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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9.08.14 03:16
조회
138
  (2) 태권브이.jpg
 많은 어린이 팬들의 마음을 훔쳤던 거대 히어로 로봇태권V
ⓒ 유프로덕션 , 시네마서비스


 
많은 이들은 나이에 따라, 해당 상황에 따라 영화의 취향이 바뀐다.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장르가 갑자기 식상해지는가 하면, 눈물 콧물 다 뺐던 영화가 언젠가 다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경우도 있다. 반면 예전에는 아무리 봐도 무슨 내용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됐던 작품이 갑자기 머리와 가슴으로 쏙쏙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상황, 나이 등에 따라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만화영화 에 열광했다. 독고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야구 시리즈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거대로봇이 주인공이 되는 만화영화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시선을 몽땅 빼앗겼던 기억이 난다.

<로봇태권V 수중 특공대> <황금날개> 1·2·3편, <달려라 마징가X>부터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 <우주전함 거북선> <로보트 킹> <혹성로보트 썬더A> <쏠라 원투쓰리> <슈퍼 태권V> < 84태권V >까지. 그리고 또 <스페이스 간담V> <태극소년 흰수리> <은하전설테라> <비디오 레인저007> <슈퍼타이탄15> <로보트군단과 메카3> <똘이와 제타로보트> 등 지금도 제목이 기억나는 작품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만큼 당시의 어린 나에게 로봇만화영화는 신세계 그 자체였다.

지방에 거주하는 관계로 주로 한참 지나서 늦게 개봉하는 작품이 대다수였지만 소극장에서 로봇만화영화를 방영한다 싶으면 일주일 전부터 부모님을 졸라 동전 몇 개를 힘들게 구해 들뜬 발걸음을 재촉하고는 했다. 국경일이나 명절이 기대되는 것도 혹시나 로봇만화영화를 TV에서 해줄까 하는 이유가 컸다.

아버지가 보시던 신문의 TV 방송 프로그램 안내를 꼼꼼하게 보고 또 보며 하나라도 정보를 놓칠세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재밋거리였다. 미술시간에는 친구들과 함께 로봇태권V 등 만화영화에서 봤던 로봇캐릭터를 그려가며 즐거워했다. 선생님이 "이 녀석들아, 또 로봇 그리냐"고 타박을 주실 때도 있었지만 온통 머릿속에 로봇밖에 없던 시절인지라 연필만 쥐고 있으면 로봇을 그리고 또 그렸다.

<태극소년 흰수리>가 <독수리 5형제>를, <쏠라 원투쓰리>가 <갓마즈>와 <썬발칸>을, <슈퍼타이탄15>가 <다이아라가XV>를, <스페이스 간담V>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본따는 등 사실상 당시 대다수 국내 로봇만화가 일본 작품을 흉내 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실망도 컸다.

하지만 이를 알리 없는 어린 시절에는 지구 혹은 더 나아가 우주의 평화를 지키려는 거대한 영웅들의 활약상이 그저 흥미롭기만 했다. 언젠가 나이를 먹어 능력을 갖게 되면 나 또한 저러한 로봇만화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수없이 해봤다.

실사와 만화가 혼합된 <외계에서 온 우뢰매> 시리즈의 주연배우 심형래가 당시에는 대통령보다도 더 높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는 로봇과 거기에 관련된 영웅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존재들이었다.
 

  (1) 동방불패.jpg
 90년대 무협영화 붐을 일으켰던 선두주자 <동방불패(東方不敗)>
ⓒ 스크린조이


 
로봇세계에서 무림으로, 학창시절을 지배한 무협영화
 
로봇만화에 대한 애정은 딱 초등학교 때까지였다. 다른 소재가 로봇을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무협'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동네형을 따라갔던 만화대본소에서 무협만화를 접했고 특유의 세계관과 액션신에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그래! 나도 이제 어린이가 아니야. 유치하게 로봇이 뭐야. 현실적으로 사람이 치고받는 액션을 봐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무협만화, 소설을 탐독했다. 이는 고등학교 때까지 학창시절 내내 이어졌다.

한창 무협에 대한 애정이 끓어 넘칠 무렵 서극 감독의 무협영화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모았고 자연스럽게 대세에 탑승했다. <소오강호(笑傲江湖)>를 통해 스타트를 끊었고 후속작 <동방불패(東方不敗)>를 통해 완전한 무협 영화광이 됐다.

