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엔젤게임 (1부)
작가 : root25
출판사 : http://www.mai-net.net/bbs/sst/sst.php?act=dump&cate=all&all=20196&n=0#kiji (일본웹소설)
편의상 비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건 아래에 올라와있는 감상겸 추천 게시글 때문이었다. 평소 윤환전생같은 무한루프물을 좋아했던 필자로서는 간략한 내용만 봐도 끌릴 수밖에 없었으니...
그리고 바로 어제, 번역기를 이용해 접한 필자의 심정을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미쳤다! 이런 미친 판타지!
간략한 줄거리를 다시 살펴보자.
흔히 말하는 히키코모리형 주인공 ‘유카리후지 긴지’는 어느날 자신을 천사라 자칭하는 ‘진’의 부름에 의해 알 수 없는 흰색 공간에서 눈을 뜬다.
긴지의 고통스런 나날, 감추고 있는 비참한 진실을 어째선지 모두 꿰뚫고 있던 진은 그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그것이 바로 엔젤게임이라 불리며, 앞으로 주인공이 겪게 될 끝없는 지옥의 시작이었다.
게임의 룰 자체는 간단하다.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아이템은 한 자루의 흑도 ‘사쿠라’, 그리고 주인공은 그 한 자루 칼에 의지해 매 스테이지마다 나타나는 적을 물리쳐야 한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주인공은 몇 번이든 부활하여 적에게 다시 맞설 수 있으며, 이 게임은 최종보스를 물리칠 때가지 계속된다.
우선 밝혀둘 것 하나. 이 소설은 리얼계 판타지다. 무슨 소리냐 하면, 평범한 고등학생 수준의 몸보다도 살짝 뒤쳐지는 주인공이 딸랑 검 하나 들고 맞서오는 적들을 상대해야 한단 것이다.
기, 마나, 차크라, 스테이터스? 주인공에게 그런 과분한 선물이 주어졌다면 미친 판타지란 소리는 나오지도 않았다. 주어진 건 무지무지하게 튼튼한 한 자루 검이랑 부활능력뿐이다...!
튜토리얼 겸 첫 스테이지로 나온 적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터 ‘코볼트’. 여기서 필자는 지금까지 봤던 이계진입물이 얼마나 상황좋게 전개됐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주인공은 코볼트 한 마리를 죽이기 위해 120번의 죽음을 맞이한다.
필자야 이 다음 라운드도 리얼계 판타지란 범주 안에서라면 그럭저럭 수용가능한 범위라고 생각했지만, 주인공의 입장에선 아주 미칠 노릇일 거다. 타작품들에선 마법과 오러로 썽둥썽둥 썰렸던 ‘열 마리의 코볼트’가 이 정도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선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또 있다. 주인공이 사망하여 부활되는 동시에, 스테이지의 상황이 리셋되고 만다는 것... 즉 XXXX마리의 무언가를 죽여야하는 상황에서 600마리를 처리하고 죽으면, 다시 본래의 XXXX마리로 돌아와있다. 무조건, 죽지 않고 주어진 목표물을 모조리 토벌해야만 클리어된다는 말이다! (미친 판타지!)
여기까지가 맛보기. 3라운드의 총과 칼을 쓰는 사무라이를 간신히 뛰어넘은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던 건 그저 코스믹 호러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지독한 악의였다.
견식이 짧은 필자로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일반적인 무한루프물에서 과감히 생략되거나 간단하게만 다뤄진 ‘망가지는 주인공’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단 점이다.
사람에 따라 중2병스런 면이 다분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솔직히 저런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미치는 것도 미치는 것 나름인데, 이게 정도를 넘어서면 미치는 것조차 지쳐 마음대로 정신줄 놓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납득이 될 정도의 철저하고 압도적인 무기력함이 주인공을 짓누르기 때문이며, 그러한 코스믹 호러가 글을 읽는 독자마저 집어삼킬 것처럼 큰 공포를 준다.
직접적인 육체적 성장의 여지는 전혀 없다. 매 스테이지의 클리어 후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일상은 단 하루 뿐. 잠에 들면 어느 순간 처음의 하얀 방이고, 으레 그래왔듯 파트너 ‘사쿠라’를 받아들어 언제 끝날지 모를 지옥에 발을 들인다.
처음엔 벌써 최종보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필자까지 막막하게 했던 vs 드래곤... 거짓말같은 강력함을 현실계 인간에게 몸소 보여준 이놈은 주인공의 목숨 1억 5천만 정도를 단번에 빼앗는다. 허나 이 뒤에 이어지는 코스믹 호러는 독자마저 식겁하게 만든다. 진심으로 꿈에 나올까 무서울 지경이었다.
이런 종류의 광기는 또 오랜만에 접해보는지라 꽤나 신선하다고 느꼈다. 눈앞이 컴컴한 절망속에서 간신히 일어선 주인공이 인간의 몸으로 절대 넘어설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한계를 극복할 때마다 감도는 쾌감도 좋았지만, 반면 직후에 텐션을 기하급수적으로 낮추는 다음 라운드는 필자를 조금 지치게 하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 극한의 상황을 타파했기에 전해오는 흥분도 크기에 장점이자 단점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론 정신없이 글을 전부 읽게 만들었으니까.
분량은 요즘 출간소설의 1권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딱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스테이지가 추가됐다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엔딩부분에서조차 막막함에 가까운 여운을 선사하니, 정말이지 작가의 정신세계가 의심될 정도... 아무튼 상당히 매력있는 작품이었기에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이런 소설을 알게 해주신 이사퀘사이 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며 마무리하겠다.
감사합니다.
(추가로, 엔젤게임 2부는 전혀 다른 내용이기에 다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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