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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4.09.30 12:34
조회
4,967
작가명 : 교고쿠 나츠히코
제목 : 무당거미의 이치 상,중,하
출판사 : 손안의 책


허름한 여관에서 매춘부가 눈을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일명 ‘눈알 살인’이라는 연쇄살인사건으로 보이고, 이러던 중 기독교계 여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서로 다른 살인사건이지만, 수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점점 밝혀지는 어둠의 연결 고리. 무당거미가 펼쳐놓은 무대 위에 작자를 지탄할 수 없는 막은 오르고, 교고쿠도와 친구들은 이번 사건에도 휘말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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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시리즈인 '철서의 우리'가 정발된지 꽤 되었습니다. 그래도 광골의 꿈-철서의 우리 출간 보다는 빠르게 나온 것 같군요. 다음 '도불의 연회'는 언제일지.

일단 이번 정발된 '책' 자체에는 꽤나 실망입니다. 교고쿠도 시리즈가 쭉 지켜오던 그 균일하고 두꺼운 양장본 사이즈가 아니라 일반 소설책 크기와 두깨의 반양장. 거기에다가 3권 분권... 이전 권들과 비교하면 상하 양 권 분권으로 충분한 분량인데 말이죠. 시리즈 도서의 5부라면, 확실히 읽을 사람은 어떻게 만들던 다 읽고, 안 읽는 사람이 읽기 기다리려면 한참 있어야 하는 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품을 줄이는 건... 일단 같이 꽂아놔도 '시리즈'라는 느낌도 안 들고요. 
안 그래도 출간 속도 느리다고 말이 많은 판에.

***

"기도사인지 무당인지 모르겠지만, 악마를 떼어내기라도 하시려고요? 웃기네요. 사람에게 씐 악마라면 떼어낼 수 있겠지만, 저는 악마 그 자체예요. 떼어낼 수 있을리가 없어-."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요."

추젠지는 드디어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당신은 악마, 악마 하는데, 그건 악마(Devil)인가요? 마왕(Satan)인가요? 아니면 악귀(Demon)인가요? 루시퍼(Lucifer)인가요? 그것들은 모두 다른 거예요. 기원이 다르고 역할이 다르고 속성이 달라요. 하기야 현재에는 완전히 혼동되고 말았지만. 애초에 악마가 태고부터 있었다면, 어째서 그런 혼란이 일어나지요? 당신이 배운 금서와 마서들은 12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쓰인 것인데, 특히 악마학이 성행했던 시기는 그 한가운데, 15세기경의 일이에요. 왜 그런 시기였느냐 하면, 그건 인쇄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독교 사회가 불안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거기에 맞는 교의를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악마가 표면적으로 학문으로서 체계화되는 데는 그런 배경이 영향을 주었지요." 

-교고쿠 나츠히코, 무당거미의 이치 p.133

중증 중2병 아가씨를 재압하는 교고쿠도의 언설에서 느껴지는 이 익숙한 키워의 느낌. 그나저나 추젠지 아키히코는 히브리어도 할 수 있다는게 들어났습니다. 이 작자 빙의 오너캐이자 지적 먼치킨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일가요.

***

일단 철서의 우리 보다는 확실히 읽기 쉽습니다. 그야 '일본 불교의 역사와 변천' 보다는 '유대교의 마술', '악마의 기원', '일본의 성 풍속의 민속학적 해설'에 대한 것이 읽기 쉬운 건 당연하죠. 다만 이번에도 여김없이 등장하는 일본 신화에 대한 부분은 이름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것 때문에 또 약간 햇갈립니다.

작품 내의 사건이나 배경의 묘사도 매력적이죠. 특히 '여학교'와 '여학생'에 대한 묘사들은 교고쿠 나츠히코의 또 다른 유명작이자 여고생들이 주인공이라는 '루가루'를 읽고 싶게 합니다.

철서의 우리 때도 '우부메의 여름'의 등장인물이 나와 놀라게 하더니, 이번 무당거미의 이치는 아예 과거의 인물과 인물이 총출동. 이러한 재출연들이 단순히 서비스가 아니라, 사건을 구성하는 한 요소였다는 것은 마지막에 와서야 들어나죠. 추젠지는 이제 사건을 해결 뿐만 아니라 사건을 발생시키는 중심에 온 것 같습니다.

***

이번 사건의 경우 워낙 플롯이 꼬여있기 때문에 한 번만 읽어서는 진범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개입했는지, 그것이 각각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파악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들어난 진범의 '최종 목적'에 미루어보면 아무래도 사건이 우연적 전개에 기댄 느낌이 큽니다.
추젠지는 "예정된 파멸"이라고 말하지만, 학교 파트건 저택 파트건 마지막 희생자들은 충분한 인원 배치나 간발의 우연 혹은 노력만으로도 죽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이건 오히려 죽은 쪽이 요행이라는 느낌이에요. 우부메나 망량, 철서 다 그랬지만, 특히 이번 '무당거미'의 경우 희생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이 더 들어나는군요.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전부 죽었기 때문에 최종적인 목표가 달성되긴 했지만, 반대로 죽지 않았더라도 결국 진범에게는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습니다. 최선은 무리라도 차선의 목표는 이루는 거죠. "모든 일이 실패할 것을 전재로 짜여있다"는 추젠지의 말 대로, 사건의 성질로 봐서는 이건 무척 '잘 짜여' 있기는 합니다.

***

이번 사건의 경우 일본 전통의 모계vs부계의 갈등이 표면이고, 거기에 휩쓸렸던 여성이 '개인'으로서 완벽한 곳에 이르려 한다... 는 이야기로 정리 될 수 있겠군요. 다만 이 경우, 아무리 에노키즈의 존재를 알고, 교고쿠도의 방식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 정도의 사건을 계획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일정 부분에서는 에노키즈를 가지고 놀고, 교고쿠도에게 머리로 대등할 정도로 맞섰다는 거니까요.

그런 사람이... 존재 할 수 있어...?

***

하여간 이쯤 되면 시리즈 자체도 상당히 많이 읽었으니, 이제 사 놓고 본편 스포일러 걱정에 손도 안 댄 '백귀야행'이나 '백기도연대'에 손 댈 수 있겠네요. 도불의 연회를 기다리긴 아무래도 지치니 일단 읽어놓고 기다려야겠습니다.

Comment ' 1

  • 작성자
    Lv.14 타이레놀ER
    작성일
    14.10.08 18:06
    No. 1

    마지막 장면을 위해 피의자를 죽이는 무리수가 많아 전작들보단 치밀하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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