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정토종 에피소드는 단순한 작가의 종교사상 알려주기가 아닙니다. '계'와 무림의 탄생에 관한 설정과 주인공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거나 넘어서야하는 무공의 경지, 즉 여명지검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게다가 세계관뿐만 아니라 주인공은 제2스승이라 할만한 악심과의 인연을 통해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게되지요.
인물간의 스토리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스토리만 가지고 소설이 됩니까? 보통 잘썻다고 하는 소설은 좋은 스토리 뿐만아니라 뛰어난 세계관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일 문제시되는게 세계관의 서술과 스토리의 진행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 입니다. 즉 그것을 작가의 필력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것은 비율의 선호문제라 모든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설탕 한스푼 넣은 커피를 좋아한다고 설탕 두스푼 넣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보고 잘못됬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ㅎㅎ
저와 같이 세계관이 책에 잘 녹아들었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글쓴님과 위의 분과같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제가 세계관이 책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토종 에피소드가 세계관을 보여주면서도 악심과 주인공의 인연이란 스토리또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명지검은 넘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입니다. 읽어보시면 대부분 공감하실만큼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감상문의 댓글을 보다보니 문득 이 작품 또한 '반드시 재미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걸 고루한 이야기라고 느낄만한 요소 또한 제가 보기에도 일정부분 있었고 그 부분에 집중한 감상을 쓰다보니 다소 악평이 된듯도 합니다. 이 고루한 요소는 한 분이 보기에 탄탄하고 제대로 된 세계관을 완성해나가는 재미있는 설정일 수 있고 다른 분이 보기엔 완전무결한 세계관에 매몰되어 재미를 반감시키는 사족처럼 여겨질수도, 또 다른 분에게는 정말 지루한 이야기가 되어 책장을 휙휙 넘겨버리는 부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 분이 가장 수준이 높고 나중 분이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분은 팬이 되어 작품을 홍보하고 주변에 선물도 드리면 되고 나중 분은 그냥 안보시면 되는게 아닐까요. 왜 수준 문제가 자꾸 거론되는지 싶습니다. 소위 순수문학하시는 분 중 일부가 장르 전체를 질 낮다고 판단하는 것이 정당화 되지 않듯이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최소한 독자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중문학에서 수준이라든지 정신연령이라든지 그런 말이 안나왔으면 합니다. 그저 대중이 수요로서 평가하는 것이 지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좀 많이 찔려서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ㅎㅎ;
게으른 늑대님께서 댓글을 주셨네요. 제가 본문에서 밝혔던 감상문이 게으른 늑대님 글이었습니다. 출처를 밝혔어야 하는데 뒤늦은 사과 드립니다. 여명지검에는 분명 현실에 오버랩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감명을 받으면 뿌듯한 성취감이 들지요. '뜻 밖의' 기쁨 입니다. 이런 진지한 성찰과 신선하고 꽉 짜인 세계관을 위한 작가님의 노고는 존중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해지면 스토리와 인물의 개성을 덮고 다큐멘터리나 설명문의 느낌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으른 늑대님 비유를 빌리면 설탕 한스푼이냐 두스푼이냐는 것일 수 있겠지요. 다만 저는 분명 설탕 한스푼 짜리 커피를 맛나게 마시고 있었는데 갑지기 반스푼이 더 타진 상황입니다. 아직 맛이 좋지만 아주 약간 달아졌어요. 물론 애시당초 세 스푼 짜리 커피인데 제가 남은 두 스푼을 넣기 전에 혀만 담그고 혼자 착각한 것일 수 도 있습니다. 세 스푼 짜리 커피가 되면 그만 마시면 됩니다. 여기서 느닷없이 한 스푼이 싸구려 커피고 세 스푼이 고급 커피다 이런 말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ㅎㅎ
현무성님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많이 비슷하네요.저도 현제 한방향으로 편중된 장르 문학의 출판이 출판사의 문제가 가장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에 와선 한번 고착화된 이런 흐름이 출판사가 연합해서 바꾸고 싶어도 바꾸기 힘들다고 봅니다. 적절한 수준 이상의 다양한 글이 공존해야 결국은 출판 시장이 커질거라고 보는 이상론자에 가까운 생각을 하지만 지금은 그게 지극히 힘들다고 봅니다. 출판 시장을 키우려면 열혈 독자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곡 봅니다. 그리고 그역할은 여러곳에서 해야겠지만 출판사분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한번 고착화된 현 시스템이 바뀌긴 힘들듯합니다.
일반소설에 비하면 장르문학은 좀더 좋은 조건이었다고 확신합니다. 단지 그조건이 시대의 흐름에 편승한 영세 출판사의 난립으로 먼길을 돌아 가야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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