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7.11.17 15:28
조회
458

안녕하세요. 

한번 글 올렸다가 완. 벽. 하. 게 폭망한 뒤로 새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새로 쓴 글은 분량이 얼마 안되서 일단 어느정도 비축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꼭 ‘비평’이라고 할 만큼 거창한게 아니라, 그냥 이 프롤로그가 어떤지 한마디 평가를 들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흥미진진한지? 혹은 지루한지?’

‘대사가 자연스럽고 인물이 매력적인지?  혹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지?’

‘설정 능력 설명이 과도한지? 아니면 세계관을 알수 있어 좋은지?’

더 간단히 말하면-   ‘재밌네요.’  ‘별루네요’
이런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현대판타지입니다.  분량은 만자 정도 입니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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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유럽의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뤄진 EU정상회의가 드디어 끝이 났다. 허나 그들 중 귀국 절차를 밟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빠질 수 없는 스케줄이 잡혀 있었던 것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행하는 하반기 정상회의가 끝난 날에는 귀빈들이 왕실에 초청된다. 그리고 그들이 맞이하는 건 왕실 전문 요리사 리암의 탁월한 실력으로 완성된 초호화 디너였다. 진귀한 재료가 최고의 요리사의 손을 거쳐 탄생하기에, 이 날 밖에 맛볼 수 없는 희귀 음식들이다. 그것을 왕실의 아름다운 레스토랑에서 대접을 받으며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놓칠 수 없는 행복이었다.

 

허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엘레강스 디너가 미식가들에게 비할 바 없는 즐거움이라 한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식사 후 마련될 상류층 소셜댄스의 장이자 월례행사인 가면무도회가 일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화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가면무도회는, 세계의 유명인사가 모두 모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정상급 인맥관리의 장이었기에, 국가안보급의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여기에 불참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왕실의 문이 개방되었다.

정문이 열리면서 그 앞으로 길게 뻗어 펼쳐진 호화스러운 레드카펫, 이미 주변으로는 기자들과 대동한 카메라가 진을 치고 있었다.

리무진이 한대가 섰다. 수십대의 카메라가 일사분란하게 한곳을 비추었다. 뒷문이 열리고 거기서 나오는 이는 검은 정장에 중정모를 쓴 남자였다.

. 지금, 리무진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일까요?...오오오!, 저분은!”

기자의 흥분된 어조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환호성에 의해 묻혀버렸다. 그는 유일무의하게 팝의 황제라 칭송되는 사람! 바로 휴거 잭슨! 올해도 역시 단골손님으로 초청되는 그가 활짝 웃으며 카메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기자들은 그가 화려한 춤사위로 레드카펫을 역주행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기색이었지만, 휴거는 그저 선한 웃음만을 지으며 경비원과 함께 걸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차례차례, 하나 둘식 전세계의 각 계층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최고 권위자들이 모여들었다. 스포츠스타, 노벨상수상자, 소설가, 음악가 등등 각자 자신의 전공에서 지구를 대표할만한 자들이었다.

그들이 버킹엄궁Buckingham Palace 에 들어서고, 경비병들은 그제야 돌아섰다. 일단 버킹엄궁에 들어선 이상, 보안은 영국 왕실의 책임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가면무도회가 열릴 버킹엄궁 안의 무도회장까지 이동하는 길에는 동일 간격을 두고 두열로 나열한 명예 기사들이 서 있다. 허리춤에 은색의 검 레이피어를 차고, 동일한 디자인의 검은 정장을 차려입었다. 왼쪽 주머니에 꽃힌 손수건의 접힘 방식까지 정확하게 통일된 모습을 보이는 그들은 마치 일관성이야 말로 세상의 진리라는 듯이 정갈하다.

물론, 그들이 들고 있는 레이피어는 장식용이고, 품 안에는 실탄이 장전된 권총이 숨겨져 왕실기사단 Royal Knights‘의 본문을 충실이 이행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무도회장 안에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편에는 와인과 디저트가 준비되어 대화를 위한 공간이 있고, 반대쪽 한편에는 소셜댄싱을 위한 스테이지가 준비되었다. 세 계단으로 올라설 수 있는 단상의 중앙은 마이크만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고 비어 있었으며 그 뒤로 재즈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파 사이에서 레드와인이 담긴 와인잔을 들고 있는 은발의 여성이 한 명 있었다.

