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꼬는 아주 중대한 일이기나 한 것처럼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표지/삽화 게시판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부탁이야. 나 팬아트 하나만 그려달라니까?”
나는 그의 부탁이 퍽이나 귀찮았다. 하지만 옆에서 연신 쫑알대는 하꼬 작가를 데리고 있는 것만큼 귀찮은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팬아트를 그렸다. 그는 팬아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안돼! 이 팬아트는 너무 씹덕내가 나는걸?! 다른 스타일로 그려줘.”
나는 다시 그렸다.
“안 돼! 이건 현대미술이잖아. 웹소 팬아트가 아니라. 다다이즘 대표 작품 같으니까.”
그래서 나는 또 다시 그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앞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퇴짜를 맞았다.
“이건 너무 극사실화야. 나는 김성모 그림보단 좋은 걸 갖고 싶어.”
난 하꼬의 뚝배기를 깨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그가 표지로 달고 있는 바다쇠오리가 불쌍해서였다.
나는 대충 직사각형을 그려 그에게 던졌다.
“네가 원하는 팬아트는 이 안에 있어.”
하꼬는 행복한 표정으로 그것이라도 주섬주섬 주워서 어딘가로 향했다.
그는 그 팬아트를 소설에 내걸으며 말했다.
“황송하지만 이 팬아트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하고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독자들의 입을 쳐다본다. 독자들은 작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팬아트를 보고는 “좋소.”하고 내어준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그 팬아트를 가슴에 움켜쥐고 그는 다시 웃는다. 그는 게시판 위에서 시시덕거리며 팬아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나를 바라보자 그는 도로 팬아트를 뺏어갈까 움찔하며 손을 가슴에 숨겼다.
“염려 마십시오. 빼앗아가지 않소. 그 추천사는 누가 준 거요?”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추천사를 줍니까? 댓글 하나 주시는 분도 열 명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선작 하나하나에서 얻은 사람들로 몇 글자씩 모았습니다. 그러기를 반복하여 이 귀한 추천글을 얻느라 세 달이 걸렸습니다.”
“그 글로 무얼 하려오?”
하꼬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팬아트 하나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
표지가.. 표지가 가지고 싶어요..
https://blog.munpia.com/red3theduck/novel/201739
대자대비한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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