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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의 도입부

작성자
Lv.11 게르의주인
작성
19.07.21 20:07
조회
305


시스템에 순응하면 편하다.


그들이 정해놓은 화살표를 따라 움직이고 그어놓은 선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보통 사람들, 그러니까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월급을 받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같은 괴물을 위한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눈 밖에 나면 나는 사냥 당할 것이다. 나는 역겨운 괴물이니까.


고로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운전대만 잡고 있다. 새벽 두 시에 군말없이 운전대를 잡고 모리시타 50번 도로를 고급 승용차로 달리고 있다 . 뒷자석에 열 세살 여자 아이가 타고 있어도 나는 얌전히 운전을 해야만 한다. 


여자 아이는 흔해빠진 도립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다. 가방에는 요즘 애들이 환장한다는 아이돌 굿즈가 달려 있다. 눈은 크고 맑으며 속눈썹은 짙다. 입술은 작고 붉으며 키는 그 또래만큼 작지만 팔다리가 유난히 길다. 특히 허리가 길다. 


또 한 명의 승객이 있다는 걸 빼먹었다. 도쿄도 도지사 유력 후보자 였다는 것만 말해둔다. 쉰이 넘어서도 자기 여성 취향을 바꾸지 못하는 상늙은이. 그 인간은 이런 미팅을 위해 마련한 3억 엔짜리 비밀 맨션까지 가는 시간도 침지 못하고 벌써부터 여자 아이의 상의를 벗기고 그 뱀처럼 긴 혓바닥으로 하얀 살걏을 누비고 있다. 


아이의 눈은 공포와 절망과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내 뒤통수를 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괴물이다. 말쑥한 검정 양복과 아르마니에서 파는 넥타이를 하고 있지만 겉 모습에 속지 말라. 나는 괴물이다. 그저 백미러로 지켜보며 시스템의 주인들 중에 하나가 만찬 전에 에피타이저를 즐기게 놔둘 뿐이다. 


그리고 상상한다. 저 아이가 오늘 아침 일어나 학교에 갈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방과 후에 친구들과 맛있는 케이크를 파는 가게에 갈 생각을 했을까? 학교 야구부 선배에게 드디어 용기내어 고백할 생각을 했을까? 시험 성적이 나오는 날이라 학교에 가기 싫었을까?


 고명한 정치인은 잡고 있던 소녀의 팔을 놔주고 자기 바지 지퍼를 내린다. 그리고 울음이 터지려는 소녀의 머리칼을 잡고 거칠게 아래 쪽으로 밀었다. “아빠를 생각해.” 단지 그 말 뿐이었다. 소녀는 울음을 터트리며 그대로 순응했다. 그리고 나는 잠깐 집에 혼자 놔두고 온 고양이를 생각했다.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더라? 3년 전 정도 되었을 것이다. 왼쪽 눈깔이 덜렁덜렁 튀어나오고 온 몸이 피투성이었다. 꼭 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나와 같았다. 놈은 하마쵸 공원 쓰레기 통에서 날카롭게 울고 있었고 드디어 내 손에 잡히자 앙칼지게 덜자란 그 송곳니로 엄지를 물어 뜯었다. 놈이 마음에 들었다. 그 어떤 생물에게도 애정이 없었던 괴물인 내가 놈을 사랑한 것이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놈은 내 사랑이 없어도 잘 살아갈 정도로 강하다. 내가 하루 이상 캔 뚜껑을 따주지 않으면 부엌 창문을 열고 나가 어딘가 가부쵸 뒷골목에서 수컷들과 교미해 자기랑 똑같이 생긴 새끼들을 까지를 것이다. 나는 놈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차를 시와나가 쪽으로 빠지는 작은 길에 세웠다. 그리고 맨션에 벌써 도착한 줄 착각한 고명하신 분의 멱살을 잡고 차 밖으로 끌어냈다. 소녀는 역겨운 걸 담느라 흘린 침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게 내가 시스템이 정한 선의 바깥으로 나간 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바깥으로 나간 날이다. 그 고명하시고 훌륭하신 분을 어떻게 했는지는 궁금하면 뉴스를 찾아 보라.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수 십년 전의 뉴스라도 몇초면 손바닥 위에 작은 걸로 다 찾아 볼 수 있는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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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다찌마와 식의 소설 도입부인데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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