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있는 동심세계님의 추천글을 보고
금요일 저녁부터 1화를 보기 시작해 연말 황금주말 동안
두문불출하며 210화까지 정주행했습니다.
아직까지 그 여파로 눈이 뻑뻑하고
허리 아래가 저릿저릿 하지만...
오랜만에 수작을 만났다는 기쁨이 이 모든 영육 간의 불편함을
뒤덮어 버리네요.
(좋은 작품 추천해 주신 동심세계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제 기준으로 ‘제목이 안티’인 그런 글입니다.
제목만 보고 클릭하기를 수차례 망설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몇편만 보고 판단하자... 하던것이
10권분량을 정주행하게 만들었네요.
작가님의 탁월한 필력과 높은 개연성,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 이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유료 구매자수가 너무 낮아
‘혹 작가님이 연중을 하시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에
뻑뻑한 눈을 비비며 추천글을 씁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차원이동 환생물(?)’입니다.
무협 세상에서 도천맹이란 조직의 군사였던 주인공이
주군에게 배신당한 후, 주군의 가족을 지키다
적의 수뇌부 앞에서 장렬히 산화합니다.
그리고 무슬란이라는,
현재까지는 몰락한 왕국의 마지막 왕태자 정도로만 신상이
공개된 인물에 의해 차원이동 및 환생을 하게되죠.
자국 멸명의 원흉인 ‘제국’을 멸망시켜주면
그 대가로 본래의 무림세계로 돌려보내준다는 계약을 맺고
무슬란 본인의 몸을 빌어서 다시태어납니다.
여기까지는 뻔한 차원이동 환생물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합니다. 새로울게 없는 전개죠.
하지만 차원이동을 한 직후 우연치 않게 영지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작가님의 필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제 기준에서 이 작품의 매력을 굳이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이 몇가지로 정리 가능합니다.
1.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그 속에서의 관계형성과 세력확장
많은 소설들에서 주인공은 너무 쉽게 사람을 얻고,
쉽게 그들을 믿습니다. 그런데 배신은 별로 없죠.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믿지 않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믿고있던 주군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기에
사전에 상대방의 배신을 방지하려는 수단과 대책을 항상 마련합니다.
사람 한명을 쓸때도 끊임없이 배신가능성을 고심하며
신뢰하기까지 시험하고 또 시험합니다.
정말 피곤하게 사는 주인공인데,
주인공의 이러한 태도와 대처 하나하나가 저를 감탄케 합니다.
동시에 글의 개연성을 높이고 깊이를 더하는 장치로 작용을 합니다.
2. 큰 세력의 주인치고 멍청하거나 무능한 놈 하나 없다!
주인공은 큰 무림세력의 군사역할을 훌륭히 해냈을 정도로
조직관리에 능하고 심계가 깊습니다.
무공 역시 현 시점을 시준으로 보면 최상위그룹에 속하죠.
하지만 어느하나 쉽게 이루어지는게 없습니다.
손을 잡고 함께 일을하는 협력세력의 수장들도,
영지전을 수행하며 대적하는 적 수뇌부들도 모두 나름 한칼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죠. 망나니라 평가받으며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던
적대세력의 후계자들도 아버지가 주인공 손에 사망하고 난 후에는
정신을 차리고 일정수준 이상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지략면에서 주인공이 가장 뛰어나긴 합니다.)
다양한 등장인물 간 얽히고 설키는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펼치는
수싸움이 정말 대단합니다.
3. 신선한 무공과 마법체계
주인공이 환생한 판타지 세계는 독특한 무공과 마법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일단 모든 기사들의 정점에는 ‘불꽃기사’라는 집단이 있습니다.
어떤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불꽃기사가 될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되고 있지 않으나, 일단 최강의 기사들 만이 불꽃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불꽃기사는 수백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각기 특별한
능력이 부여된 방어구와 무기를 제공받습니다.
주인공이 열심히 술을 먹으며 내공을 키워(이게 드렁큰 블레이드라는
제목의 원인이 아닐까...) 현 시점에서는
불꽃기사 상위그룹과도 능히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수준이 된듯합니다.
마법체계 역시 그 설정이 독특합니다.
마력량을 기준으로 처음 들어본 체계로 그 능력을 구분짓는 듯 하며,
개인이 다룰 수 있는 마법들도 고유색이 강한듯 합니다.
(중간에 설정에 대한 설명이 언급되었는데... 자세히 안읽어서 기억이...)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님이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소홀이 다루시지 않고
나름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계신데, 점점 판이 커지고
이로인해 등장인물이 많아지다보니 간혹 이름을 보며
‘얘가 누구였지?’하고 가물가물 할때가 있습니다.
이게 가끔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호흡이 매우 긴편입니다. 현재 10권정도 연재가 되었는데
아직 초반에 시작한 영지전이 확실히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중간중간 굵직굵직한 에피소드들이 함께 연계되며
점차 단순한 영지전 이상으로 판이 커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보면 별로 진도가 안나갔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전개에 전혀 불만없습니다.
흥미와 긴장을 지속해가면서 치밀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확신을 주시니까요. 단순 분량늘리기와는 비교불가죠.
다만 글을 읽다가 간혹 드는 생각은.. 이 흐름이라면 20권은 가야 결말이 보일텐데..
혹 작가님이 ‘급 종결을 하시진 않을까’ 살짝 걱정이 드는 정도??
드렁큰 블레이드! 개인적으로 강추합니다.
참고로 제 취향을 말씀드리면
현재 연재작 중에는 ‘성역의 쿵푸’, ‘신의노래’, ‘만석꾼’,
‘전직폭군의 결자해지’를 즐겨보고 있으며,
무협소설은 ‘이훈영 월드’(특히 무무진경), ‘한백시리즈’, ‘군림천하’등을
판타지는 ‘하얀 로냐프강’ ‘하얀 늑대들’ ‘앙신의 강림’ ‘가즈나이트’등을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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