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초 소생이 어린 나이에 무협세계에 입문하여 기라성 같은 작가분들의 걸작에 울고 웃으며 보낸 세월이 어언 40여 성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학교 땡땡이 치고 어두컴컴한 만화방에서 보낸 그시절, 부모님과 친척분들의 호된 꾸지람과 질책을 무릅쓰고 만났던 진청운선생과 와룡생선생의 작품들, 그 후 소슬, 운중악, 사마달, 검궁인, 금강, 좌백.... 이루 열거할 수 없는 훌륭한 작가분들이 제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습니다.
건강이 안좋다 보니 삶을 반추하는 시간들이 많아져서 어떤 작품들이 가장 재밋었고 감동을 주었나 추려보며, 그래서 “아! 저는 지금까지 12편의 불후의 명작을 만났습니다”라고 정리해보려 했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12편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저를 행복하게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고구마 맛탕이 지금까지 생각나듯이, 마웅(와룡생)과 낙성추혼(소슬)은 제게 그런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과 같은 작품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금강작가님의 작품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뇌정경혼이 좋습니다.
신륜혈비(검궁인)와 절대무존(사마달), 소수마후(사우림), 월락검주천미명(사마달/검궁인 공저) 정말 각 작가분의 선호작을 꼽기가 어렵네요.
저는 용대운작가는 마검패검을 좋아하고, 좌백작가, 이 분 작품 중에서는 대도오와 생사박 중 선택하기 정말 어려웠지만 그래도 대도오가 제 취향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90년대초 미국에서 지낼 때 금단증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중, 시카고 한인타운에서 만화카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이런 축복이 임하다니... 그때 만난 운중악작가의 용사팔황은 당시로는 보기 힘든 무협의 광대한 세계를 보여주었지요.
기분이 좋아 글이 길어지는데, 천산검로(장경), 궁귀검신(조돈형), 추혼수라(초우), 후예사일(오채지), 사마쌍협(월인), 백일강호(몽강호), 천룡무사(임홍준), 진가소전(임준욱), 몽검마도(송진용), 천룡장(유재용), 마법서생(장담), 소천전기(현민), 현월비화(류정민), 보검박도(한수오), 학사검전(최현우), 장강(윤하), 무림사계(한상운) 등등 너무나 재밋게 봤던 이 작품들 중에서 어찌 추릴 수 있을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묵향도 훌륭했지만 그 당시는 완전 순수 무협만을 파고들 때여서 망설여졌고, 명작 비뢰도 역시 취향 탓에.....
대부분 소장하고 있지만, 소수마후 만은 찾을 수 없네요. 신륜혈비는 중고서점에서 5권 한질을 180만원에 판매한다고 하여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휴일 저녁, 홀로 기분에 취해 횡설수설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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