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저는 일본인들의 과대망상이랄까 편집증 때문에 그들의 인문서, 혹은 비평서를 높이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소설가가 소설분야에서 일가를 인정 받았으면 그것으로 족하면 될 것을, 건축이란 이러이러해야 한다, 영화란 이래야 한다는 식으로 설레발치고, 또 그것을 '무슨무슨 선생님의 지적이다'라고 숭배하는 경향이 뚜렷한게 그네들의 성향입니다.
좋게 보자면 한 분야의 끝을 본 자는 다른 분야에도 남다른 식견이 있을 것이라......라는 근거없는 만류귀종 식 사고방식인데, 공자왈 맹자왈하던 유생이 갑자기 절대고수가 되는 유생시리즈 무협보다 더 황당할뿐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몇년 전에 소위 게임뇌라는 것이 있다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두뇌가 일반인과는 다른 쪽으로 개발되어 결과적으로 단편적이고 부도덕적인 인간이 되어버린다는 소리를 지껄인 의사의 주장이 마치 증명된 정론인 듯 하게 일본사회에 받아들여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이 조용히 사그러들었지만, 시마과장이란 색골이 출세하는 과정을 샐러리맨의 바이블인양 포장해서 팔아먹고, 또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얄팍한 상술 내지는 비판 수준의 사회에서 나온 소리들을 정색하고 일일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동물화 포스트모던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인문서는 딱 그만큼의 자극을 즐기는 정도에서 그쳐야지, 거기에서 어떤 심오한 이론이라던가 체계를 발견하리라는 기대는 해서는 안되겠지요.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포스트모던이니 탈구축이니 하면서 잡지처럼 난잡하게 이런저런 주제를 온갖 미사여구로 도배한 책들이 쏟아지지 않았습니까? 결국은 조금 배웠다는 자들의 자위용 글장난에 지나지 않아서 현실에 대한 어떤 전망도 주지 못한 잡문들.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인 후학들은 그것의 달콤한 탁상공론에 빠져 똑같은 자위질에 빠지게 하는 주화입마용 마공서적들은 저자거리에서 한권 값에 여러권을 끼워파는 정도의 가치를 지닐 뿐이고, 싼값에 그걸 구입한 동네 꼬마는 절대로 일대 협객이 될 수 없습니다.
뭐, 한번 읽고 가치 없다는 것을 느끼는 정도의 감각만 있다면 주화입마까지는 가지 않겠지요. 아주아주 드문 일이지만, 그런 것들 사이에 진짜배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날카롭게 글빨을 세우고 있는 여러분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길거리 좌판을 응시하고 있기도 합니다만...... 신공절학이 달리 귀한게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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