그녀 자신 역시 초청장을 받은 귀빈 중 한명이지만 다른 손님과 궤를 달리했는데, 그녀는 초청된 손님으로써의 입장보다, 그녀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여성은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최소한의 화장만을 한 체 정갈하고 청초한 모습을 한 정장차림을 하고 있었다. 다른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과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허나 그런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관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아름다운 꽃은 가만히 피어 있기만 해도 나비를 부른다고 했던가. 이채로운 빛을 발하는 은백의 머릿결 아래로, 보석세공사가 사파이어를 세공해 만들었으리라 오해할 만큼 선명한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녀였기에 자리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청해온 것이다. 수없는 악수 요청이 있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입가에는 곤란한 미소가 떠오르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슈네비첸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독일인이다.

, 안녕하십니까!”

중년의 남성이 놀랐다는 눈을 하며 말을 걸어왔고, 슈네비첸의 고개가 돌아간다.

티비에서만 보던 호백의 여제를 실제로 마주할 날이 오다니. 이건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행운이군요!”

슈네비첸은 더욱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 별명, 부끄러우니 그만 두세요. 미스터...?”

코맥 매카시. 소설가 나부랭이지.”

코맥 매카시. 코맥, 코맥... 머릿속을 뒤지던 슈네비첸이 그 이름이 뜻하는 바를 눈치챘다. 그럼 그렇지. 소설가 나부랭이로 비하될 수준의 사람이 올만한 곳이 이 곳은 아니다. 슈네비첸은 못말리겠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설가 나부랭이로 취급되기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지요. 반갑습니다.”

? 알아봐주는 거요? 이런! 부끄럽군요. 하하.”

재즈음악 한 곡이 끝났다. 바로 다음 음악이 이어질 거란 생각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고, 코맥은 슈네비첸에게 춤을 신청하기까지 했지만, 웬 걸 노래는 다시 시작되지 않았다. 춤을 추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스테이지에서 내려갔다.

단상위에서 마이크 앞에 선 남자가 입을 연다.

잠시 정숙해 주십시오. 해링튼 9세께서 입장하십니다.”

아무도 말을 하진 않았지만, 다들 출입문에서 단상까지의 길을 텄다. 이윽코 출입문이 열리고 고풍스러운 영국 전통의 신사복을 입은 남자가,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그의 여동생과 팔짱을 낀체 등장했다. 역시 가면무도회에 어울리는 눈 부분만을 가리는 멋드러진 검은 색 가면을 착용한 그다.

짝짝짝짝짝- 회장 가득히 울리는 박수소리와 갈채를 받으며 입장하는 해링튼 9. 단상 위까지 올라서서 가면을 벗는다. 인자한 아빠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향해 눈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위대한 여러분, 저의 조촐한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조촐하다니, 이게 조촐한 가면무도회라면 세상에 화려함이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과도한 겸양의 말에 작게 실소했다.

해링튼의 말이 이어진다. 이 가면무도회의 역사에 대하여 말한다. 상류층으로써 인류에 기여해야할 이유와, 자애로운 삶에 대한 뜻있는 말들이 유머러스한 농담에 섞여서 나왔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자유로이 웃으며 환호했다.

 

슈네비첸은 틈틈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 안의 유명인사들은 전부 신원이 확인된 인원이고, 창문은 모두 방탄유리로 되어 있다. 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선별된 엘리트 보디가드들이 일반인을 통제하고 있기에 응급 상황시 바로 투입될 수 있다. 심지어, 저격이 가능한 주변 건물들조차 체크를 마친 후다. 때문에 절대로 안전. 세상에 가장 안전한 곳이 있다면 이 무도회장이라고 할 정도로 안전에 안전을 거듭한 장소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음 순간 일어날 참혹한 사건에 대하여 전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상 최악의 사고라 일컬어지는 사건의 중심에 자신이 서게 될 줄은 말이다.

그녀뿐 아니라, 모든 가면무도회 참가자, 모든 기자, 모든 경호원들 역시 매한가지 였고, 철통같은 보안이라고 해도, ‘평소같은 보안을 하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아무런 예고가 없었기에 불가항력이었다.’ 라고 혹자는 말한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이 일로 인해 영국 왕실의 경호 시스템은 두고두고 모욕적인 비판을 듣게 된다.

 

연설을 하던 해링튼 9세는 돌연듯 말을 멈췄다. 아니, 강제적으로 멈춰진 것이다.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강력하게 모두의 고막을 때렸고, 산산히 부서진 색유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무도회장의 천장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리 공예로 제작된 웅장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알록달록한 빛이 실내를 비춰 신성한 느낌을 내뿜는 이 유리는 유일하게 방탄유리가 아니었다.

