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확실한 주제의식"이라고 언급하셨는데요. 저는 확실한 주제의식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글에서 나타나고자 하는 주제를 독자에게 드러나게 위해 인문이나 철학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 게 확실한 주제의식인가요? 제가 "잃어버린 이름"이나 "희망을 위한 찬가"를 읽으면서 느낀점은 인문/철학적인 이야기 부분을 살짝 건너 띄고 보더라도 글 전개상의 불편한 점을 못 느낀다는 점이었습니다. 과연 그런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글의 주제랑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판타지소설을 가장한 심오한 척 하는 듯한 글을 읽는 듯하기도 하고 작가가 말 장난을 하는듯 한 느낌을 받아서 개똥철학이라고 느낀것 같네요. 개인의 취향차이겠죠. No offense.
저 또한 카이첼님의 글을 그저 가볍게 읽고 있는 입장이라, 여러가지 철학적 텍스트는 대충 스킵하고 있습니다. 카이첼님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는 알수 없겠지만, 단지 재미를 원하는 사람으로써는 읽지 않아도 스토리를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더군요.
솔직히 철학적 텍스트를 본문에 녹여주셧다면 생각없이 글을 읽는 저 같은 독자들에게는 좀 더 친절한 글이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점에서는 작가님께서는 더 어려운 내용을 담으셧다고 하는 '클라우스 학원이야기'가 좀더 접근하기가 쉽더군요.
애초에 출판을 포기하시고 쓰신 작품이라, 대중성보다는 원하시는 내용을 원하시는 구성으로 써내려간듯한 느낌이더군요.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멋지게 해치웠다.'라고 생각합니다만, 생각없이 읽어내리는 독자에게 접근불가를 선언한건 아닌가 싶네요.
그런 내용들은 읽지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줄곧 독자가 굳이 그런 부분을 읽지 않아도 글을 재밌게 즐기는데 문제가 없도록 통합되면서도 분리된 영역으로 만들고자 주의했습니다. 때문에 재밌게 읽으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독자가 그런 수고를 무시하고 단지 분리되어 읽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그 부분의 의의 자체를 무시하고, 그것을 기초로 저와 글을 모욕하려 한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 글에는 그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활극의 면모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면모도 있고, 그것을 즐기는 독자분들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즐기든 독자의 마음입니다. 저는 어느 쪽 독자라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양쪽 모두를 즐기고 통합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즐긴다고 다른 쪽을 무시하고 모욕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카이첼님이 가진 그런 의도들이 글 자체를 부자연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힘을 좀 빼고 글을 써보시면 어떨까요? 카이첼님이 가지신 고민들을 이야기 속으로 녹여낼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주제와 가벼운 이야기가 서로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가진 세계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온전히 표현해내기엔 아직 어린나이가 아니신가 생각합니다. 그건 지식과 앎의 문제라기 보다 겪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삶에 녹여내지 못한 지식이 이야기 밖으로 툭툭 비져 나올 때, 그것이 아무리 충분한 고민과 사고의 결과물이건 간에 보통의 지적소양이 없는 독자(저 같은)들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런 지식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옳은 이야기라고 해도 사람들을 설득하고 움직일 힘이 없죠. 그래서 카이첼님의 글에서 작가의 의도와 생각이 필요 이상으로 이야기 밖으로 불거져 나와 있을때 보통의 독자들은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 글중에서 희,찬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는데, 어렵게 쓰여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희,찬의 은결에게 매력을 느꼈었고,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벼운 인문학 서적을 몇권 정도는 찾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김수행교수님의 강의와 주류 경제학과 대안 경제학이 여러 지파들에 의견도 어느정도 찾아 읽어보게 되었구요. 결과적으로 이글은 저에게 지적자극을 준 셈이지요. 하지만 제가 그런 것을 얻기 위해 이글을 읽었을까요? 아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읽었고, 이해가 안되서 다른 글들을 찾아보았던 거죠.
물론 잘쓰여진 문학작품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읽기의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느냐고 되물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이첼님의 글속에 담긴 고민들이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지느냐와 무관하게 일반소설들 처럼 그런 고민들을 이야기속에 잘 녹여내고 있는지는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보통의 독자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문득 자신의 삶에 대하여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카이첼님의 글이 그런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보셧으면 합니다.
저는 수준높은 독자가 아니라서 가끔 올라오는 카이첼님글에 대한 감상들을 보면 벙찌게 되곤 합니다. 라이트한 독자는 라이트한 독자대로 수준높은 독자는 수준높은 독자대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시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지만... 글쎄요. 라이트한 독자가 보기에는 이도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어느 쪽을 목표로 한 글을 쓰실 것인지 이제 결단을 내리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저는 캐릭터와 말하고자하는바 사이의 괴리감이 들기는 들었어요. 그렇지만 가벼운 읽기로 글을 보는것과 수준높은(?) 읽기로 글을 보는것 양자만족이 영불가능한 것인가 의문이드네요...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소재로 어렵다고 여겨지는걸 녹여내는 글이 딱히 불가능한지는 저는 잘모르겠지만 애초에 카이첼님은 가볍게도 읽을수있고 무겁게도 읽을수 있는 글을 쓰시려고 했고 어느정도는 성공했다고 저는 여기고 있습니다. 아주 잘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제가 느끼는 괴리감이 꺼려저 단언할수는 없습니다만 그게 제문제인지 카이첼님의 문제인지도 아직 라이트한 저로써는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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