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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約鮮
작성
07.10.31 17:02
조회
3,315

작가명 : 우루

작품명 : [진천무한]

출판사 : 문피아 자연-무협란

진정한 퓨전을 보여주마 - <우루>님의 [진천무한]을 읽고

이 글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퓨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우루님의 [진천무한]에 대한 감상글이면서 동시에 퓨전과 크로스오버를 구분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내고자 하는 글입니다.

토론마당에 관련 토론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퓨전fusion과 크로스오버crossover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싶습니다. 물론 두 용어 모두 어떤 대상이 다른 장르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나 그 결과물이라는 의미로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fusion의 어원인 라틴어 fuse(섞다)에서 알 수 있듯, fusion은 두가지 이상의 재료나 대상이 완전히 섞이거나 융합되어 버리는 과정 혹은 그 상태를 뜻합니다. 굳이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용광로에서 철과 구리와 같은 서로 다른 금속들이 완전히 녹아 섞여서 새로운 합금으로 탄생하는 것쯤 될까요? 만화 드래곤볼에서 트랭크스와 손오반이 퓨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합체하는 것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fusion의 뜻은 융합, 용해, 연합, 합병 등의 뜻으로도 확장되어 쓰이지요.

반면에 crossover는 척봐도 (무엇)위로 건너다라는 cross + over 의 동사구가 명사화된 단어로, 육교나 입체교차로를 나타냅니다. 교차하다, (무엇을)건너다라는 1차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파생의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재즈에 라틴이나 락음악의 속성이 섞인 재즈음악]이라는 뜻도 있고, 음악이나 패션, 음식 등에서 두가지 이상의 다른 스타일이 융합되거나 결합되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보면 fusion이나 그 뜻이 다를 바 없죠.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그 어원을 찾아보면, 원래 미국에서 어떤 곡이 다른 각각의 장르 차트에 동시에 순위권으로 등장하게 되고, 한 곡안에 다른 각각의 장르 속성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런 곡을 crossover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예를 들면 원래는 재즈음악인데 락적인 요소로 인해 락 장르의 차트에도 순위에 오르고 여러 장르 차트를 넘나들기 때문에 크로스오버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죠. 물론 한 음악에 여러 속성이 녹아있기 때문에 퓨전의 뜻도 포함되지만, (무엇)을 건너다, 교차하다라는 1차적인 뜻이 그렇듯, 기본적으로 여러 속성이 섞여있는 것을 지칭하기 보다는 다른 장르에서도 통하고 다른 장르에까지 넘나들수 있는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라고 생각하셔도 좋지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ㅠ.ㅠ)

이런 의미적인 구분을 장르소설에 적용해본다면, 단순히 무협에서 판타지세계로 혹은 반대의 경우처럼 단순히 주인공이 다른 차원으로 넘나드는 스토리의 이계진입판타지 같은 경우에는 크로스오버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고, 옛날부터 전해오는 무공이나 내공수련방법을 가지고 있으면서 현대생활에 적응해 가는 소설은 퓨전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겠죠.

서론이 엄청 길었지만, 오늘 추천하고자 하는 우루님의 [진천무한]은 크로스오버보다는 퓨전에 더 가깝고 퓨전의 전형을 보여주는 무협소설입니다.(우루님이 카테고리 분류를 무협으로 해놓으셨고, 아직 글 초반부라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퓨전의 전형을 보여주는 무협소설이라고 일단은 말해둡니다.)

퓨전의 전형이라고 하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퓨전의 조건을 아래과 같이 충족하기 때문입니다.

1. 각각의 다른 세계관이 서로 공존하고 융합되어 있어야 합니다. 흔히 [무협 + 판타지 ] 혹은 [현대물 + 무협], [현대물 + 판타지] 정도의 조합이 가능하겠지만, 이런 조합이 단순히 더하기가 되기보다는 교집합 정도가 되어야 더 퓨전에 어울립니다. 물과 기름을 섞어놓아봤자 두 층으로 나누어져 있다면 서로 용해되고 융합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같은 용기에 담아둔 것일 뿐이거든요.

2. 이계진입을 해도 좋지만, 단순히 넘나들기만 한다면 크로스오버일 뿐입니다. 위와 마찬가지의 설명입니다만, 이계진입이라는 유행을 가져왔던 전동조님의 [묵향] 같은 작품은 엄밀히 말한다면 퓨전이라기 보다는 크로스오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무협에서 판타지로 다시 무협으로 차원이동을 하게 되지만 주인공 묵향은 무협의 세계에서는 묵향으로, 판타지의 세계에서는 다크로 살아갑니다. 물론 묵향과 다크는 동일인이지만 각각의 세계를 섞으려고 하기보다는 각각의 세계에 동화되어 가는 느낌이 더 강하니까요. (이건 그냥 예로 든 것 뿐입니다.)

