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사악한 늑대 - 늑대 고 홈!

작성자
Lv.5 바다별
작성
16.02.23 23:31
조회
2,331

제목 : 사악한 늑대

작가 : 넬레 노이하우스

출판사 : 북로드




  원제 - Boser Wolf, 2012

  작가 - 넬레 노이하우스

 

 

 

 

 

  그림 형제의 동화집에 나오는 '빨간 망토 이야기'라는 동화가 있다. 할머니 댁에 심부름 가던 어린 소녀가 늑대의 꾀에 넘어가 목숨을 잃는 내용이다. 길가다가 한눈팔지 말고 남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동화인데, '남자=늑대'라는 이상한 공식과 어린 소녀의 조합 때문에 은근히 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무래도 늑대가 소녀의 할머니 분장을 하고 침대로 소녀를 끌어들이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또한 사람들은 '먹는다'라는 말에 중의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니까.

 

  '빨간 망토 이야기'의 버전이 워낙에 많아서 순서가 다르기도 하지만,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와 빨간 망토의 대화는 대략 이렇다. 처음에는 눈이 왜 그리 크냐는 소녀의 질문에 늑대는 널 잘 보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 다음에 귀는 왜 크냐는 말에 널 잘 듣기 위해서, 큰 손에 대한 물음에는 널 잘 잡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은 왜 크냐는 소녀의 말에 늑대는 널 잘 먹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늑대는 소녀를 한 입에 삼켜버린다.

 

  뜬금없이 왜 갑자기 동화 얘기를 하냐면, 이 책의 표지 때문이다. 표지에는 빨간 두건을 쓴 어린 소녀가 바구니를 들고 서 있다. 그런데 헐? 자세히 보면 소녀가 아니라 늑대다. 게다가 방 안의 물건들은 깨져있거나 비뚤어져있다. 한바탕 바람이 휘몰아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미 소녀는 늑대에게 먹혔고, 이제 늑대가 또 다른 소녀들을 유혹하기 위해 변장을 한 것 같다. 표지는 너무도 적절하고 확실하게 책 내용을 얘기하고 있다.

 

  작가는 ‘빨간 망토’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남거나 죽은 소녀들 그리고 늑대에게 잡아먹히며 비명을 지르는 소녀까지. 그 와중에 늑대는 동화의 할머니처럼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소녀에게 다가간다. 처음에는 모습을 보는 것에 만족하다가, 목소리를 듣고, 만지고 결국엔 그들을 먹어버린다.

 

  그렇다. 이 책은 벼락 맞아 똥통에 빠져 죽어도 시원찮은 소아성애자들이 득실대는 소설이었다. 아, 진짜 읽으면서 화가 났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어쩌면 이리도 딱 맞아떨어지는 지……. 어떤 식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어린 소녀들을 공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은밀히 자기들의 욕망을 즐기고 꼬리를 숨길 수 있는지 늑대들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써먹다니, 쓸데없이 부지런한 놈들이다.

 

  그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만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그들은 그 누구에게서도 위로받지 못하고 고통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죽거나, 모든 것을 혼자 떠안고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아야했다. 아, 요즘은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성폭행 생존자’라고 부른다. 늑대의 이빨과 발톱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늑대의 공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는 용기 있는 생존자와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조직적인 늑대 사회를 파고 들어가 생명의 위협을 받지만,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신체적으로는 늑대에게 굴복했을지라도, 정신만은 지키겠다는 다짐 같았다.

 

  동화의 어떤 버전에서는 사냥꾼이 늑대에게 공격받던 빨간 망토를 구해준다. 작가 역시 사냥꾼을 등장시켰다. 바로 주인공인 경찰 피아와 그녀의 동료들이었다. 동화에서는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책에서는 초반부터 거의 그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저기 숲에 흩뿌려져있는 증거를 모으면서, 그들은 늑대와 생존자와 조력자를 구별하고 찾아 나선다.

