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감상 여기저기서 보다 보면 진짜 이 작품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게,
정통 D&D의 향기를 느끼고 싶었다면 리플레이나 돈법사 마크 달고 나오는 공식 소설을 읽어야지, 왜 재밌는 '라만차의 전사'를 가지고 이건 D&D가 아니라는 둥 설정아깝다는 둥 하면서 까는지 모르겠단 말이죠.
분명 무료제공되는 1권 서두에 '패러디 개드립 인터넷 밈'등에 대한 경고문까지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문피아에서 연재된거 조금만 읽어봐도 그런것과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는게 확실한데 말이죠.
외전 보면서 이 작품도 나중에는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도 재밌겠구나~하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렇다고 지금 기조를 무리해서 바꿀 필요도 없다고 생각되더군요.
플레이 시작하자마자 등장한 최종보스에서 주인공이 진다음에 수련떠나는 내용의 trpg를 꾸몄는데
최종보스 주사위는 1만 계속 나오고 주인공 주사위는 20만 계속 나와서
빡친 마스터가 마왕이 이길때까지 3단 변신 파워업시키고 간신히 이긴 내용의 플레이가 우연히 나왔습니다. 이 플레이는 d&d에 대한 모욕일까요? 아닙니다.
마스터랑 플레이어가 짜고 룰을 살짝 어레인지하고 먼치킨 플레이로 방향을 잡고 플레이어 레벨이 100렙을 넘긴다음 AO랑 싸우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이건 D&D에 대한 모욕입니까? 마스터와 플레이어간의 상호 협의하에 진행했는데?
라만 차의 전사는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상호협의가 필요한 작품도 아닙니다.
만약 D&D룰을 작가님이 어레인지 한다고해도 뭐라고 할 수 없어요.
제가 최근 재밌게 보고있는 D&D 기반 소설 주인공은 D&D온라인 캐릭터 여러 개가 합체되서 이계로 트립하는 바람에 난리 부르쓰를 추면서 먼치킨을 찍어도 재밌게만 보고있는데요.
전사면서 마법사면서 로그면서 기타 ETC...
한떄 달빠라는 부류가있었죠. 재미있는 설정을 넘어 자기들이 즐기는 작품을 건드리는걸 무슨 신성모독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요. 솔까 라노베니 뭐니 까이기는한데 국내 양판보다 수십배는 더 훌륭합니다. 이런말하면 꼭 전민희 이영도가 나오면 어떨까? 이런말 하는분들 나오죠. 그럼 마찬가지로 히가시노 게이고나 다나카 요시키가 나오면 어떨까 라고하겠습니다.
여튼 저역시 D&D알피지에 환장합니다. 발더 네윈나 아윈데 모두 두세번씩은 엔딩봤을 정도로요. 헌데 그걸 문학으로 연결지어서 쓰면 되니 안되니 D&D가 진중하니 아주 얼빠진 소리죠. 양놈 알피지는 원래그렇습니다. 더위쳐나 드래곤 에이지도 비슷한 분위기고요. 무슨 사대주의자들도 아니고 천조국에서 그러니 그래야 한다 어이고......그냥 못쓰면 못쓴걸로 욕하세요 D&D들먹이면서 빠순이같은 소리하는꼴 못봐주겠습니다.
~를 모욕한다는 말은 꼭 고귀한 대상에만 쓰이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용법 자체가 틀렸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귀여니 소설도 모욕당할 수 있고 아이돌 가수들 노래도 모욕당할 수 있죠. 세계적인 문학이나 클래식만 모욕당하는거 아니니까...그런데 D&D 역시 일개 컬트 문화의 하나일 뿐일진데 혼자 신성시하고 무슨 바이블이나 모짜르트 교향곡 같은 '수준'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군요. 원래 그런거 없었어요.
저는 무슨 대단한 D&D 팬은 아닙니다. 90년대 초반부터 접했지만 시골에 살았고 PC통신으로 만난 친구들과 채팅방에서 좀 즐겼지 막상 오프라인에서 해볼 기회는 서울로 대학가기 전까진 무리였죠. 하지만 그래도 '올드팬'이라고는 할 수 있겠죠? 저 사람 같은 열혈 팬은 아니라도. 지금은 룰도 잘 기억 안나고 그냥 발더스 게이트 같은 게임 하면서 생소하지 않아서 좋은 정도? 사실 Vas Por Flam이나 Kal Lor 같은 마법 주문 만드는 법은 아직 기억나는거 보면 그냥 잡다한 판타지의 팬이었지 엄밀히 TRPG의 팬은 아니었지만요.
예전에 판타지 소설들이 막 나올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죠. 그땐 막 판타지 소설을 신성시했는데...요즘 같이 희안한 장르소설들이 쏟아져나오는 현실에서 더이상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가 됐지만 ㅋㅋㅋ 막 판타지 소설은 대단히 고매하고 숭고한 장르인 것처럼 찬양하며 일부 소설을 까고 (심지어 드래곤 라자가 그 대상이 되기도 했죠) 막 자기들이 미는 몇몇 소설이나 일부 외국 작가들의 (특히 젤라즈니나 르귄) 수준을 따라잡아야 된다고...별...참...
막상 구미에도 별 쓰레기같은 판타지 소설들 많고 먼치킨물 영지물 등 있을건 다 있죠. 게임 소설도 꼭 한국만의 특별한 장르는 아니고...(제가 특히 사랑하는 '소드 아트 온라인'...) 팬질하는건 좋은데 신성시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뭔가 잘못되어간다는걸 알아야됩니다. 모르면 그냥 미쳐가는거죠.
D&D는 그냥 룰북이에요. D&D를 무시하거나 조롱하거나 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대통령도 패러디하고 왕도 희화화하는 세상에서 D&D는 그보다 더욱 우월한 초월적인 존재인가요? 정말 무슨 판타지 세상에서 온 사람인가...게다가 딱히 라만차의 전사가 D&D를 대상으로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죠. 전체를 통채로 갈아넣지 않고 일부만 넣었다고 모욕이라니, 그럼 사과를 통채로 쥬스로 안만들고 당근하고 반반 갈아서 쥬스 만들면 사과에 대한 모욕인가?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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