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영도님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폴라리스 랩소디" 였습니다. 물론 드래곤라자, 퓨쳐워커, 눈마새, 피마새 다 읽어보았죠. 눈마새, 피마새는 글쎄요..재미있어서 읽었다기 보다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봤다고나 할까요? 우리나라 판타지에서 이런 글이 나왔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 판타지의 간판스타(?)로 전혀 손색이 없는 분이고, 앞으로의 작품이 더더욱 기대됩니다.
사족을 달자면 제 취향은 전민희님 스탈입니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분위기. 글을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도취되는 것을 느낍니다. 전민희님과 이영도님을 비교하라고 한다면 제 능력 밖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두 분 다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
아마 바람의 마도사인가 하는 판타지를 처음 접한후 그 다음 접한것이 드레곤라자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참 운이 좋았던것 같습니다...그저 제목만 보고 골랐는데 이런 명작이 일타 이타로 걸려들어...
근데 부작용은 그 이후에 좀처럼 재미있는 판타지를 못찾겠다는것...
초짜의 눈이 이미 두 작품 이후 절정의 눈높이가 되버려 그이후 재미있다고 생각한 판타지가 한두편정도 빼고는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판타지를 안보게 되었구요...드레곤라자는 저에게는 복이기도 하고 판타지를 보지 말라는 저주이기도 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영도님의 책중에선 드래곤라자와 폴라리스 랩소디가 제일 좋더군요. 드래곤라자는 윗분들 말씀처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고 좀 집중해서 봐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처음 의도와는 달리 후치가 너무 부각되기도 하고...작가님의 사상에 공감이 가지 않아서 괴롭기도 했지만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고풍적인 인사말들도 그렇고 마지막에 마법의 가을이 끝났다...며 시작되는 대사도 멋있었고, 마지막 드래곤이 날아가는 장면도 멋있었죠...
이런 식으로 몇년이 지나도 머리에 인이 박힌 것처럼 장면이나 대사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저는 저만의 명작으로 부릅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명작을 추가하기가 힘들네요. 분명 볼때는 꽤 재밌게 봤는 데 시간이 지나면 제목이 뭐였는 지 주인공 이름이 뭐였는 지 모르겠고 스토리도 완전 뒤죽박죽이 되버려서... 가끔은 읽었는 지 안읽었는 지 조차 가물거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ㅠ.ㅠ
뭐랄까... 물론 전지적 작가 시점이 조금씩 들어간 부분도 있었지만, 거의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죠. 그것도 꽤나 특이한 느낌을 주는 1인칭 시점... 저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퍽 어색한 느낌을 받았었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문체,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매료되기 시작하더군요.
그냥 구수~한 느낌이었달까... 후치식, 헬턴트식 유머에 푹 빠지다 보면 또 어느 순간 미친듯이 깔깔되며 웃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즐겁게 읽어나가다 때로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더불어 함께 겪어나가는 데서 엮어지는 정과 교감... 문득 문득 머리를 탁탁 치게 만드는 말장난(?)식 철학...
어느 소설이나 다 그렇겠지만, 그냥 그 분위기에 푹 빠져서, 그 문체에, 그 이야기가 들려오는 방식에 푹 빠져서, 주인공의 심리에 푹 빠져서 읽어나가다 보면 더할 것없이 즐겁고 행복했던 작품으로 기억이 나네요.
드라마 '연애시대'를 보시는 분이 계신가 모르겠네요.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간혹 연애시대를 보면서 '드래곤라자'를 떠올리곤 합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그 미묘한 감정...평범한 일상속에서의 소소한 센스, 즐거움들... 서로가 소통해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벅찬 일이고, 또 어려운 일인지, 때론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드래곤라자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건 아니지만, 뭐랄까... 처음 그렇게 이야기에 푹 빠져 즐거운 모험을 함께했던 건 드래곤라자가 처음이어서 그렇달까...
제게는 역시 최고의 장르소설중 하나로 기억에 남네요.
후치, 샌슨, 칼, 길시언, 네리아, 제레인트, 핸드레이크, 제미니, 이름 모를 샌슨의 물레방아간 여인...
가슴을 들끓게 했던 드래곤로드와의 대면장면, 길시언의 마지막 모습, 페어리퀸 다레니안의 느끼게 해줬던 4차원(?)에서의 대화, 마지막 타이번과의 이야기, 그렇게 떠나갔던 아무르타르...
너무나 그리운 이름들이자, 또 보고 싶은 장면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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