱딱 힘을 주는 경우와 마구잡이로 당기는 경우와 비슷), 다른 하나는 자기보호를 위해 명령에 저항하는 세포들의 신호를 무시함으로 인해 생깁니다. 역시나 물근육 논란에 기여했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운동을 갓 시작한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근육성장 없이 칠 수 있는 중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다거나, 위기상황에서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압축”근육과는 달리 “물근육”이나 “실전근육”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다만 물근육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힘은 있지만 커팅이 되지 않았거나 방향성을 갖지 않고 키운 근육”이겠고, 실전근육은 “눈에 보일 정도로 특정목적을 위해 성장한 근육이거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훈련으로 인해 굉장히 효율적인 근육, 혹은 실전에 필요하지 않은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겠지만요. 아쉽게도 제가 본 작품들에서는 물근육은 지방덩어리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힘이 없음) 실전근육은 압축근육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지만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묘사 자체를 보다 상세하게 하는 편을 선호하지만, 진도와 크게 상관없는 부분은 흔히 사용되는 표현으로 넘기는 판무의 특성상 상투적인 표현의 재활용을 피하기도 힘드니 설정상 근육의 압축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면 최소한 압축근육이라는 표현만이라도 자제해주셨으면 싶어 주저리주저리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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