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41 태하(太河)
작성
19.06.12 11:31
조회
290

영녕공주 주요영은 명나라 12대 황제 융경제의 딸이며 13대 황제 만력제의 친동생이다. 명 황실의 공주라면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신분이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긴 공주는 거의 없다. 정치와 관련되어 특별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는 한 공주의 이름을 기억하는 역사가도 없다.

 

그러나 영녕공주 주요영은 그녀의 불행하고 어처구니없는 운명 때문에 야사에 이름을 남기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영녕공주는 15살 되던 해에 혼인을 했는데 그녀의 결혼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완전히 사기 결혼이었다.

 

선대 황제의 딸이고, 당금 황제의 친동생이며, 그녀의 생모인 효정황태후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천하에 둘도 없이 귀한 그녀가 사기 결혼을 당했으니 세상에 둘도 없이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명 황실의 혼인 풍습을 알아야 한다. 명나라에서는 부마가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꺼려하여 부마를 들일 때 명문가의 자제들을 피하고 평민의 가문에서 부마를 골랐다.

 

공주의 혼인을 하가(下嫁)라고 하는데 낮은 집안으로 시집보낸다는 뜻이다. 평민 중에서 부마를 고르다 보니 자연히 돈 많은 부잣집에서 부마가 뽑히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조정 일에는 참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공주의 배필이 되면 황실 가족의 위엄이 따르게 되니 서로 부마가 되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공주가 혼인할 때가 되면 돈 많은 집안의 자제들이 부마가 되려고 권력자들에게 줄을 댔다. 그런데 문제는 황실에서 평민들의 정보가 어두운 것이 화근이었다. 조정에 출사하는 명문가의 집안이라면 황실에서 웬만한 정보를 다 꿰뚫고 있었지만, 평민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경의 부호 양 씨 집안의 자제가, 그 당시 환관 중에 실세였던 대태감 풍보에게 많은 뇌물을 먹이고 부마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부마로 뽑힌 양방서가 큰 병에 걸린 중환자였던 것이다. 양 씨 집안에서는 양방서의 병세가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혼인을 추진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양방서의 병세는 점차 심해져서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리는 도중에 피를 토했다. 신랑이 식을 올리는 도중에 피를 토할 정도면 누가 봐도 위중한 상태였다. 하지만 신부가 양 씨 집안의 문턱을 넘어 결혼식을 올리는 중이었기 때문에, 가엾고 불쌍한 공주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천하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의 공주가 혼례식을 치렀지만, 그녀의 신랑은 병들어 죽어가는 병자였다. 결국 영녕공주는 시집가서 첫날 밤도 못 치르고 두 달 만에 과부가 되었다. 남편이 죽어 과부가 되었지만, 그녀는 평생 처녀의 몸이었다.

 

참혹한 운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27살의 젊은 나이로 한 많은 생을 하직했다. 이것이 역사에 남겨진 영녕공주 주요영의 기막힌 일생이었다.

 



Comment ' 7

  • 작성자
    Lv.17 아마나아
    작성일
    19.06.12 16:38
    No. 1

    역사추. 이런 거 좋아용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1 태하(太河)
    작성일
    19.06.12 17:00
    No. 2

    영녕공주 주요영은 대체역사의 히로인으로 아주 제격인 캐릭터입니다. 중국에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몇 있다고 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5 흔들릴때한잔
    작성일
    19.06.12 23:41
    No. 3

    그집안은 멸망했겠군요 요즘 중드 고장극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데 이런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1 태하(太河)
    작성일
    19.06.13 00:06
    No. 4

    중국이 역사 자료가 많이 남아있어서 콘텐츠가 풍부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일
    19.06.12 23:42
    No. 5

    대태감은 목 잘렸겠네요. 위아래로 다 잘리는 운명.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1 태하(太河)
    작성일
    19.06.13 00:08
    No. 6

    위 아래로 다 잘리는 운명.... 이렇게 멋있는 문장을 저는 왜 생각 못했을까요. 진즉에 떠올리고 소설에 써먹었어야 하는데. 지금 쓰면 표절이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일
    19.06.13 02:09
    No. 7

    아닙니다. 써준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읽겠습니다. 최근 우울했는데. 태하님께서 저를 비행기 태우주셔서 신나는데요.^^ 연재 가즈아~!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42883 [회귀자의 소소한 꿀팁방송]... 저만 불편한가요? +26 Lv.80 새구리 19.06.14 555
242882 공기계 외부에서.. 아쉬운점 Lv.63 올렘 19.06.14 162
242881 무료소설에서 연중 +11 Lv.20 흰구름도사 19.06.14 428
242880 민망하지만... Lv.25 시우(始友) 19.06.14 218
242879 예전에 재밌게 봤던글좀 찾아주세요 +3 Lv.73 티박 19.06.13 207
242878 허리 둘레가 늘어나네요. +7 Personacon 적안왕 19.06.13 206
242877 전독시 재밌나요? +8 Lv.96 19.06.13 360
242876 골드충전이벤트가 언제 돌아올까요? +13 Lv.93 연쇄뒷북마 19.06.13 274
242875 진짜 전독시는 대단한소설인듯요 Lv.60 식인다람쥐 19.06.13 324
242874 웹소설 시장이 커지긴 했네요 +11 Lv.60 카힌 19.06.12 694
242873 충격 +6 Personacon 적안왕 19.06.12 480
242872 유튜브 광고 없이 시청하는 방법 입니다. +5 Personacon 빨간몸빼 19.06.12 394
» 명 13대황제 만력제가 사기결혼 사건에 휘말린 사연 +7 Lv.41 태하(太河) 19.06.12 291
242870 빛-광-연 +3 Lv.96 19.06.12 271
242869 슬펐던 기억. +4 Lv.52 사마택 19.06.11 282
242868 혹시 이 소설 알고 계시는 분 있을까요? Lv.50 울새 19.06.11 382
242867 탁목조님 글은 언제나 읽기가 힘드네요 +2 Lv.99 검은연꽃 19.06.11 422
242866 차 사실려는 분 유의 +1 Lv.89 8walker 19.06.11 323
242865 모던 보이, 모던 걸. +3 Lv.52 사마택 19.06.10 200
242864 오버로드가 착각물이었군요 +8 Lv.5 dd68923 19.06.10 366
242863 요즘 AMD평가 어떤가요? +5 Lv.99 골드버그 19.06.10 237
242862 엉성한 스토리 vs 무매력 캐릭터 +24 Lv.52 데르데르곰 19.06.10 416
242861 카카오ㅍㅇㅈ 모 작품 이용권이 계속 쌓이네요. +16 Personacon 적안왕 19.06.10 413
242860 2020년 최고 기대작의 CG수준 +2 Lv.60 카힌 19.06.10 353
242859 이 스토리 어떠신가요 +6 Lv.30 수면드래곤 19.06.10 231
242858 문피아 이미지가 안 보이네요. +3 Lv.66 반송된편지 19.06.10 163
242857 '존 윅 3: 파라벨룸'... 외골수 킬러의 개인적 전쟁 +6 Personacon 윈드윙 19.06.10 205
242856 여러분은 판타지 그러니깐 중세물에서 한자어 사용에 대... +16 Lv.66 ck***** 19.06.10 311
242855 빙의러vs회귀러 시대를 앞서간 소설. +12 Lv.52 사마택 19.06.09 330
242854 작가들의 닉네임 세탁 종종 보이네요 +14 Lv.55 [탈퇴계정] 19.06.09 575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