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도깨비가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너무 오래 공짜로 살아왔어요. 인생이 너무 후했죠? 태어나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잘도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제멋대로 번식을 해대고! 하! 여러분 정말 좆같이 좋은 세상에 살았네요!]
[그런데 좋은 시절은 이제 다 끝났어요. 언제까지 공짜를 누릴 수 있을 리 없잖아요? 행복을 누리고 싶으면 대가를 지불하는 게 상식이지. 안 그래요?]
[그딴 종이는 거시 차원계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전지적 독자 시점’ 내용 중
도깨비는 인간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살아왔다며,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이를 지불하라 합니다. 사람들은 도깨비의 말에 ’돈’을 지불하려 했지만 도깨비는 그런것은 거시 차원계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며 사람들의 말을 일축합니다. 그렇다면 가치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제 8612 행성계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 내용 중
이것이 이 소설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메인 시나리오’. 즉 중요한 것은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 캐릭터들은 도깨비들이 짜놓은 시나리오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쌓아갑니다.
그렇기에, 캐릭터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힘을 얻어서 괴수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내느냐’라는 과정입니다. 무력으로 괴수를 찍어 누르는게 아니라,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해서 이 이야기를 읽는 누군가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인 ‘김독자’가 약하지만 강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오직 나만이, 이 세계의 결말을 알고 있다.’
( ‘시나리오 주인공’ 비해) 실제 무력은 약하지만 이 ‘메인 시나리오’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 뛰어난 연출가가 되어서 훌륭한 이야기로 만들수 있기 때문이지요.
작가님의 탄탄한 설정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훌륭한 세계관. 그리고 그에 뒤지지 않는 필력까지.
이 소설이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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