그 색유리의 파편과 함께 떨어지는 것, 펄럭이는 검은색 코트의 자락은 망토처럼 펑퍼짐하게 공간을 장악한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의 몸은 한순간 경직되어 버렸다. 한탄스럽게도 그것은 슈네비첸 또한 마찬가지였다는 것. 그녀는 창문을 깨고 떨어지는 어둠을 보며, 말할 수 없이 거대하고 흉악한 까마귀를 떠올렸다.

허나 까마귀와는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의 발톱은 까마귀의 그것과 달리 길고, 비할 바 없는 날카로움을 지닌다. 그것은 칼날, 길게 뻗은 곡도의 일부분이었다.

 

외마디 비명을 내지를 틈조차 없었다.

 

그것은 해링튼의 뒤로 떨어지며 추락의 속도를 그대로 이어 검을 내리친다! 그야말로 일도양단! 왕의 몸은 오른편 어깨 위부터 왼편 옆구리까지 절단 되었다.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절명이다.

터져나오는 선혈은 사방으로 분사되고, 살인자의 몸 반신을 붉게 물들였다. 그의 얼굴 위로도 튀었기에, 섬뜩한 눈빛을 한 그의 얼굴을 더더욱 괴기스럽게 만들어, 마치 악마의 형상처럼 보인다.

 

...”

.....”

, 와악!”

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아아!”

 

경악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는 사람들!

실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한다. 그 안의 누구도, 자신이 이 끔찍한 살인현장에 초대되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모두가 공황상태에 돌입한 것은 아니다.

 

진정하세요! 출구는 이쪽입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손님들 중에 함께 투입되어 있던 엘리트 가드들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훈련받은 대로 차분하게 움직였다. 프로에 어울리는 기민함이다. 그들은 미쳐 날뛰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대피시키는 동시에, 개인 가방에서 화기를 꺼내들었다.

일사분란하게 살인범을 향해 드는 총은 일반적으로 호위목적으로 소지한 권총이 아닌, 무려 기관단총. ‘VZ.61 스콜피온이다.

그들은 협상의 말 한마디조차 꺼내지 않고 일제히 발포한다! 강렬한 총격음! 자비없이 살인범을 향해 쏴 갈기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기이한 일을 목격했다.

분명히 검은 코트를 입은 왕시해자king slayer 를 향해 난사했지만, 날아가는 총알들은 전부 그 각오가 휘어져 왕시해자의 오른편으로 쏟아진 것이다. 총알들이 모여 구체를 이루었고, 그 총알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리자, 반투명한 회색의 수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드들은 이제 품에서 검은 손잡이를 꺼낸다. 버튼을 누르자, 손잡이 안에서는 은색 곤봉이 3단으로 솟구쳐 올랐고, 전류가 흐르는 특유의 지직거리는 소리를 낸다. 총으로 안되면 근접전이다. 가드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허나, 슈네비첸은 날카롭게 외친다.

 

멈춰! 대기해!”

 

수많은 수라장을 넘어온 그녀에게는 지난 세월 자기 자신을 구제해왔던 직감이 있었다. 그 직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경고를 보내온 것이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한 체 경계의 자세를 취하는 스스로의 몸짓이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다.

 

위험하다!

 

저 남자는 위험하다. 이곳의 가드들의 실력으로 어찌 될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있는 힘껏 외친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녀가 가드들의 직속상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슈네비첸에겐 명령권이 없다. 그녀는 그저, 형식상의 임무인 관찰자를 맡아 자리했을 뿐, 이들을 제어할 권한은 없었다.

목청껏 외친 소리에 잠시 움찔 했을 뿐, 가드들은 앞 다투어 왕시해자에게 달려들기 시작해버렸다. 물론 그들의 그 행위는 막무가내의 치기어린 행동은 아니다. ‘엘리트 라는 칭호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가 검도, 유도, 주짓수 등의 현대무술에 대한 조예가 있는 유단자들이었고,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적의 빠른 제압을 확신한 체였다.

가드로 둘러 쌓인, 고작 한 명일 뿐인 적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절대다수의 경우에, 그들의 의견은 타당하다. 높은 확률로 옳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될 것이 있다면, 왕시해자의 검술 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사실이었다.

기이했다. 분명 가드 한명의 전기봉은 위에서부터 휘둘러져 왕시해자를 공격하고 있었다. 허나 그 결과는 공격자의 팔이 허공을 부유한다는 것으로 끝난다.

