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적포식자, 플레이 더 월드
작가 : 디다트 님
출판사 : 문피아(?)
유적 포식자란 글을 추천받고 읽고 있었는데, 많이 익숙한 문체라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플레이 더 월드를 쓰신 디다트님의 차기작이더군요.
아무튼 이 글을 읽는데 한 화, 한 화 보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가독성이 문제가 아니라 글의 세계 자체에서 느껴지는 팍팍함 때문에요.
주인공은 모든 행동에서 이익을 바라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을 진행할 때에도 자신의 이익을 염두해두고 움직이죠. 이것만 보자면 자신의 것에 대해 철두철미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정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그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 누군가가 무엇을 제안할 때도 언제 뒷통수를 칠지, 사냥 도중에도 물건을 빼돌릴 수 있는지 등의 자신만의 이익을 계산하고 움직입니다.
문제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이상의 비중을 가진 조연, 악당정도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주인공과 비슷한 행위를 한단 겁니다.
그들은 주인공에게 오직 세가지의 방식으로만 접근합니다.
사업, 계약, 이용.
사업으로 접근해 온 사람은 사업이 끝나면 그냥 말없이 사라집니다.
계약을 하게 되면 서로 어떻게 하면 남을 더 빨아먹을 수 있을지만 고민합니다. 주인공이든 계약 대상이든.
이용 하려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뒷통수를 아름답게 후려칠지 음모를 꾸밉니다. 그리고 주인공도 똑같이 음모를 꾸며서 뒷통수를 후려치려고 하죠.
이들에게는 인간미라고 해야할지 정이라고 해야할지... 그런게 없습니다.
마치 이익에 따라 계산하고 움직이는 정교한 인간의 탈을 쓴 기계 장치들을 보는 느낌이에요.
현실보다 더 삭막한 사람들의 계산 밖에 없는 이 소설 속에서 저는 목이 텁텁해짐을 느낍니다.
이 분위기는 저에게 이 소설들을 사막같이 느껴지게 합니다.
한 화, 한 화를 읽는 도중에도 그 삭막함이 저를 도중에 쉬면서 보게 만들더군요.
보통 소설들을 볼 때 완급조절을 통해 긴장을 풀면서 진행을 하는데, 이 소설들은 오직 긴장 뿐 입니다...
가끔 유머라고 던지는 것 같은 것들이 생기긴 했지만 거의 사막에서 아침에 잠깐 맺힌 이슬 수준이고, 바로 다시 시작되는 이득계산과 음모가 모든 걸 증발시켜버립니다.
플더월에서는 이게 진짜 극단적으로 발달해서 동료라고 부를만한 사람 두 명, 스승이라 부를만한 사람, 그리고 아내(?)조차도 극후반까지 서로 이익만을 계산하고 살았습니다.
유적 포식자에서는 그나마 덜해졌다고 해야 할지...
이번엔 어머니와 여동생이 나와서 가족을 위하는 모습이나 단 것 좋아하는 것 등으로 완화좀 하시려 하는 것 같긴 하신데, 동료 뒤통수 치고 사람 빼가려는 놈이라던지, 사업 끝나자마자 볼 일 없어란 사람이라던지... 이 삭막함은 여전하단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직 긴장감과 계산만이 넘치는 이 세계들은 요새 소설 시장에서 보기 드문 달필이긴 하시나, 두 번 다시는 보기 힘든 피곤함을 선물해줍니다.
유적 포식자의 현재 무료분까지 다 보긴 했는데, 이 이상 결제하고 볼지는 고민을 하게 만들더군요.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소설 봤다가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현실보다 더하게 계산만으로 움직이는 이 소설들을 보고 있자니 진이 빠지는 기분입니다.
이 글들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 좋아서 개인적으로 이 소설들에 대한 감상을 적었지만, 다른 분들이 어떻게 느끼시는지, 저처럼 이러한 면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는지 궁금해 감상란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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