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방수윤
작품명 : 허부대공 1-2권
출판사 : 삼양출판사
잘 쓴 글이다.
그렇게 느꼈다. 읽기 편하니까.
단순하지 않은 내용인데도 머리 속에 잘 들어오니까.
주인공은 가족 매니아다.
'가족'에 대해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용서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주려 한다.
가족이 되는 데 자격요건은 없나보다.
정략결혼 비슷하게 얼굴 한번 못보고
결혼하게 된 아내도 가족이며,
그 아내의 배다른 자매와 계모조차 가족이며,
자기 의지는 1%도 포함되지 않은 채
선발된 대공위사대도 가족으로 삼는다.
내 관점에서 보자면 정말 소중해서 가족인 게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 그 울타리 자체가 소중한 것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가족이 아니라,
가족이니까 사랑한다.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랑하기 때문에 너와 결혼한게 아니라,
결혼했으니까 널 사랑한다.
도대체 여기에 무슨 정이 있고, 사랑이 있나.
아무 의미도 없다.
가족이란 이름에 가치를 부여하고,
가족이란 테두리를 치고,
그 안에서 가족 놀이를 하는 것 뿐이다.
주인공의 과거를 보자면 그럴 만도 하다.
'가족'이란 울타리를 동경하고, 절대시하는
그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해도 된다.
그러나 공감은 못하겠다. 전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재밌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가족에, 정에, 유대감에, 울타리에 굶주려 있는지도 모른다.
대공위사대의 떨거지들, 구소희의 자매들, 그 계모.
모두 가까인 이들에게 버림받거나 내쳐진 자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주인공이 제공하는 가족이란 울타리는 따뜻하겠지.
소설이기 때문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는 거겠지만,
주인공 주변에는 그런 인물들이 많고,
마침 주인공은 가족 매니아다. 좋은 궁합이다.
솔직히 이들간의 감정이, 특히 주인공쪽의 감정이
매우 피상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도
대공위사대가 주인공에게 감화되어 가는 과정은 마음에 들었다.
특히 신풍검 능소는 베스트 캐릭터다.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에게, 그들이 기존에 겪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인간관계를 제공한다. 즉, 가족으로써 대한다.
이로써 이야기가 점점 진행이 되어간다.
죽어라고 가족을 더 늘려가는 이야기가 될지,
혹은 이제부터는 (명목상) 가장 가까운 가족이랄 수 있는
아내 구소희와의 관계에 집중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허부대공은 설봉님의 마야와는 다른 의미로 주인공이 약하다.
무공을 모르고, 내공을 쌓을 수 없으니까.
마야의 경우 다양한 특수능력과 뛰어난 지혜로 이를 극복했다면
허부대공은 역시 뛰어난 지혜와 주인공의 성품,
각종 기연으로 극복한다.
아직 2권에서는 밝혀진 부분이 적어서,
앞으로의 진행을 주목해 봐야겠다.
많은 분들이 앞으로의 진행이 어떻게 될지
뻔하다고 하시던데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허부대공의 앞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구소희와의 관계가 중심이 될 가능성은 크지만,
어떤 관계를 구축할진 알 수 없다.
방수윤님이 가진 이야기꾼의 재능을 믿어봤으면 한다.
이 감상은 그저 감상이며 아직 추천은 아니다.
2권까지 읽은 바로는 아 재밌다, 기대된다, 정도다.
명작이 될지 범작이 될지는 완결이 나 봐야 알겠지.
어쨌든 큰 기대를 걸어봄직한 글이었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19269478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