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시오노 나나미라는 역사가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쓴 책 중에 [로마이야기] 시리즈가 있죠. 한국에서도 베스트 셀러였습니다. 저는 안 읽고 있었는데, 로마의 왕정과 공화정에 대해서 궁금해서 읽기를 시도해 보다가, 엉뚱하게도 로마의 도로에 관한 부분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중에도 이 책을 읽은 분이 있으시리라 짐작합니다.
로마가 건국 초기에는 왕정이 이뤄졌습니다. 왕이 죽으면, 새 왕을 ‘뽑았습니다.’ 아들이 자동 승계하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제일 덕망이 높은 사람이 추천과 투표로 뽑히는 형태였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왕이 되려고 선거운동을 한 사람도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당선되기도 했죠... ㅎㅎㅎ 아무튼 이런 왕정이 7대인가 계속되었다가, 왕의 둘째 아들이 사고를 거하게 칩니다. 어떤 귀족 아가씨를 건드렸고, 이 아가씨는 자살하고, 약혼자였던 사람이 전쟁터에서 귀국하여 왕을 축출하고, 로마인들은 왕정을 폐지해 버립니다.
이 때부터 등장하는 게 2인 집정관 체제입니다. 1년마다 2명의 집정관을 선거로 뽑아서 로마의 정치를 맡기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로마가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는 시간에는 2인 체제로는 제대로 대응하기 힘듭니다. 의견이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전쟁을 할 때는 1명의 독재관이 정치와 전쟁을 맡았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2인 집정관 체제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원칙적으로 그렇게 했던 모양입니다.
집정관은 1년마다 선거로 뽑으니까, 장기적인 정책은 운용하기 어렵게 됩니다. 다음 집정관이 정책을 폐지해 버리게 될 수 있죠. 그런데 집정관 밑에서 일하는 고위 관료 중에는 ‘재무관’이라고 해서 임기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직책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재무관 중에 ‘아피우스’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하네요. 오늘 이 글의 주인공입니다.
아피우스 재무관이 주도하여 로마의 가도가 만들어집니다. 이 로마의 도로는 직선+평탄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는 2000년 전부터 KTX 수준의 고속도로를 놓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ㅋㅋㅋ 여러분도 KTX 노선을 종종 보셨을 텐데요, 높이를 맞추려고 높다란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도로를 건설한 것을 보셨을 겁니다. 로마의 아피우스 가도도 그러합니다. 심지어 이 도로에는 로마 특유의 도로 포장까지 합니다. 콘크리트 비슷한 도로 포장인데요, 2000년이 지났는데도 멀쩡히 남아 있는 신비한 도로입니다...
이렇게 신비한 도로를 만든 아피우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역사에서, 그 시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천재적인 인물로 2명을 손꼽았습니다. 한 사람은 아피우스이고, 다른 한 사람은 시저입니다. (케사르라고 읽어야 할까요?) 시저에 대한 부분은 읽지 않아서, 도대체 어떤 점이 그렇게 평가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중국판타지소설을 읽다가 문득 마음이 동해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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