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이고, 장르 소설은 허구를 넘어 공상에 기반합니다. 작가와 독자간에 기본적인 설정에 관해 암묵적 동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모순이자 합리가 생깁니다. 대다수의 독자들이 개연성을 요구하고 작가는 공상적 스토리와 설정을 납득시켜야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명작은 매우 드물겁니다. 연령, 교육정도, 현재 삶의 상황 등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나름 읽는 맛 있는 작품을 선택해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작가의 지향 내지는 의도와 무관한 일개 독자의 판단인데, <구르메 운산>은 독자들에게 사이다같은 상쾌함을 주지는 못합니다. 굳이 음료에 비유하자면 수정과 정도? 달고 시원하며 나름 깊은 맛도 있는데 입에 대는 순간부터 톡톡 터지며 강렬한 느낌으로 목을 넘어가 시원한 트림까지 만드는 사이다는 아닙니다. 사이다와는 또 다른 청량감과 만족감이 있습니다.
한반도 출신으로 중원 무림에 나가 살수노릇을 하던 자가 현대에 환생하는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리 참신하지도 기발하지도 않습니다. 특이하게도 비구니와 수녀가 함께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라는 주인공은 밝고 정의롭고 씩씩합니다. 요즘 트렌드를 따른 의도로 보이는데 방송, 학벌, 어둠의 자식들에 대한 잔혹한 응징 여러 유력자들과의 인연 등등 상투적이어서 익숙하며 끌리는 소재는 다 있습니다.
이러한 상투적 얼개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필력일 텐데 그런 부분에서 문제는 없습니다. 작가 스스로 밝혔듯 무협만화 스토리 작가로 활동한 경력이 적지 않고, 실제 전통무예와 불교, 마음공부에 만만치 않은 세월을 투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이 ‘개연성 있는 공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취향의 문제는 논외로 치고 최소한 작가의 불성실 때문에 화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먹을 것에 비유하자면, 음료로 치면 수정과. 음식으로 치면 주인공이 집착(?)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양푼에 비비는 산채 비빕밤 정도랄까요?
무료 2,3천에서 유로료 전환해 90여회가 이어지는 동안 유료 5,6백 독자가 함께 하는 정도로 성적도 준수한, 읽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굳이 젊어보이려 애쓰지 않는, 자연스럽게 나이 먹어가는 마음 열린 아재의 구수한 노가리 같은 느낌이라 추천합니다.
찬성: 
반대: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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