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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9.01.11 15:54
조회
811

전 프로야구 스타플레이어 '라이온 킹' 이승엽은 최근 들어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진 대표적 캐릭터다. 현역시절에도 호불호가 갈리기는 했으나 전체적 이미지는 좋았던 편이다. 하지만 말 한마디의 실수로 말미암아 두터운 팬층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제대로 역풍을 맞고 말았다. 이른바 '희소성 논란' 때문이다.

"(자신의) 사인볼이 중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사인을 많이 해주면) 희소성이 없어질까봐 안 해준다"는 발언을 내뱉었는데 이는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그렇지 않아도 스포츠 스타들의 팬서비스가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하던 시점에서 성난 팬심에 불을 붙여버린 사건이었다. 이승엽이라는 스타를 좋아했던 것 만큼 실망도 컸다

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인해 유명인들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큰 파장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름값이 높고 관심을 많이 받을수록 그 여파는 크고 깊다. 전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의 '퐈이아', 야구스타 김재환의 '봉인해제' 등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고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좋은 것도 빨리 알릴 수 있지만 나쁜 것도 그만큼 빨리 퍼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 Chan.jpg
 국내팬들 입장에서 정찬성이 남긴 "아이 원트 조제 알도"라는 말은 지금 들어도 소름끼치는 명대사다.
ⓒ UFC 아시아제공


 
"아이 원트 조제 알도" 최강자를 호출했던 정찬성
 
이는 격투기계도 마찬가지다. UFC 코리안 파이터 중 최고의 커리어를 올린 페더급 '코리안 좀비' 정찬성(32·코리안좀비MMA)은 2012년 있었던 UFC on Fuel TV 3 'Korean Zombie vs. Poirier' 대회에서 '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29·미국)와 맞붙었다. 둘 다 체급 내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평가받았던지라 차기 주역간 대결로 세간의 관심이 컸다.

싹수 있는 떡잎끼리의 대결이었던 만큼 둘은 수준 높은 공방전을 펼쳤다. 당시 포이리에는 차세대 챔피언감으로 꼽힐 만큼 체급 내에서 기대가 큰 선수였다. 스탠딩은 물론 그래플링 까지 뛰어난 균형 잡힌 젊은 강자였던지라 국내에서조차 정찬성의 열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찬성은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타격, 그라운드을 오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우세를 보여갔다.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케이지 쪽으로 몰린 포이리에의 가드 사이를 뚫고 원투가 들어갔고 그림같은 플라잉니킥도 터졌다. 결국 정찬성은 타격에 충격을 받은 포이리에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봉쇄해나간 끝에 그라운드에서 다스 초크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완승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승자 인터뷰에서 정찬성은 국내 팬들을 소름끼치게 하는 한마디를 남겼다. 애써 흥분을 자제하며 차분한 음성으로 "저번 승리에 운이 따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 원트 조제 알도."

당시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의 위상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그런 알도를 정찬성은 호출했고 2013년 8월 4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HSBC 아레나서 있었던 UFC 163 페더급 타이틀매치에서 맞붙었다. 비록 경기 중 일어난 어깨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코리안 좀비의 투혼을 보여주며 지켜보는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말도 멋있었고 결과도 좋았던 정찬성의 한마디였다.

물론 정찬성 이전에 웰터급 '스턴건' 김동현(38·팀 매드)도 승리 인터뷰에서 "아이원트 지에스피!"라고 외치며 당시 챔피언이었던 조르주 생 피에르를 부른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김동현의 실적과 위상으로 생 피에르를 언급하기에는 무리다는 지적이 많았고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김동현은 꾸준하기는 했으나 강자들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며 상위권 경쟁에서는 실패했다. 이를 입증하듯 정찬성의 대사는 기억해도 김동현의 한마디는 잊혀진 지 오래다. 
 

(2) Doo Ho Choi.jpg
 ”진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군요. 두 번 다시 지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최두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상태다.
ⓒ UFC 아시아제공


 
잘됐으면 명언이 될 수도 있었던 최두호의 한마디
 
이렇듯 명언은 상황과 결과가 모두 잘 맞아야 팬들에게 깊은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자칫 어설프게 내뱉었다가 부메랑 효과로 씁쓸한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페더급에서 활약 중인 '슈퍼보이' 최두호(28·팀매드)다.

최두호의 단기 임팩트는 정찬성 못지않았다. 정찬성처럼 파이팅 스타일은 다양하지 않지만 예리하고 날카로운 펀치를 통해 단숨에 경기를 끝내는 패턴은 국내외 많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후안 푸이그(29·멕시코), 샘 시실리아(33·미국)를 카운터 펀치로 잡아낸 것을 비롯 티아고 타바레스(34·브라질)전에서는 상대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깔끔한 원투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켜 경기를 끝내버렸다.

어리고 소년 같아 보이는 외모와 달리 UFC에서 승리한 3경기를 모두 넉아웃으로 장식하고 그 과정에서 화력, 맷집까지 인정받은지라 현지에서도 초대형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해외 팬들은 물론 데이나 화이트 대표까지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맥스 할로웨이, 브라이언 오르테가, 머사드 벡틱,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 등과 함께 1991년생 반란을 주도할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아쉽게도 최두호의 돌풍은 베테랑 컵 스완슨(35·미국)과의 일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스완슨은 최두호의 패턴을 잘 파악하고 경기에 나섰고 진흙탕 싸움을 내세워 판정승을 거뒀다. 이때만 해도 최두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쁘지 않았다. 최두호는 스완슨전 패배 직후 자신만만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진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군요. 두 번 다시 지지 않겠습니다." 승부사로서의 패기가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만약 최두호가 다시금 상승세를 탔으면 당시의 발언은 두고두고 명언으로 남았을 공산도 크다. 안타깝게도 최두호는 제레미 스티븐스(33·미국)에게 역부족을 드러내며 일방적으로 나가떨어져 부활을 기대했던 팬들을 실망시켰다. 더욱이 최두호는 예전보다도 더 긴 경기공백까지 가져가며 컴백을 기다리는 팬들을 속타게 했다.

최두호는 2016년 스완슨과의 경기 이후 지금까지 스티븐스전 딱 한경기를 소화했을 뿐이다. 어지간한 챔피언급 파이터보다도 경기 공백이 길다. 올해 경기를 가지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는 했으나 군대문제까지 걸려있는지라 제대 후에는 30대에 들어서게 된다.

기대했던 것 만큼 아쉬움도 컸던 탓일까. 당시 최두호의 발언은 팬들 사이에서 세 번 다시, 네 번 다시 등으로 패러디되어 풍자성 멘트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스티븐스전 경기에서 준비했다던 박자 쪼개기도 희화화되어버렸다. 올해 출격을 예고한 최두호가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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