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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의 \'모인\'에 대하여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
02.09.11 23:50
조회
4,971

고작 반뼘만큼의 글머리만을 읽고 이러저러한 감상을 말한다는 건 대단히 성급할 뿐 아니라, 그 내용과는 별도로 자칫 그 글을 쓴 이에 대한 실례가 될 수가 있겠다.

이를 모르지 않음에도 굳이 감평란의 글쓰기를 클릭하여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바로 지금, 내 자신이 무척이나 즐겁고, 그 즐거움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기야 막상 쓰려니, 사람으로 치자면 머리카락 한 올 정도밖에는 안되는 분량만으로 무슨 감상이니 비평이나를 할 것인가?

기껏해야 두어 줄 응원밖에는 해 줄게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역시 써야겠다.

'신언서판'이란 말이 있다.

무릇 사람을 판단하는 순서에는 그 외모가 첫째요 언행을 살피는 것이 두번 째요, 그의 학식과 품격은 마지막이게 마련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소설에도 고스란히 적용하고 있다.

하나의 소설을 볼 때, 가장 먼저 그 문장의 용모를 살피고, 가히 읽을만 하다 싶은 연후에나 그 문장들이 이루어내는 의미를 받아들일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피리의 글이 좋다.

밝은 달 아래 희미한 찰랑거림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시냇물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들, 그 문장들에 실려 잔잔하게 그려지는 이야기들.

기정과 과장과 표박함으로 대두되는 무협적 문체와는 너무나 다른, 그 특유의 글모양이, 글내음이 나는 너무나 좋은 것이다.

무협소설의 문장이 무협적이 아니라는 점이 단점은 될지언정 어찌 장점일까? 반문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마에 '무협'이란 이름표를 붙였더래도 일단은 '소설'인 것이 무협소설이다.

따라서 무협소설의 문장역시 일단은 '소설'로서의 문장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무협적인 문장도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것이 '무협소설'인 이상, 제대로만 사용할 수 있다면 '무협적이지 않은 문장'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겠지만, 실재로 그런 이는 매우 드물다. 특히나 아직까지는 습작의 단계에서 머무르고 있는 대다수의 인터넷 작가들중에는 더더욱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그 대다수의 인터넷 작가들은 '이건 무협소설이니까' 하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소설의 문장도 아닌, 무협의 문장도 아닌, 그렇다고 본격적인 구어체도 아닌 애매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것저것 누덕누덕 기운 것처럼 난잡하다고 하면 너무한 평가일까?

피리라는 작가는 그래서 특별하다.

그에게는 바로 자신만의 소설적 문장이 있고, 다행스럽게도 그 문장은 매우 수려하다.

더우기 그 수려한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한 편의 이야기도 문장만큼의 수준을 유지한다는 데 그의 특별함은 더더욱 빛난다.

과거에 이미 그의 단편을 읽고 즐거워한 경험이 있거니와, 참으로 우연히도 이곳에서 발견한 그의 연재글은 나를 기쁘게 하고 있다.

비록 단편과 장편이란 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아우르기에는 너무 다른 각각의 장르가 되어버렸다지만, 그러함에도 나는 기대에 부풀어 앞으로 이어져나갈 그의 연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하고 걱정했듯이 이 글이 그의 글쓰기에 대한 흥취에 해가 되지나 않았으면 하고 바라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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