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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 바다별
작성
16.04.10 21:17
조회
2,324

제목 : 악의 숲

작가 :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출판사 : 포레



  원제 - La Foret des Manes, 2009

  작가 -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자신을 바람맞힌 전 남자친구의 행방을 알고자, 그가 상담을 받는 정신과 의사 '페로'의 사무실을 몰래 도청하기로 한 판사 '잔'. 그러다가 상담을 받던 자폐아의 살인예고를 듣게 된다. 처음에 잔은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의 헛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예고한 정확한 날짜와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긴장한다. 시신은 처참하게 훼손되어 식인이 벌어졌던 흔적까지 남았고, 현장 주변에는 원시 제사 의식이 치러졌던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동료 판사 '텐'과 함께 현장으로 간 잔은 상담을 받던 '요아킴'이 범인이라 확신한다. 살인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다른 여성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되는 것도 모자라, 텐까지 희생자가 된다. 잔은 수사에서 제외되자, 혼자서라도 사건을 추적하겠노라 결심한다. 그녀는 희생자들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행방을 감춘 요아킴과 페로가 향했다고 짐작되는 남미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과거 남미 독재 정권이 행했던 무자비한 공포 정치의 결과물과 더불어 광기에 찬 인간의 어두움을 만나게 되는데…….

 

  소설은 모두 3부작으로 이루어져있다.

 

  1부 『먹이』에서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잔의 상황과 연쇄 살인의 현장 그리고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왜 잔이 그렇게 남자친구에게 집착을 하는지, 그녀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을 얘기하고 있었다. 살인 현장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서, 상상이 저절로 되었다.

 

  2부 『아이』에서 본격적으로 남미로 떠나 요아킴이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잔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글자로만 알고 있던 남미의 1970~80년대 독재 정권이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직접 듣고 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의 연결 고리를 찾아가는데, 모두가 다 원시 부족 연구와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마 남미의 숲 어딘가에 발견되지 않은 고대 원시인들의 후예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3부 『부족』으로 접어들면서 잔은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요아킴이 누구인지, 왜 피해자들이 죽어야했는지, 왜 '그'가 그녀를 숲으로 이끌었는지, 그녀가 무엇을 착각하고 놓쳤는지, 요아킴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녀는 광기와 악으로 똘똘 뭉친 인간을 마주해야 했다.

 

  끔찍한 프랑스 도심의 연쇄 살인 현장에서 원시의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남미의 숲까지, 21세기에서 20세기로,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것도 모자라 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다른 시간여행 작품들과 달리, 이 책은 그 여정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식인을 하는 연쇄 살인마를 쫓는 과정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말하고 있었다. 권력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인간이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작가는 잔의 눈과 입을 통해 보여주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나와 관련이 없어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걸 알아볼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나와 밀접하게 관련된 중요한 일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모른척하고 알려고 하지 않으니, 그렇지 않은 사건까지 알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은 실보다 가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언젠가 그 영향은 돌고 돌아 나에게 도달하게 된다. 남미의 국민들은 정권에 대한 공포심과 자신이 잡혀가지 않는다는 안도감 때문에, 이웃의 체포를 묵인했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아이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 남미 독재 정권의 횡포를 묵인한, 이 책에서는 배경인 프랑스로 대표되는 다른 나라들은 결국 그 정권이 만들어낸 연쇄 살인마에게 자국민이 살해당한다. 그러나 이건 인과응보의 개념은 아니다. 인과응보가 되려면, 독재를 했던 군인들이 죗값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책에도 나오지만, 그 당시 사람들을 끌고 가 고문하고 죽였던 군 고위 장성들은 축적한 재산으로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다. 반면에 그들에게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건 사람들이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고 하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얼마 전에 프랑스에서 테러사건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전까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테러 사건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프랑스에서 그 일이 일어나고서야 테러에 대해 반응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 다른 나라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도 비일비재하다. 지금 당장 나와는 연관이 없어서 관심도 주지 않았던 일이 나중에 나와 관련된 일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면, 그건 그 사람이 평소에 불평불만이 많고 오지랖이 넓으며 사건을 키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악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멋질 때가 있다. 매력적인 악당이 착하기만 한 주인공보다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연쇄 살인마에게 팬레터를 보내는 사람들 역시 악에 끌린 경우이다. 그리고 열정이 통제를 벗어나고 집착이 강해지면 광기가 될 수 있다. 광기에 휩쓸린 대중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뭐가 옳고 그른지 관심도 없이, 자신의 생각과 판단만이 올바른 것이라 믿으며 열성적으로 따라간다. 사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일러주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무관심'이라는 토양 위에 '악'이라는 씨를 뿌리고 '광기'라는 양분이 주어지면, '괴물'이라는 열매가 열린다. 히틀러도 남미 독재 정권도 요아킴도 그렇게 탄생한 괴물이었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는 또 어떤 괴물이 자라고 있을까?

 

 

 

  그런데 잔을 바람맞힌 남자친구는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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