두 작품의 실질적 주제가나 다름없는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가사를 벽에 붙여놓고 중국어 버전으로 따라 부를 정도였다. 정통무협영화는 아니었지만 왕조현을 국제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판타지물 <천녀유혼(?女幽魂)> 시리즈 역시 아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말 그대로 '무협 냄새'가 나는 작품이라면 닥치는 데로 봤다. <독고구검((獨孤九劍)>, <신유성호접검(新流星蝴蝶劍)>, <사조영웅전(射雕英雄傳)>,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 <전신(戰神)>, <백발마녀전(白?魔女?)>, <녹정기(鹿鼎記)>, <동사서독(東邪西毒)>, <서극의 칼(刀)>, <자객신전(刺客新傳)>, <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 <황비홍(黃飛鴻)>시리즈>, <태극권(太極拳)>, <철마류(鐵馬?)>, <방세옥(方世玉)>, <비각칠(飛脚七)>, <소림오조(少林五祖)> 등은 지금도 눈만 감으면 주요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유덕화, 왕조현 주연의 <무림지존(武林志尊)>, 원표, 장만옥의 <급동기협(急凍奇俠), 국내 출시명 청옥불>, 유덕화, 관지림의 <신조협려(神雕俠侶)> 같은 현대 배경 무협물도 신선했다. 특히 중국 무협물의 거장 김용 작가의 열렬한 팬이었던지라 그의 작품이 원작이 된 영화는 소설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현대물로 각색되었지만 특유의 색깔을 가져온 신조협려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사서독, 독고구검 같은 경우 캐릭터나 초식 정도만 빌렸을 뿐 원작과 차이가 너무 컸다. 닮은 구석을 일부러 찾아내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당시 김용표 무협소설의 인기는 엄청났던지라 나처럼 스스로 낚인 이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때는 로봇 만화영화를 보는 방법이 공휴일 등에 TV 앞에서 시간을 기다리거나 내가 살던 지방 소극장으로 매우 늦게 내려오는 작품을 보는 것밖에 없었다. 적어도 중학교 때까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시외버스를 타고 윗도시로 가서 개봉영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3) 사제출마.jpg
 성룡표 쿵푸영화는 명절날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민프로같은 존재였다.
ⓒ 조이앤클래식


 
물론 초등학교 때도 즐겼던 시대 활극물은 있었다. 이른바 쿵푸영화였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보다 더 강한 원수를 노력 끝에 격파하는 스토리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최고의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TV 등에서 쿵푸영화 재방송이 있는 날은 끝나기가 무섭게 친구들과 마당에 모여 각종 화려한 초식을 엉망진창으로 서로 나누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터에 친구들이 나와 동물 흉내를 내며 무술 장난을 치는 장면을 보면 '아차! TV에서 쿵푸영화를 했었구나'라고 바로 알 정도였다. 주로 청나라 시절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부모님·스승 등)을 해한 원수를 물리치는 스토리가 주종을 이뤘는데 이 가운데 다른 복잡한 스토리가 끼어들 겨를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심지어는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남녀간의 사랑도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쿵푸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원 관계 속에서 수련하고 복수하는 등 치고 받는 형식 위주였다.

<취권(醉拳)>, <소권괴초(笑拳怪招)>, <용권(龍拳)>, <사학팔보(蛇鶴八步)>, <권정(拳精)>, <사형도수(蛇形刀手)>, <사왕일후(四王一后)>, <사제출마(師弟出馬)> 등 한때 가장 잘 나갔던 성룡표 쿵푸영화 역시 내용 자체는 당시 다른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 모든 것이 도장으로 찍어낸 듯 상당수가 비슷한 패턴으로 일관했지만 그래도 팬들은 거기에 열광했다.

당시의 어린 우리들은 물론 삼촌, 부모님들까지 고르게 좋아했다. 추석 같은 때 TV에서 성룡의 쿵푸영화가 방영되면 온 식구(특히 남자 어른들)가 둘러앉아 함께 시청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같은 쿵푸영화는 뭔가 모두의 오락거리 같은 느낌이 강했던지라 매니아 수준으로 깊이 빠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로봇만화영화가 더 좋았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무협영화가 제1 관심장르였다. 혹자는 쿵푸영화나 무협영화가 뭐가 다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얼핏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점이 더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배경과 스토리 등 사이즈 자체가 다른 데다 촬영기법 역시 차이가 큰지라 뭐가 낫다를 떠나서 무협장르를 좋아하는 열성팬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강호무림을 동경하던 학창시절에는 더더욱 그랬다.

졸업 후 잠깐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다녀오던 시기를 거치며 무협에 대한 열정도 많이 사그라졌다. 학창시절과 달리 현실이 바쁘기도 했고 다른 장르 영화도 속속 눈에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무협장르 자체에 대한 애정을 잃은 것은 아닌지라 이후 시간이 흐른 후에 <영웅(英雄)>, <연인(十面埋伏)>, <와호장룡(臥虎藏龍)>, <쿵푸 허슬(Kung Fu Hustle)> 등을 통해 향수에 빠져들기도 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Comment ' 4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9.08.14 14:38
    No. 1

    상당히 흡사하십니다.
    단,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로봇만화 중에서 전 건담이 주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국산 로봇만화의 대부분이 흉내내기, 배끼기 등이었는데, 바꿔 말하면 수준이 매우 처참하게 좋지 않았다 라는 뜻이 됩니다. 태권브이가 메카디자인은 마징가제타를 흉내내긴 했지만 스토리는 나름 좋았는데, 이 외에 스페이스건담V 와 같은 경우 괴작이었습니다.제목은 건담 생긴건 마크로스의 발키리.... 내용도 처참했던 작품이 대부분....

    이러니 기동전사건담 을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고, 성룡영화가 나오면 학교 앞에 찾아온 극장표 더블 상영 홍보에 끌려 가보곤 했었습니다.

    무협소설은 초5때 시작, 중학생때 영웅문....영화로는 황비홍을 보았습니다.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지라 이쯤 적겠습니다만...오랜만에 추억의 작품명들을 보게 되서 반가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9.08.16 03:44
    No. 2

    추억의 공감은 언제나 반갑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윈드데빌改
    작성일
    19.08.14 16:34
    No. 3

    어릴때 스페이스간담V 보고 와 변신로봇이다! 했는데
    얼마 뒤 마크로스 방영하는거 보고
    스페이스 간담V가 떼거지로 나와? 하고 놀란 기억이 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9.08.16 03:45
    No. 4

    헉...^^ 그럴수도 있었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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