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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밀 시계라는 표현, 동감합니다. 이영도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하는 거지만, 소설에서 인물들이 지나치게 개성적입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평면적으로 여겨질 소지가 다분해집니다.
사람은 대부분 입체적이죠. 다른 말로 하면, 모두 다각적인 관점을 보이기 때문에 특정 예외를 접고서 바라본다면 보편적 '인간'으로서 비슷합니다. 다른 말로 '범주'라고 하죠. 그러나 이영도님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완연히 다릅니다. 공통점이 없습니다. 어느 한 쪽 사상으로 완벽히 성장한 인물입니다. 현실에 이렇게 편협하게 발전한 인물은 드물죠. 그리고 모든 인물들이 각자에 맞는 배역이 필연적으로 있습니다. 요컨대 쓸모없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이영도씨의 방대한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 인물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한계의 끝까지 표출해내야 합니다.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죠.
이영도님의 글을 풀어내는 방식을 납득할 수 있다면 즐겁게 읽겠지만, 아니라면 꽤나 괴상하게 여겨질겁니다. 숨쉴 틈이 없고, 이야기에 여백이 없죠. 이영도씨 같은 경우에는 그 끈질긴 타자에 대한 담론과 캐릭터 각각의 개성을 위해 등장인물의 입체적 표현을 포기하거나, 아주 제거해버린 케이스니까요. 때문에 '피를 마시는 새' 같이 초 장편 대하 드라마가 되어버리면 이야기와 주제의 방대함과 캐릭터들이 수행해야할 역할 사이에 이질감이 대두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이영도님이 중심인물들의 쓸모를 한계까지 사용하다보니 전개가 약간 억지스럽다는 괴리감도 들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이야기 전개상의 문제'나 '맹점'이라기 보다는, 이영도님 전개 방식에서 비롯된 당연한 귀결처럼 느껴집니다. 호오가 갈릴만한 부분인데, 저 같은 경우엔 (팬으로서) 그 치밀함이 마음에 들면서도, 동시에 그토록 소설 전개가 치밀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내에 존재하는 비논리적 관념들이 포장없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여하튼 어여 새 장편을 보고 싶은데 말이죠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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