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물아비님의 소설 125일 전쟁을 추천하기에 앞서 우선 가장 잘 알려진 두 소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봤던 최악의 전쟁 소설은 '산을 미는 강'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무기 설정만 늘어놓는 스토리가 장장 15권 내내 이어졌죠. 전쟁 소설이라기보다는 밀리터리 설정집에 가까운 글이었죠. 하지만 나름 잘 팔렸습니다. 권수가 무진장 많고 확실히 볼 건 많았으니까요.
김경진님의 데프콘은 그보단 덜하지만 지금와서 보면 당황스러운 설정들이 굉장히 많았죠. 한국 밀리터리 소설계에 혁명이었지만, 2, 3부에선 스토리를 끌고 나가기 위해 억지를 부리신 부분이 좀 많았죠. 특히 그 이름도 기억안나는 러시아 항모 가진 용병집단...... -ㅅ-; 일본 상륙같은 경우 온갖 경우의 수를 죄다 끌어쓰셔서 엔간한 일본 침공 소설들은 죄다 거기 나온 방식들을 따라했습니다. 가장 말이 '될 법한' 설정으로 큰 길을 깔아주셨으니 말이죠. 워낙 읽은 지 오래되서 이름도 기억이 안나지만, 전장의 영웅 비스므리한 컨셉으로 쓰신 듯한 주인공도 하나 있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멕시코에 상륙해 미국땅을 질주하신 그 분...
본론으로 들어가죠. 장물아비님의 125일 전쟁은 위와 같은 소설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현재 연재되고 있는 2부의 제202특공여단 제5중대의 구성원들은 전장에 서서 각 개개인의 시선으로 전쟁을 보고 있죠. 어느 별 단 노친네들이 "좋아! 5군단에 선봉을 맡기지!"라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도 거의 없고, 사상자가 몇 명인가 물어보고 침울해하는 모습도 없습니다. 지도 펼쳐놓고 콕 찍어서 여기를 공격해라라고 명령하는 모습은 없고, 대신 거긴 또 어디냐며 투덜거리면서 출동하는 병사들의 모습만이 있습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지중대처럼, 아무리 잘 싸우는 병사도 타의 모범이 될 법한 간부들도 아차하는 사이에 쓰러지고 낙오되며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또 죽어나갑니다.
다른 그 어떤 전쟁소설과도 달리 끝까지 살아남는,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영웅들은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니 한 명 있긴 한 것 같지만, 주인공이라고 부르긴 좀 그렇습니다. 헉 소리날 정도로 잘 싸우는, 별명이 스피어스 중위인 사람이 한 분 계십니다만......=_=;;
하여튼 이 소설은 그렇게 전쟁터 한복판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쓰러진 동료를 뒤로 한 채 싸워나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적들에게 공포를 느끼고, 윗대가리에게 분노를 느끼고, 쓰러진 전우에게 슬픔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지상전 한정이라 공중전이나 해전은 나올 가망이 씨알만큼도 안나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중국도 러시아도 등돌려버린 암울x100배 북한이 상대이거늘...... 기존까지와 다른 밀리터리소설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께 강력추천합니다.
BOB나 퍼시픽 같은 현실적인 전쟁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소설을 읽고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나름 추천이라고 썼는데 이거 보고 보러 오는 분들이 좀 많아졌으면 싶네요.
법력이 부족하여 포탈은 열지 못합니다.
열 줄 아시는분 계시면 좀 열어주시길.... >_<
PS.
무기 설정이 보고 싶으신 분은 네이버 지식인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소총 최대사거리같은 게 궁금하십니까? 직접 찾아보시면 됩니다.
우리 쪽 전사자는 없다 적들은 전부 다 죽었다 우리군은 ㅌㅁㄷㄹㄱ이다 쿠와아아악하는 걸 보고 싶으신 분은 현대판타지소설 뒤져보시면 됩니다. 이게 엔간한 현대물 밀리터리요소의 대세더군요.
전쟁터에서도 멘붕 안하는 슈퍼 병사들을 보고 싶다면 역시 현대판타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PTSD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도 이쪽으로 가시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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