공격을 막는 즉시, 혹은 회피하는 즉시 이루어지는 반격기. 공방일체의 술이 연이어 발동되고, 가드들의 팔, 다리, 혹은 머리가 하나씩 잘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단일이 다수와 겨뤄 승리를 검어쥔다는 것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영웅에게나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지금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것을 가능케했던 것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왕시해자의 움직임이었다. 도저히 인간의 속도라 볼 수 없는 스피드, 그럼에도 그의 자세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토록 빠르지만, 가속을 지배한다.


처절한 고함들, 흩날리는 살덩어리들, 쏟아지는 선혈들.

 

슈네비첸의 직감은 이제 확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금기를 깨기로 결심한다. 월광기사단과 마나의 존재는 기사단에 있어 최대 기밀사항이었다. 또한 창밖에서 이 모든 상황을 촬영하고 있을지 모르는 기자들이 있는 지금, 밝히는 것은 불가한 일이었다. 허나 그녀는 현재의 위급상황은 보다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모두의 앞에서 발가벗겨 지는 듯한 자괴감에 휩싸이겠지만, 임무의 수행이 최우선사항이다.

 

슈네비첸의 옷이 한순간에 찢겨져나간다. 그 안의 알몸은 새하얗다.

 

하얀빛을 내뿜는 그녀의 육체가 발광을 멈췄을때, 그녀는 전신에 밀착하는 은색의 갑주를 입고 있었다.

갑주의 이름은 A.N.03. 인간의 근육 모양, 방향과 90% 흡사한 1cm 두께의 금속 조각 129개가 모여 하나의 갑주를 이룬다. 착용자의 몸에 완전 밀착하여, 근육의 움직임과 같은 방향으로 힘을 조달한다. 때문에 착용자는 갑옷의 무게를 거의 느끼지 않으며 방어력을 올리는 동시에 기동성 또한 증가된다. 반면 공격시에는 실제의 갑옷의 무게를 포함하여 육중한 타격이 이뤄지기에 공격력 또한 증대. 전체적인 밸런스를 향상시키는 기본에 충실한 갑주였다.

찰랑이며 길게 뻗은 은백의 머릿결이 갑주의 위로 나풀거렸다. 그리고 그녀의 오른손에는 길게 뻗은 나이틀리소드knightly sword 왼손에는 그녀의 상체를 가릴 정도의 크기인 완전한 원형의 방패가 들려 있었다. 방패의 중앙에는 월광기사단을 의미하는 초승달의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봐. 광대.”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왕시해자는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전신을 하얗게 물들인, 그야말로 백기사라 불리기에 충분한 여성이 자신을 향해 검을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쪽이다.”

 

슈네비첸은 적의 눈을 응시하며 돌격을 감행한다! 그대로 격돌!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당연하게도, 왕시해자의 검 역시 마나가 실려 있었다. 작렬하는 수차례의 섬격!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마나의 파편은, 무도회장의 실내를 완벽하게 걸레짝으로 만들 기세로 터져나간다!

왕시해자의 눈빛이 일렁인다. 직전까지의 전투와 다르게 반격의 여지를 잡지 못하자, 그 역시 제대로 인지한다.

 

이 여자, 강하다.

 

그러나, 아직 그는 슈네비첸의 진면목을 모른다. 한걸음 물러선 그녀는 검을 든 손목을 기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손목에 의해 제어되는 검은 미묘하면서도 규칙적으로 흔들린다. 그 검 끝을 본 왕시해자가 처음으로 몸을 움츠리며 경계태세를 갖춘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이 마치 꽈리를 트는 뱀처럼 흐느적거리게 보였다.

 

환술? 아니 그럴리가.

 

왕시해자가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슈네비첸은 영국의 제1기사다. 본래 독일인으로 태어나, 올림픽 펜싱에서 2연패하여 두 번이나 금메달을 따낸 챔피언이었다. 그녀는 두 번째의 우승 후 곧장 은퇴를 선언했는데, 앞으로도 적수가 없을 거라 알려진 엄청난 실력자인 그녀의 은퇴는 많은 이슈를 낳았지만, 그녀는 사유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사고로 인한 손목 부상으로 은퇴를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고, 슈네비첸은 딱히 부정하지 않아 그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렇게 불패의 여신, 혹은 호백의 여제라 불리던 그녀가 사람들의 이목에서 차차 사라져갔다.

허나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오랜 수행의 끝에 정점에 달한 그녀의 검술은 이기어검의 수준까지 올랐던 것이다. 그것은 곧 검기로 설명되는 마나의 활용에 까지 가 닿았던 것, 과거에는 검성Sword Master’이라 불려 졌던 검의 극치였다. 그리고 곧장 비밀리에 운영되는 영국의 월광기사단에 스카웃된 것이다.

