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렌드처럼 다 때려 부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따라 답답할 수도 너무 잔잔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저는 좋아서 추천합니다.
어느날 인류의 문명은 부식시키고 자연은 진화시키는 붉은 비가 내립니다. 소제목이 지구의 피눈물이었다. 이러는 거 보니 행성차원에서 정화를 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붉은 비가 그치고 나서입니다.
붉은 비는 동식물은 모두 진화시켰지만 인간에게는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소수의 인간만 진화한 것이죠. 붉은비의 영향을 받아 길게 잠들었다 깨어난 주인공은 40살 아저씨에서 20대에기 오빠소리 들을 정도로 젊고 잘생겨진 것은 물론, 몸도 힘도 비상식적으로 강해졌습니다. 남성판타지가 왕창 들어간 것치곤 아랫도리를 노리는 여자들이 많진 않네요. 어쨌든 법과 질서가 없어진 세상에서 하이 휴먼이 된 주인공이 살아가는 얘기 같습니다.
스토리만 나열하면 아직 진부하기 짝이 없는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필력이 준수한 편입니다. 주인공이 적당히 방관자적 입장인 것도 그렇고요. 본인은 너무 세져서 목숨에 위험이 없으니 덤덤하달까요. 마음에 안드는 건...음..아무래도 작가가 남자다보니(추측) 여자캐릭터가 어디서 많이 본 애들 같다는 거? 참신한 여캐 나오는 소설도 보고 싶네요.
각설하고 주인공은 지나치게 이기적이지도, 이타적이지도 않은 인물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선비' 쪽이죠. 착한 편에다 웬만라면 법을 지키고 싶고 양심도 있어요. 사실 저는 이런 면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분노에 가득 찼거나 지나치게 냉철한 주인공을 보면 몰입이 안되는 스타일인지라....
사회생활도하고 결혼도 했던 평범한 사람이 세상과 자신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성인군자, 혹은 폭군이 되거나 하렘을 차리고...그런 건 읽지를 못하던 차에 발견한 소설입니다. 참신한 뭔가를 기대하신다면 비추지만 필력을 중심으로 볼 만한 소설을 찾고 계신다면 시간을 들여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내 꺼 희생해가면서 도와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게 호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주인공이 호구라하기엔....괜히 저때문이 작품에 폐가 되는 걸까 걱정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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