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를 위해 살겠다
작가 : 글쟁이S
출판사 : 미정(문피아 유료화)
*리뷰는 대담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초파리 : 얼마 전에 완결된 ’나를 위해 살겠다‘다. 제목이 상당히 노골적인데, 어떤 글인가?
콘프레이크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제는 클리셰틱하게 느껴지는 갑질퓨전판타지물이다. 주인공이 뒤통수를 맞고, 복수를 다짐하며 회귀해서 다 때려부수는 내용이다.
초파리 : (웃음)그 설명만 들어도 대충의 전개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다.
콘프레이크 : 그래도 수작임은 틀림없다. 소재의 흔함을 떠나서, 작가가 소재를 다루는 솜씨는 수준급이다. 클리셰한 소재를 약간씩 비틀어서 사용했는데, 이 약간의 비틀기가 굉장히 솜씨좋게 되있어서 뻔한 소재임에도 꽤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어폰 : 무엇보다 시원시원해서 좋다. 가끔 주인공에게 어설프게 도덕적 갈등을 부여하는 글들이 있는데, 그런 글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 같다.
초파리 : 아, 그 느낌 안다. 읽는사람 답답해서 홧병나게만드는 어설픈 도덕심. 어설프게 하느니 차라리 안하는게 낫지! 그런면에서는 이 글은 확실한 장점이 있다.
이어폰 : 그렇다. 주인공은 싸이코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다. 아주 마음에 든다.
콘프레이크 : 신기한건 그렇게 막나가면서도 주인공인 장유신의 심리묘사가 굉장히 뛰어나는거다. 이런 깽판물의 주인공은 단층적인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편인데, 장유신은 깽판물의 주인공 치고 꽤 심층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심리묘사를 통해 장유신이라는 복잡한 캐릭터에 흠뻑 몰입했다.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이어폰 : 인간관계의 개연성 또한 훌륭하다. 보통의 깽판물에서 주인공이 다수의 사람을 움직일 때 수단은 세뇌나 부하시스템같은 판타지스러운 기술, 좀 거슬러 올라가면 줄빠따 같은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많았는데, 이 글에서 장유신은 상당히 영리하고 납득가는 방법으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인다.
초파리 : 작가의 인간에 대한 묘사력이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다.
콘프레이크 : 확실히 그렇다. 글 자체에서도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묘사 비중이 높은 편이고, 그 부분에 작가가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특히 주인공이 단순히 우리 대신 깽판을 쳐줄 대리만족용 아바타(Avatar)가 아닌 장유신으로서 어떤 캐릭터를 구축해냈다는 점에서 다른 갑질물과는 다른 지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이어폰 : 사실 글이 좀 더 연재되면서 캐릭터가 좀 희미한 주변인물들도 제대로 인물상을 잡길 바랬지만, 지금의 결말도 나쁘지 않다.
초파리 : 그러고보니 ‘나를 위해 살겠다’는 꽤 짧은 편수 안에 완결을 낸 편이다. 이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콘프레이크 : 끝내야 할 때 끝내는 글이 아름다운 법이다. 나는 이 작품에 후반부에 상당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이런 류의 글들은 중후반부로 접어들면 작가가 글에 대한 통제를 잃고 용두사미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를 위해 살겠다’는 그렇지 않다. 끝까지 글에 대한 통제를 놓치지 않는다.
초파리 : 확실히 가벼운 갑질장르의 글들은 자극적인 소재가 다 떨어지는 후반부가 되면 흥미가 떨어져서 글을 덮게 되거나 끝까지 읽어도 헤매다가 어정쩡하게 끝을 맺어서 뒤를 안닦고 나온 것처럼 찝찝하게 느껴지는 글들이 많긴 하다.
콘프레이크 : 이 작품의 후반부~결말에 대한 부분은 두 번 찬사를 보내도 아깝지 않겠다. 갈등이 최고조로 고조되었다 해소될 때의 카타르시스, 복선을 매듭짓는 깔끔함은 감히 내가 본 퓨전판타지 중 일절이라 평하겠다.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글을 읽을 예정이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어폰 : 아, 나도 장유신의 복수가 완성되는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즈타가 나스타샤를 죽이게 하는 부분.
이즈타가 더 큰 것을 지키기 위해 나스타샤를 죽이고 죽여서 결국 자신의 손으로 혁명군을 모조리 죽여버렸을때!
이즈타에게 죽은 수많은 나스타샤는 그야말로 혁명에 바쳐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대변한다.
이즈타가 이상을 쟁취하기 위해 취했던 방법인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라는 모순으로 그녀의 이상을 완전하게 파괴시켜 버린것이다.
이보다 완벽한 복수가 있을까? 그 부분에서 정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콘프레이크 : 나는 아그티아 왕궁에서 이즈타 일행과 장유신이 조우했을때 보스 조우 메세지가 나타났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조금씩 마모되가던 장유신이 인간이 아닌 무엇이 되었음을 확실하게 못박았으니까. 인트로 메세지를 읽으며 전율이 흘렀다.
이어폰 : 크, 생각하니 다시 읽고싶어지네.
콘프레이크 : 다만 본편이 조금 짧은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다. 물론 아쉬울 때가 딱 좋은 때라는 말도 있지만, 작가가 에필로그 이후의 에피소드를 외전격으로 몇편이라도 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어폰 : 동감이다. 작가는 추가에피소드를 써달라!
초파리 : 완결 이후 작가가 곧바로 신작을 집필하고 있다고 하니, 아쉬움이 남는다면 작가의 신작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콘프레이크 : 물론 찾아 볼 생각이다.
초파리 : 다들 ‘나를 위해 살겠다’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걸 알겠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10점 만점에 점수를 매기자면 몇점?
이어폰 : 8.5점 주겠다.
콘프레이크 : 흠, 8점 주겠다. 퓨전판타지 한정이라면 점수를 더 줄 수 있겠지만, 장르 문학에는 갑질물만 있는게 아니니까!
초파리 : 재미있는 글이라 감상을 쓰는 것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럼 다음시간에!
콘프레이크 & 이어폰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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