3. 시대적 배경이 현대이거나 현대와 관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두가지 이상의 세계관이 동시에 나와야 되겠지만, [무협 + 판타지]의 경우는 이계진입 스토리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무협의 세계와 판타지의 세계에 대한 독자들의 스키마가 너무나 확고하기 때문에 두 세계를 섞는 것은 물과 기름을 섞는 것과 같기도 하고, 그보다는 단순히 cross over 하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와 감흥을 줄 수 있기도 하구요. 어차피 상상이잖아 하면서 쉽게 가공의 세계에 동화되어버리고 속아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가 배경으로 관련되어 버리면 보통 독자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이 직접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무협 혹은 판타지의 세계를 결합하거나 연관짓는 것에 대해 부정하거나 최소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마련입니다. 상상해보세요. 무협세계에서 주인공이 장풍을 쏘고 검강을 구사하고 하늘을 날아다녀도 전혀 이상이 없지만, 같은 반 친구가 알고보니 뒷골목 깡패에게 장풍을 쏘고 검강을 구사한다? 조금 꺼리낌이 생기게 마련이고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없어집니다.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을 볼 때와 실사 영화를 볼 때의 차이라고 할까요? (뭐 최근의 경우에는 더 진짜같은 에니메이션도 있고, 말도 안되는 영화도 있지만요.)

그래서 현대가 배경이 되어버리면 무협과 판타지 세계를 다루는 것과 그 양상이 다른 것이, 실재하는 현실에 무협과 판타지 세계적 설정을 교묘하게 숨기거나 아주 짜임새 있는 설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정교한 설득이 필요한 것이고, 미흡하다면 퓨전이 아니라 뒤죽박죽 잡탕이 되기가 십상입니다. 퓨전이라는 것이 녹이고 섞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재료를 녹이기 위해서 좀 더 많은 노력을 가해야하고, 일정한 비율로 섞기 위해 세심한 조절이 필요한 것인데, 현대가 배경이 되면 자연스럽게 퓨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아, 물론 순수 현대물의 경우는 논외입니다.)

우루님의 [진천무한]은 위의 세가지 퓨전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충족하고 있습니다.

1. [현대물 + 무협 + 판타지]입니다. 판타지적 요소는 미리니름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구요. 부분적으로는 비록 허구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겨레의 역사까지도 포함된 역사소설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세가지 세계관은 판이하게 다르고, 보통의 크로스오버 장르소설의 경우 각각의 세계관은 따로 평행하게 존재하고 어떤 기연이나 계기에 의해 연결될 뿐입니다. 하지만 진천무한에서는 이 세가지 세계관을 통합적으로 묶어내려하고 있습니다.

2. 이계진입의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글 내용은 [현대물 +무협+(판타지)]의 퓨전입니다. 주인공의 사부의 과거행적을 살펴보니 판타지로의 혹은 판타지에서의 이계진입이 약간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주인공의 이계진입은 없고, 현대에서의 사건만 보더라도 훌륭한 퓨전이니까요. 좀더 스토리가 진행되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3. [진천무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현대물이기 때문에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고 작가님께서 좀더 정교한 설득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셨다는 것을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 등장하는 대만사람은 팔극권으로 유명한 신창 이서문의 제자인 유월협과 관련된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이런 소재는 이미 [권아]라는 일본만화에서 아주 재미있게 다루어졌죠. 또 주인공 장진혁의 사부가 될 동방노에 대한 묘사도 역사소설에서 많이 다루어졌던 겨레, 얼과 같은 민족적 소재와 함께 다루어집니다. 이러한 다양한 소재와 등장인물, 세계관을 짜임새 있게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작가님의 세심한 노력과 정성없이는 불가능 하겠죠.

덧붙여서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주인공 장진천은 타고난 관상과 운명으로 인해 불가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어느 한 스님의 손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되지만 그 스님으로부터 비전되어오던 무예를 배우게 되고 결국 비전의 전승자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 겨레 고유의 비전을 탐내던 중국의 무술단체의 음모 때문에 폐인이 되고 말지만,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됩니다.

더 이상은 미리니름이 될 것 같아 자세히 소개하지는 않겠지만, 곧 정규연재로 옮겨가실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한 저의 허접한 의견을 참고하시면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구요. 왜 진정한 퓨전이라고 말씀드리는지 확인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진정한 퓨전, 우루님의 [진천무한] 추천합니다. 재미있습니다. ^^

---------------

덧붙입니다.

가장 최근 편에서는 fusion이 아니라 crossover의 내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제 개인적인 분류로는 헷갈리기 시작하는데요, 본문에서도 말씀드렸듯 차원이동을 한다고 해서 꼭 crossover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구요. 글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fusion으로 되돌아오겠죠? ^^;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   추천!!!


Comment ' 3

  • 작성자
    Lv.4 우루(雨淚)
    작성일
    07.10.31 17:35
    No. 1

    과분하신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거 約鮮님과 석굴암님께 실망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계속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탈퇴계정]
    작성일
    07.10.31 18:25
    No. 2

    우와 이런글을 두고 진정한 감상글입니다. 라고 할수 있겠네요 ㅎ
    바로 달려갑니다 ㅇㅎㅎㅎ
    오랜만에 걸작하나 보는거 같네요 ㅇ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woonghan
    작성일
    07.10.31 19:17
    No. 3

    공부 많이 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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