 

  그 과정을 따라가는데, 참 힘들었다. 빨간 망토가 겪은 일들이 하나둘 밝혀질 때마다 책에서 잠시 눈을 떼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그냥 책꽂이에 넣어두고 다른 책을 읽을까? 왜 하필이면 이런 끔찍한 일들로 가득한 책을 골랐을까? 표지를 보는 순간 이런 내용일 것이라고 알았잖아? 굳이 다시 한 번 인간에 대한 불신감과 회의를 느끼게 하는 책을 고를 필요는 없었잖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빨간 망토가 살아남는 과정을 보는 것이, 늑대를 쫓는 사냥꾼의 뒤를 따르는 것이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습성을 알아야 더 이상 늑대가 숲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9636 퓨전 5천자 33화까지 연재한 아카데미물 감평좀 ... +3 Lv.9 글노예 22.02.25 220 0
29635 감상요청 신라장군 이사부 지상에서 웃는다 +1 Lv.6 부퍼 22.02.25 69 0
29634 감상요청 1화 부터 사로 잡을 방법이 뭔가요? +2 Lv.5 베가따 22.02.21 223 0
29633 무협 감평 요청드립니다. 이런 방향으로 계속 글... +2 Lv.6 부퍼 22.02.19 130 0
29632 감상요청 '황제는 살고 싶다.' 감상 요청 부탁드립니다. Lv.12 [탈퇴계정] 22.02.10 83 0
29631 감상요청 아카데미물 첫 연재입니다. 감상해주세요. +2 Lv.13 마우스피스 22.02.07 128 0
29630 판타지 10년도 전에 완결 된 무료 소설 추천합니다... Lv.80 챠루나 22.02.03 238 0
29629 감상요청 빡빡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십쇼!! Lv.8 텐안과먼 22.02.01 76 0
29628 감상요청 이세계 최강자 대한민국에서 깨어나다 피드... Lv.7 오팔일 22.01.26 72 1
29627 판타지 sss급? 아니 ex등급이다! Lv.6 꼰머 22.01.24 128 0
29626 SF 풍선인간 감상평 부탁드려요! Lv.11 찐빠중찐빠 22.01.23 87 0
29625 판타지 실시간 소설쓰기 방송합니다. Personacon 베지타맥스 22.01.22 111 0
29624 감상요청 특이 소재, 색다른 시도는 반드시 망하나요? +8 Personacon CP. 22.01.17 463 6
29623 감상요청 감상해주세요. +2 Lv.9 hildegar.. 22.01.12 119 0
29622 감상요청 탑회귀 암흑물 감평부탁드립니다! Lv.11 찐빠중찐빠 22.01.11 74 0
29621 감상요청 망했던 화가는 이제 창조도 가능합니다. 감... +1 Lv.6 검은도서관 22.01.10 65 0
29620 감상요청 성추행전 감평부탁드립니다 Lv.11 정의에사도 22.01.09 156 0
29619 일반 고견 부탁드립니다! Lv.7 그라면 22.01.06 66 0
29618 감상요청 '에이전트, 마당발이 되어라'를 쓰고 있습... Lv.49 월드스토리 22.01.04 37 0
29617 감상요청 컬렉터가 되는 주인공 이야기 감평 부탁드... Lv.11 수집가s 22.01.03 39 0
29616 감상요청 패권, 1398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Lv.12 밤없는나라 22.01.03 48 0
29615 감상요청 로웬, 마법학교 가다. Lv.2 UKnow 22.01.03 48 0
29614 감상요청 제로섬게임 Lv.17 [탈퇴계정] 21.12.31 106 0
29613 감상요청 크리스마스 날~ 케빈과 함께? ㄴㄴ Lv.10 폭거 21.12.23 58 0
29612 감상요청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 Lv.49 SSANTA 21.12.21 80 1
29611 감상요청 마법사가 헬스에 미쳐있다면? Lv.4 발렌띠아 21.12.20 93 0
29610 현대물 범죄자들이 빡쳐서 쓴 소설 Lv.13 민재윤 21.12.19 162 0
29609 기타장르 패권, 1398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Lv.12 밤없는나라 21.12.19 49 0
29608 SF 시간나실때 한번 읽어주실 수 있을까요? Lv.1 바닷가도시 21.12.19 81 0
29607 감상요청 성격이 아니고 인격이 다른 스포츠물 어떠... Lv.30 CHEK 21.12.11 68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