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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 바다별
작성
16.03.19 17:52
조회
2,760

제목 : 눈알 수집가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출판사 : 단숨


  원제 - Der Augensammler (2010년)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책 제목을 본 어머니가 질색을 하신다. 세상에 눈알수집가라니! 끔찍하다고 하신다. 

 

 엄마를 죽이고 아이를 납치하는 자가 있다. 그리고 아빠에게 45시간 내에 아이를 구하라고 말한다. 그 시간이 넘으면 아이는 죽은 채로 발견되고, 눈알 하나가 없어져있다. 그래서 범인의 별명이 ‘눈알수집가’가 된 것이다.

 

  기자인 초르하프는 인질을 구하기 위해 유괴범을 죽였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전직 경찰이다. 그는 ‘눈알수집가’를 잡는 일에 열정을 보인다. 그런데 놈이 활동을 재개했는데, 현장에서 뜻밖에도 초르하프의 지갑이 발견된다. 설상가상으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경찰 무선을 듣고 현장으로 갔지만, 경찰은 그런 내용의 무선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졸지에 일급 용의자가 되어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맹인 안마사인 알리나가 초르하프를 찾아온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연락을 한 적도 없었다. 이건 그를 노리는 함정이고 음모였다. 초르하프는 수습기자 프랑크의 도움을 받아, 알리나와 함께 범인과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모든 정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경찰은 포위망을 좁혀온다. 병원에 있는 아픈 아들은 자신의 생일에 아빠가 오길 바라지만, 그는 갈 수가 없다.

 

  책의 구성이 특이하다. 맺음말로 시작해 첫 장으로 끝이 난다. 그 이유를 아는 순간, 욕설이 튀어나올 수도 있고 비명을 지르기도 하며 허탈해할지도 모르겠다. 범인은 중반 이후부터 짐작이 가지만, 이런 마무리일 줄은 몰랐다.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해서 소설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레니 크래비츠의 노래 'It Ain't Over Till It's Over'처럼 말이다.

 

  주인공이 경찰에 쫓기는 누명을 쓴 용의자라서 그런지, 경찰이 상당히 난폭하게 나온다. 특히 수사관인 숄레는 프랑크의 귀에 연필을 꽂아 넣겠다고 협박을 한다거나, 초르하프를 지하실에 가두고 고문을 하려고 한다. 욕설은 기본에 근거 없는 단정과 확신은 옵션이었다. 거기다 남의 말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얼마 전에 본 ‘영 블론드 데드’의 경찰들은 예의바르게 행동했는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같은 독일 작가의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행동이 다르게 설명되나보다.

 

  범인의 행위는 상당히 잔혹했다. 책에는 그냥 덤덤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따라 읽다보면 저절로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떠올린 장면들은 구체적이고 선명해서 상당히 수위가 높았다. 아, 난 왜 이리도 상상력이 좋단 말인가…….

 

  소설은 각각 인물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그러니까 1인칭 시점으로 대개는 초르하프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가끔 맹인 안마사 알리나, 경찰 스토야, 수습기자 프랑크 그리고 납치당한 아이인 토비아스의 시점인 장도 있다. 그래서 각자 어떤 상황에 어떤 심정인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몰입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매 장마다 토비아스를 구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더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시간은 자꾸 줄어드는데 다른 곳에서 삽질하는 경찰이나 갈수록 함정에만 빠지는 초르하프를 보면서 화도 나고 안타까웠다. 하긴 너무 쉽게 찾으면 읽는 재미가 없겠지.

 

  작가의 재치를 느낄 수 있는 몇몇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경찰에게 조언을 해주는 교수가 한니발 렉터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한니발 렉터는 잊어버리세요. 그건 어느 작가의 발명이고 현실과는 대충 나와 육상 선수 사이만큼의 공통점밖에 없죠.” 홀포르트는 휠체어 바퀴를 가볍게 찰싹 때리며 자기 농담에 혼자 빙긋이 웃었다.-P.142

 

  그리고 구글 어스를 사용하여 범죄 장소라 예상되는 지역을 찾는 프랑크의 재치에는 놀랐다. 역시 현대 추리 소설은 이런 최신 기술을 사용해야 제 맛이다. 너무 어려운 과학 기술을 사용하면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구글 어스 정도는 기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현대 영화에 대한 알리나의 대사에 공감했다.

 

  “예전에는 수사반장 연속극을 꽤 잘 따라갈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처음 십 분간 항상 음악과 소음만 들려요. 영화가 점점 영상 위주가 되는 것 같아요.”-P.104

 

  난폭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을 무자비하게 극한으로 몰아붙이기도 하고, 희생자들의 상태도 그렇고, 인정이나 자비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는 인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살벌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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