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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 바다별
작성
16.04.02 00:54
조회
2,519

제목 :  눈알 사냥꾼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출판사 : 단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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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r Augenjager, 2011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전작인 ‘눈알 수집가’의 표지도 으스스했지만, 이번 표지도 만만치 않다. 눈이 있는 부분은 제목과 음영처리로 잘 보이지 않은, 뭔가 덮인 채로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의 얼굴 부분이 클로즈 업 되어있다. 얼굴을 덮은 것은 무얼까? 비닐 같다. 누군가 뒤에서 저 사람의 얼굴에 비닐을 덮어씌우고 목을 조이는 걸까? 저러다 숨을 쉬지 못하면 죽을 텐데……. 저 사람은 지금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거나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아, 어쩐지 표지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불안하고 두근거리게 만든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책이 든 택배 상자가 오면 어머니는 늘 궁금해 하신다. 당신님도 보실만한 책이 있으면 빌려가곤 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이러이러한 책이 왔다고 어머니에게 말씀드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전에 ‘눈알 수집가’ 제목만 보시고 기겁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 보여드리면 노인네 서운해 하시기 때문에, 어떤 책이냐는 질문에 조용히 표지를 보여드렸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어머니가 전에도 비슷한 거 있지 않았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하자, ‘그런 책을 쓰는 사람이나 그걸 읽는 너나 참…….’이라며 혀를 차셨다. 아니 왜! 이런 소설이 얼마나 재밌는데!

 

  지난 이야기에서 눈알 수집가의 정체를 알아내고 납치당한 아이들을 구하는데 성공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빼앗긴 초르하프. 소설은 범인의 지시대로 자신의 눈을 총으로 쏘는 그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두 달이 지난 후, 지난번에 큰 활약을 했던 알리나는 경찰의 요청으로 여자들을 납치강간하고 눈꺼풀을 도려낸 안과의사 차린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에게서 또다시 환영을 보며 불안함에 휩싸인다. 그런 그녀를 찾아와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한 여인. 사라진 소녀와 차린은 무슨 관계일까? 초르하프는 과연 아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와, 잔인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내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이번 이야기의 범인인 의사 차린은 진짜 잔인한 놈이었다. 그냥 눈꺼풀만 도려냈다고 했을 때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그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일을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서 왜 그녀들이 자살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고 해봤다. 일분도 참기 힘들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평생을 그러고 살아야 한다. 범인도 잔인하고, 독자들에게 그걸 깨닫게 한 작가도 잔인했다. 다른 범죄수사물은 그냥 이러저러한 일을 당했다고만 나오는데, 이 작가는 그걸 꼼꼼하게 다 느낄 수 있도록 표현을 해놓았다.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의 심리를 동시에 느껴보라는 배려였을까? 그렇다면 성공했다. 나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잠시 책을 놓게 만들었으니까.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아, 진짜 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다.

 

  대개 소설들은 사건이 마무리되면 그럭저럭 안정을 되찾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데, 이 책은 그러지 못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한 번 경험한 악의 공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어쩌면 그게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쉽게 극복될 리 없으니까 말이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좀 더 잘 것이냐 밥을 먹을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점심 메뉴는 뭐로 할 것인가, 자기 전에 게임을 한 판 할 것인가 말 것인가까지, 눈을 떠서 다시 감을 때까지 매분매초 뭔가 선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선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차린이 살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거였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괜히 휘말리기 싫어서, 자기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싫어서, 불의를 보고도 외면한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모른 체 했기 때문에 일어난 범죄 피해자들을 대신해서 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알고도 일부로 그랬다고 볼 수가 없는데, 무조건 그런 짓을 해도 괜찮은 걸까? 게다가 여자만 잡아다가 그런 짓을 하는 걸 보니, 그건 핑계 같다. 처음 일을 저질렀을 때는 보고도 못 본 척한 사람들에게 화가 났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이후는 그냥 자기보다 약한 여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는 것에 맛을 들인 거 같다.

 

  또 이런 의문도 든다. 방관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꼭 옳지 못한 일일까?

 

  남을 도우려다가 도리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혹 볼 수 있다. 내 조카 같은 경우도 그랬다. 그 녀석이 반에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왕따 시키고 싸우는 애들에 대해 담임에게 말했더니, 도리어 ‘넌 왜 친구들을 이간질시키고 나쁜 말을 퍼트리니?’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었다. 충격을 받은 녀석은 학교 가기 싫다고 전학시켜달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런 아이에게 그래도 어려운 사람을 돕고 불의를 보면 어른들에게 알리라는 말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불의를 보면 돕거나 누군가에게 알려서 도움을 줘야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이 세상은 서로 돕고 사랑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이 나라에서는 그게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불의에 맞서면 도리어 피해자가 되는 세상이다. 바른 말을 하면 미움을 받고 어른 말을 들은 아이들만 죽어가는 이 나라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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