 

따라서 그 절대의 검는 약속된 승리만이 있었다.

 

전세계에서 그녀와 1:1로 칼을 겨눠 이길 자는 없었던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또한 앞으로도 그래야 했다.

이제 왕시해자의 눈에 보이는 슈네비첸의 검이 세 개로 분열되어 있었다. 바로 촛점을 잃은 것이다. 그 찰나의 공격찬스를 놓칠리 없는 슈네비첸이 공격을 감행했다.

검날이 크게 튕기는 날카로운 소음이 울리고, 튕겨나간 왕시해자의 곡도가 허공을 부유한다.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다시금 바라본 슈네비첸의 검, 다시 확인해봐도 만도조차 아닌 곧게 뻗은 직도임이 확실했다. 저 검이 그렇게 엿가락처럼 휘청이게 보였던 것이다.

끝이다.”

 

슈네비첸은 평소 경기장에서 습관처럼 하던 행동, 검을 옆으로 뿌리는 자세를 취하며 위풍당당히 말한다.

 

양손을 들고 바닥에 엎드리도록. 저항하지 마라.”

 

하지만 슈네비첸이 간과한 사실, 그녀 또한 왕시해자의 진면목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상 현상에 그녀의 경계심이 발동했고, 적을 사살하기 위한 찰나의 기회를 놓쳐버리기에 이르렀다.

암살자의 귀에서 불쑥하고 나온 무엇인가가 있었다. 한편으로 촉수처럼 보이는 길다란 그것들은, 하나의 육체에 뻗어나온 다리였다. 털이 잔뜩 붙어있는, ‘타란튤라라는 이름을 가진 독거미의 다리와 흡사하다. 그것은 이내 왕시해자의 얼굴을 발로 밟고 본체를 밖으로 끄집어내었고, 검은 몸에 노란 줄무니가 있는 타란튤라가 그 몸을 드러내었다. 치명적 독을 가지기로 유명한 일반 타란튤라와 다른 점은, 몸체가 기이하게 뒤틀려 있고, 8개의 다리가 모두 크기와 길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

 

슈네비첸에게는 듣도 보도 못한 술법이다.

 

아니, 술법이기는 한 걸까? 저 거미의 모습을 한 요괴가 암살자의 뇌를 지배하고 있었던 건가?

 

짧은 순간, 슈네비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휘몰아치게 되었다. 그 중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기에 타란튤라의 움직임과 왕시해자를 행동을 유의깊게 관찰할 뿐이었다. 거미는 왕시해자의 어깨를 타고 팔로 이동해 내밀어진 손바닥 위에서 멈췄다. 그리고 변태를 시작한다.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꺽기고 비틀리고 분리되며 터져나간다. 그리고 끝내 완성된 것은...

 

 

 ----


오타, 맞춤법 검사를 한번 했는데, 혹시 놓친 게 있을지 모르겠군요. 

수정안된 부분 있다면 죄송합니다. 


간단하게, 한마디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저 재밌다. 재미없다. 정도도 좋구요. 

 



Comment ' 14

  • 작성자
    Lv.45 이블라인
    작성일
    17.11.17 16:4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11.17 17:07
    No. 2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orMyo
    작성일
    17.11.17 20:47
    No. 3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11.17 20:50
    No. 4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25 orMyo
    작성일
    17.11.17 21:10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11.17 21:35
    No. 6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32 늘별솔
    작성일
    17.11.17 22:04
    No. 7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11.17 22:39
    No. 8

    제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시각에서의 지적이군요! 좋은 말씀감사합니다! 쪽지 확인할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독자풍뎅이
    작성일
    17.11.19 09:41
    No. 9

    이거 세계관을명확히하시는게좋을듯한데요??eu랑..리무진나오는 거보면 현시대쪽인데..왕실과 칼들고싸우는건
    주세시대고..시대배경설정도없이 갑자기왕나오니
    좀 당황쓰럽네요..시대배경도필요하다보여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11.19 14:46
    No. 10

    안읽고 넘기신 모양입니다만, 총으로 먼저 공격했는데 안통하니까 근접전으로 돌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24 참치초밥
    작성일
    17.11.19 15:56
    No. 1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11.19 19:00
    No. 1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42 시트리™
    작성일
    17.11.23 22:16
    No. 13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7.11.24 00:38
    No. 14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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