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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김이욱
작성
02.10.07 18:08
조회
2,588

무협을 좋아합니다. 꽤 많은 무협소설에 시간을 투자해서 스스로

만족감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야 했고,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단어를 충족시키기 위해 늘 하루 일과가 끝이 난 후에는 대여점을

서성거렸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곤룡유기'란 책을 우연히 접

하게 되었습니다.

4권까지 나왔길래 냉큼 다 빌려다 봤죠...

덕분에 오래간만에 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느꼈었던 알 수 없

는 희열과 졸린 눈을 비비며 하얀 백지 위로 집중하게 만든  

그 무언가가 그 곳에는 있었던 것입니다.

철저히 조연으로만 만들어진 우가형제와 함께 다소 느린 진행을

시작으로 바다의 신이라는 '해경거인'이 사는 어느 섬과 그 섬을

방문하는 천마표국주가 서서히 Close-up이 되면서 '곤'이라는 다

소 신비로운 젊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책에서 서술한 바를 따르자면, 곤은 젋습니다. 또한 상당히 괜찮은

외모를 가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매력적입

니다. 여타 무협이나 환타지소설에 정의감이 강하다든지, 명랑하다

거나, 혹은 완벽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자주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책은 주변인물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주인공을 향해 좁혀나가

면서 서술하는 - 굳이 표현하자면 '방조된(?) 전지적 작가시점'에 가

깝게 제3자의 입장에서 곤이란 인물은 '이럴 때 이렇게 생각했을 것

이다!'라고 신무협이 아닌 구무협쪽에 오히려 더욱 친근한 인물입니다.

책을 여러장 넘기다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곤은 강합니다. 그

것도 아주 강합니다.왜 강해졌는지에 대한 이유(천사지인이나,

칠정검칠살도와 달리 다소 설명이 부족한 게 옥에 티라 할 수

있게 아쉽지만)가 다소 모호하지만, 그 때문에 이 작품은 점점

더 읽는 독자에게 몰입감이라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선사합

니다.  다른 여러 소설에서는 때때로 '검증되지 않은 불명확한

설정과 다른 조연들은 무시된 채 오직 주인공의 감정과 의지에

의한' 사건의 개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곤룡유기

에서는 명확히 설명된 인과관계와 환경의 지배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아주 조금의 거부감도

일으키지 않게 합니다.  

마치 거침없이 흐르지만, 조용한 강물을 보는 것과 같이 유려하

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제나 침착하고

참을성이 많게 보이는 곤이 적교방 (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군

요)의 이방주를 죽일 때는 '정확한 인과관계로 인해 파생된 복수

는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라는 - 그러면서도 살인이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현실세계의 잣대에 비춰볼 때

다소 이중적인 논리를 무시한 채 무협소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강렬하면서도 진한 쾌감도 선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철저히 우리의 주인공 곤에게 겸손

하고 건방지지 않게, 행동하라고 늘 무언의 지시를 합니다.

그 때문인지.... 주인공은 '데로드 앤 데블랑'의 불행했던 란테르트

처럼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지 않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존대말이

라는 자신만의 표현을 드러냄과 동시에, 잘못된 타인의 무시와 무

절제된 방응에도 마치 로봇을 보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거리감이 있고 결코 다가갈 수 없는 우상화된 영웅이 아닌, 좀 더

평범한 보통 인물의 등장으로 독자와 곤은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동기유발을 합니다)

소설은 그러면서도 '물'이라는 가장 친숙하면서 유혹적인 조연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환상과도 같은 묘미를 초반에 선보였습니다.

"곤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거대한 배를 발로 한 번 '쾅'하고 차자

그 배는 그 자리에서 여지없이 침몰해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이들

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면서 펄쩍 놀라게 된다"

"곤은 바다에서 수직으로 저 높은 절벽까지 날아 올라갔다. 이를 본

매상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바다의 신.... 곤.... 그는 집채만한 고래와 함께 저 먼 수평선 너머로

여행을 할 수 있었고, 육지에서 잠을 자는 것보다 물에서 잠을 자는

게 더 편한 인물입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곤은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죠.

