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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흑도는 조폭과 비슷한게 맞죠.
사파는 지금은 딱히 비교할 대상이 없는데 굳이 따지면 용병대와 비슷한 면도 있고, 사설무력조직 중에서 정통성과 명분보다 실리와 현실성을 중요시해서 흑도와 겹치는 면이 어느 정도 있는 조직이라 봐야할 것이고요. 뭔가 명쾌한 예가 잘 생각이 안나는군요.
9대문파는 예전의 호국불교를 생각하시면 어느 정도 이미지가 떠오르실겁니다. 호국불교라고 한다고 불교가 항상 좋은 일만 했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스님이 악독하게 지주행세를 해서 백성들의 땅을 뺏기도 하고 세력이 강해졌을 때는 정치에 간섭도 했죠. 거의 망국에 달할 정도로 나라를 어지럽힌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세가 쳐들어왔을 때 목숨을 걸고 나가서 싸운 것도 사실이죠. 숭유억불정책에 탄압도 받고, 또 왕의 마음에 따라 불교가 존중받기도 하고...불교가 항상 올바르고 위대하거나, 혹은 사리사욕에 밝고 부패하거나 했던게 아니라 그런 일부분이 있거나 시대의 상황과 분위기등에 따라 달라졌던 것이죠. 9대 문파도 그렇게 여러가지 면이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딱 잘라서, 9대 문파는 조폭이다? 100%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호국불교도 조폭이다. 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물론 조폭도 시대 상황에 따라 김두한 같은 인물을 낳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현대니까 안되지만 과거였으면 그런 인물이 장수도 되고 일국의 주인도 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지경까지 가면 그 인물의 집단은 조폭을 초월했다고 봐야지 계속 조폭이라고 봐서는 안되죠. 중세의 '기사' 들도 사실 떠돌아다니는 유랑 마적단에 가까웠던 케이스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기사도가 생겼다는 얘기도 있죠.) 지역에 정착하면 그것도 조폭과 비슷하죠. 그러나 그것이 모든 기사가 조폭이라는 뜻이 되는가? 그건 조폭이라는 단어를 정말 지나치게 광의로 해석한 것이죠. 조폭 = 조직 폭력배의 약자니까 조직적으로 폭력을 쓰는 집단은 전부 조폭이라는 식의 억지해석입니다. -ㅅ-; 그럼 국군도 조폭인가요?
나는 사파다에 나오는 사파는 그냥 사파라기 보다는 흑도에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용어적으로 그렇게 딱 잘라지는건 아니지만...흑도 = 사파, 백도 = 정파 이렇게 나눠지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은 정/사/마 식으로 나누는 경우도 많은데 영웅문에서는 마교도 '사파'로 나오죠.
사파는 일종의 정치적인 분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명문정파'가 '사파'라고 규정한 무리가 사파인거죠. 규정하지 않으면 정도 사도 아니니 실제 그나마 사파라고라도 알려지기라도 했다면 어느 정도 세력은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사실 중소규모의 문파가 정파 사파를 따지는 무협지가 요즘 많은데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별로 정상적이고 개연성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파를 표방하는 문파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누가 인정해주나요...대문파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 방법은 있겠지만 남들이 얼마나 인정해줄지.
그리고 '세가' 같은 경우도 보통 정파로 많이 나오는데, 이 경우도 딱히 정파도 사파도 아닌 경우일 것이라는게 제 생각이네요. 무슨 세외세력이 쳐들어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세가는 굳이 정파를 표방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 더 많죠. '명문정파'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종교세력도 아닌 세가가 '정파'를 표방한다? 이것도 상당히 웃기는 생각이죠.
요즘 무협지는 가만 보면 정파만이 아니라 사파도 '사'라는걸 무슨 종교처럼 숭배하고 악한 인물은 악을 저지르는 것을 일생의 사명처럼 생각하는데...어떻게 옛날 소설인 영웅문 등의 인물이 보여주는 '평면성'을 요즘 신세대들이 쓰는 소설이 능가하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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