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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중국..리얼 무림.

작성자
Lv.66 서래귀검
작성
13.08.04 19:32
조회
5,509
강호중국.jpg

1. 강호: 작게는 비밀결사들의 사회, 넓게는 강호의 규칙을 받아들인 일반인의 사회까지 포괄하는 개념. 저자는 현대의 중국을 강호화 되었다고 표현한다. 일을 진행하려면 꽌시(관계, 인맥)가 있어야 하고, 꽌시가 없으면 꽌시를 만들기 위해 예물(뇌물)을 바쳐야 한다. 공식적인 규칙은 허울뿐이며 일이 진행되는 것은 인맥에 따르는 것이다. 


2. 관제묘: 어째서 관우가 신이 되었을까? 저자는 그것을 도원결의에서 찾는다. 삼국지는 무협의 시초다. 혈연적 관계를 뛰어넘는 ‘의’로 맺어진 새로운 사회관계망의 윤리를 대표하는 것이 관우다. 관우는 조조의 환대를 뿌리치고 유비를 찾아갔으며, 조조의 호의를 갚기 위해 적벽에서 조조를 놓아준다. 나는 이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은 유비에 대한 배신이 아닌가? 그러나 ‘의’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 것, 그것은 공과 사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것이 강호의 중심가치다. 청방 등 온갖 무림결사들이 관우에게 제사를 드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관우처럼 ‘의’를 중시하며 ‘결의형제’의 가치를 목숨걸고 지켜야 한다. 

3. 비밀결사: 비밀결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주원장의 일화를 보자. 그는 산동지방의 농민이었다가 가뭄이 들어 탁발승이 되어 떠돌다 백련교에 가입한다. 백련교에 사람들은 왜 가입했을까? 그것은 백련교가 사람들을 돌봤기 때문이다. 보험도 없고 복지도 없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뭉쳐야 했다. 신앙은 명분이다. 특히 근거지를 잃고 주원장처럼 떠도는 유민들은 기존 유교적 가치하에서의 농업정착사회의 혈연적 관계망을 잃고 그것을 대신할 것을 필요로 했다. 거기에서 바로 강호가 탄생한 것이다. 피의 가치를 대체할 의리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같은 피를 타고 나지도, 같은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삽혈을 통해 피를 섞고 같이 죽을 것을 맹세한다. 혈연을 흉내내는 것이다.

4. 무림의 역사: 진승, 오광의 난, 유관장의 도원결의, 종교적 비밀결사들(오두미도, 태평도, 미륵교, 백련교), 수호전, 명대 붕당과 상방의 형성, 청대 반청집단과 인맥네트워크의 형성 등등.. 무엇보다 강호의 전성기는 청대 말기, 중화민국의 형성기다. 청이 망한 혼란기에 권력의 공백이 생겼다. 이 혼란기에 강호의 비밀결사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솟구쳐 정재계와 군대를 틀어쥐고 군벌이 된다. 펄 벅의 대지를 보자. 왕룡의 셋째 왕호가 군벌로 일어서는 장면을 보면 무협이 따로 없다. 총칼을 든 젊은이들을 이끌고 의용군을 자처하며 녹림도를 물리쳐 흡수하고 지방관을 협박하며 군현에 자리잡아 세금을 거두고 군대를 유지하며 세력가가 되는 것이다. 많은 무협독자가 수천수만명이 싸우면 관은 그걸 두고 보고 있냐고 묻는 것을 봤다. 이것은 너무 한국적인 질문이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바로 그들이 관인 것이다. 군벌은 조금 특이한 사례가 아닌가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면 ‘계투(엔하에도 항목이 있다.)’와 ‘토루’를 검색해 보자. 분쟁이 창칼로 해결되는건 중국의 전통이다. 농민들이 지은 요새인 토루를 보자. 중세의 성을 능가하는 견고함이 보이는가. 그들이 두려워 한 것은 토비 뿐 아니라 이웃 농민들이기도 했다. 그들이 싸운 이유는 토지의 경계와 물 때문이다. 생존을 걸고 싸운 것이다.

5. 강호의 부상: 쓰촨의 집권당은 가로회였고, 광동의 군정부는 천지회였으며 상하이 도독은 청방의 두령이었다. 쑨원은 홍문 분파 치공당의 당주였고 장제스는 청방의 일원이었다. 청이 망하고 강호의 비밀결사들이 사회의 주도세력이 되자 강호의 법칙이 사회의 법칙이 되었다. 그것이 현대의 중국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중국에서 일을 처리하기위해 공식 절차보다 비공식적인 꽌시와 인맥에 의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호의 패거리 문화가 사회의규범이 된 것이다.

6.인정: 인정은 일종의 credit으로 강호의 화폐라 할 수 있다. 인정에는 여섯가지 법칙이 있다.
 1 의리를 중시하라: 그 가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득실을 따지지 말라.
 2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다: 받았으면 반드시 갚는다.
 3 되로 받고 말로 줘라: 그래야 관계가 지속된다.
 4 시차를 두고 주고 받아라: 바로 갚는 것은 상대를 모욕하는 것이다.
 5 채권을 쟁취하라: 인정을 베푼 자가 왕이다.
 6 빚 청산은 금물: 청산은 곧 절교를 의미한다.

7. 체면: 인정이 화폐라면 체면은 자산이다. 무협을 보면 주루에서 쓰잘데기 없는 이유로 싸운다. 황당해 보이지만 그것이 강호의 관습이다. 체면을 건드리는 것은 그의 생존을 위협한 것이기 때문이다.

8.그래서 무슨 의미가??: 쌍전이란 책이 있다. 수호지와 삼국지가 중국을 망쳤다고 비판하는 책이다. 오바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자 이해가 가는면이 있다. 아마 이 책과 주제가 비슷할 것이다. 중국의 강호화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한국인이고, 중국의 강호화가 그닥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무협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자. 무협의 흥성은 중국의 강호화와 맞닿아 있다고 얘기한다. 무협의 영웅이 사회의 영웅이 되면서 무협이 흥했다는 것이다. 즉 무협도 결국은 문학이고 사회의 반영이란 것. 

어쩌면 최근 악한 주인공을 찾는 무협독자들이 느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더 이상 홀로 칼을 들고 강호정복을 노리는 악의 조직과 싸우는 주인공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독자들이 읽기 원하는 것은 마교의 아웃사이더 무공을 익히고 더럽고 치사하고 위선적인 사회를 비웃으며 제자(가족)를 키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잘먹고 잘사는 주인공 같아 보인다. 사회적 대의나 만인의 행복 같은 추상적 가치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팍팍해진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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