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저는 대풍운연의의 문제점은 한효월이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기는 하는데 전혀 사건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데 있다고 봐요.
작품의 스케일과 구도는 대작인데 주인공이 항상 현장에 조금 늦게 숨가쁘게 도착해서 간신히 일처리하면 저쪽에서 다른 일이 터지는 바람에 또 뛰어 다니면서 정리를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금강소설의 주인공치고는 맥빠진 모습이에요. 수동을 주동으로 바꿔서 암중의 적이 기획한 흐름의 몇 군데 맥을 끊어놓고 적암아명의 상황을 역전시켜서 숨막히게 팽팽한 반격을 가해야 하는데, 한효월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계속 뒷다마 맞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추리물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이렇게들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 처음 대풍운연의를 보았을 때 미지의 적들에 대한 신비로움
같은것에 적잖게 사로잡혔었죠. 한효월이 너무 끌려다니는게 아니냐. 하
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그것은 원래 계획했던 스케일, 2부 때문이 아
닌가 합니다. 한효월이 사건을 주도하고 이끌어 갈 정도라면 2부 같은건,
한효월의 자식에게까지 갈 것도 없이 한효월에게서 끝나는게 당연하겠지
만 애초에 금강님의 생각은 한효월의 2세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더 새로
운 세계관 까지 등장시키실(그렇게 본 듯한 기억이..) 계획이셨으니 사건
이 한효월 개인의 손안에서 돌아갈 정도로 쉽게 설정될 순 없었겠죠. 때
문에 지금의 아슬아슬하게 사건에 끌려가는듯 하는 정도가 딱 좋다고 전
생각됩니다. 그것이 처음과 별로 변함이 없이 거의 일정하다는것도 정말
대단하시구요. 거의 막판까지 왔음에도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는 상
황.. 사건이 서서히 풀리면서도 처음과 비슷한 분위기.. 2부에 대한 아쉬
움이 갈수록 커져만 가네요..
제가 본 대풍운연의의 첫번째 느낌은 드라마가 잘 나가면 자꾸 이야기를 질질 끄는 그런 느낌이 하나구요,
또 하나, 아마 이게 맞을 것 같은데, 그건 금강님이 대풍운연의에 대해
너무 많은 부담 내지는 욕심을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어느분이 이야기 하셨듯이 대풍운연의는 정말 전설이지요.
언제적부터 강호를 떠돌았는지 정확히 기억하기도 힘들만큼!
금강님도 나름대로 대풍운연의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계신 것 같구요.
그런데 사실 실망스러운 점이 많네요.
특히 대풍운연의가 그간 금강님이 써온 모든 무협을 한권으로 압축한 듯한 느낌을 갖는다는데서 더더욱!
나름대로 전 대풍운연의가 지금의 무협계에 새로운 길 하나를 제시하는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 듯 싶고, 오히려 그간의 금강님 작품 전체의 압축판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물론 한 작가의 작품이니 나름대로 비슷한 면이 많기는 하겠지만
한효월이라는 인물과 그의 행적은 풍운고월조천하와 무영섬전000 등의 주인공과 너무 흡사하고, 스토리라인 또한 고월...의 틀을 벗지는 못한 듯 합니다. 독고경은 천마경혼의...소수를 쓰는 여자...와 대략 흡사한 듯 싶고...
섣부르고 건방진 짐작일지 모르나 아마도 결론 또한 금검경혼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고...
하나의 작품이 권수가 많다고 대작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금강님께 죄송하지만 님의 스토리라인은 마치 금강석처럼 단단하여 그 틀을 너무 오랫동안 벗지 못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그것이 정통무협의 틀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너무 아쉽습니다....
워밍업이 너무 길어 독자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진 격입니다. 게다가 그 워밍업의 내용이란것이 올드팬들에겐 익히 봐왔던 것이라 상황이 더 나빴습니다. 아마 금강무협을 많이 접하지않은분, 대풍운연의로 처음 접한분들은 오히려 재밌게 봤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1부-기존금강무협의 완결편, 2부-새로운시도 라는 도식적인 구분대신 처음부터 참신한 면을 어필했거나, 최소한 1부의 내용을 5권정도로만 압축했어도 이렇게 중도포기라는 결과는 나오지않았으리라 봅니다. 비유하자면 비장의 절기를 숨긴채 견제수만 날리다가, 상대방이 처음부터 절초를 펼치는 바람에 어이없이 당하고만 어느 고수의 이야기 같다고나 할까요. 아마 대작에 대한 부담감(이정도 길이는 되어야한다는), 스스로의 네임밸류에 대한 자신감(독자들이 이정도는 기다려주리라는)같은것이 이런 전술적인 실책을 낳았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한칼을 보여주시겠다니 기대가 됩니다만, 그러나 올드팬들이 기다려왔던건 한칼이 아닌 일장의 화려한 검무였던탓에 또한 아쉬움이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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