'언제나 하고 싶었던, 그러나, 결코 이룰 수 없는....'

즉, 곤은 독자로 하여금 환상여행을 체험하게 해줄 수 있는 일종의

안내자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장르의 소설도 흉내낼 수 없는 환상문학만이 주는

진정한 완성도일 것입니다. 묵향의 주인공처럼 사악하면서 그 누구

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절대적인 강함을 누리고 싶다는 인간 본연의

욕망이죠.  

소설 '곤룡유기'는 여타 여러 소설 속에 반드시 나타나는 적어도 한

두개 이상의 단점이 없는, 쉽게 말해 딱 꼬집어 헛점을 별로 발견할

수 없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아주 적절하게 (그다지 빠르지도, 그렇

다고 길게 늘어지지도 않는) 스토리 전개나, 그러면서도 절대 부족

함이 없는 화려한 건조체, 지명에 관한 설명, 인물과 인물간의 갈등

이 지난 후,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결과에 대한 처리, 시대적인 고증

........ 대화의 무난성, 조연들의 역할 수행과 매력, 가장 중요한 플롯

의 참신성과 유연함.

신주십인..... 작가님은 소설 속에 한계를 그어놓고 그 대상이 되는

것들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첨언을 하는 것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앞으로 곤이 넘어야 할 벽이 그들이라는 여백과

추측을 심어주었습니다. 허나, 그러면서도 결코 주인공을 외롭지 않

게,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의 주인공은 너무나 행복하다

고 보아야 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뇌도광룡과의 의형제, 황산세

가의 차녀 매상의 구애, 저의를 알 수 없는 미요의 관심........ 그에게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 또한 그에 반대되는 적들(묵련)과 절대악이

아닌, 환경에 의해 그를 질시하게 된 몇 몇 인물들.

그 중 기억나는 인물은 매상입니다.  처음 매령과 매상이 구조되었을

때, 매상의 냉정함과 무표정에 관해 작가님은 머리 속에 단숨에 그려

질 정도로 매상에 관해 친절한 설명을 하셨죠. 그래서 전 지금도 매상

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웃음~~)

아무튼 아직 소설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바램은 곤이 좀 더

강해졌으면, 하는 유치한 희망 하나와 무협에서는 부족한 남녀간의

관계(사랑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까요? 아직도 기억나는군요. 하얀로

냐프강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그 때 참 많이 울었죠. 가슴을 저리

도록 아프게 했던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시도 생각나는군요. 그리고

무협쪽에서는 강호기행록이 있었죠. 어린 주인공들이 순수하다는 느

낌이 들었었습니다)로 인한 애절한 감동 (아마 그렇게 된다면 곤의 반

려자는 현재로서는 매상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이는군요)에 관해 이

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하는 게 저의 자그마한 바램입니다.

예전 민희님의 '태양의 탑' 이후, 단 한 번도 감상문을 써 본 적이 없었

고, 이번이 두번째라 허술한 표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을

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굉장

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죠. 책 1권을 쓰려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은 알고

있으니까요.  근 1년 가까이 이용정지시켰던 하이텔을 다시 사용하면서

무림동까지 들어가 작가님께 격려의 말이나 하려고 했으나, 이곳으로 옮

겼다고 하길래 추천 글을 남깁니다.

<< 곤룡유기를 추천합니다 >>

라고.... 님의 글을 고대하는 독자 중 한 명이...

언제나 건필, 즐필, 행운이 깃든 삶을 영위하시기를 염원합니다.

꾸벅~~~


Comment ' 2

  • 작성자
    천공무조백
    작성일
    02.10.08 00:41
    No. 1

    매상만이 곤의 옆자리를 차지 할 수 있습니다..ㅋㅋ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 이화에월백
    작성일
    02.10.09 01:52
    No. 2

    미요의 개입으로 급작스럽게 삼각관계의
    ....매상과 미요의 미묘한 신경전개..
    이런것도 상상해보면..즐겁지 않을까요-_-;.?
    광룡이 나오는 부분보다는 그 부분을 넣는게..
    좀 더 잼있을듯.-_-;.
    물론 극히 개인적인 생각(비판사절-_-;)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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