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리니지니, 뮤를 할 때 한두번 해봤지만 솔직히 별 재미는 없었다. 친구들이 하니까 몇번 하게되었는데. 너무 따분해 보였다.
스무살이 되고 신검을 통해 군대갈 날짜만 받아 두고 친한 녀석들 한둘씩 군대가니 너무 심심했다.
군대 때문에 기초체력이라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헬스를 제법 열심히 꽤 오래했지만 시간이나 때울려고 했다.
그러다가 북미 게임을 우연히 인터넷 서핑중에 알게되서 힘들게 깔아서 해봤는데. 와아~ 풀 3d 삼인칭 모드인 것이다.
물론 그런류의 게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조악했고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
충격이었다.
똑같은 직사각형의 17인치 모니터지만 끽 해야 강물만 보던 촌놈이 바다를 처음 접한 기분이랄까. 맵이 무진장 넓었고 3인칭 시점이라 무언가 웅장한 기분이었다.
당시 한국은 마우스 하나로 모든게 되는 핵앤슬래쉬 위주라 조작법이 생소했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곧 적응했다. fps게임을 간간히 즐겼던지라 응용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때 탱커가 뭔지도 몰랐지만 번쩍거리는 갑옷과 무기들이 멋져 보여 택했다. 당시 퀘스트라는 개념도 몰라서 무작정 초보존 필드에서 거지 같은 탬을 두르며 만만해 보이는 녀석들을 신나게 잡고 있었는데.
띵~ 하고 작은 창이 하나 떴다.
주변에 어떤 녀석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파티 하실래요?”
무슨 소리지? 파티? 사냥하는데 왜 잔치를 하자는 거지? 정모라도 하자는 건가? 이렇게 갑자기?
“만나자는 건가요?”
“네? -_-”
“파티 하자면서요?”
“님 무슨 말씀인지? 같이 사냥 하자고요.”
그제야 눈 앞에 뜬 창과 녀석의 말이 절로 조합되면서 아, 무리 사냥인가? 아프리카 사자들처럼?
그렇게 얼떨결에 파티라는 요상한 것을 맺고 파티를 신청한 녀석의 주장 대로 사냥터를 옮겼다.
“님 저기, 저놈. 폴링요.”
“어떻게 하는 겁니까?”
“... 저기 보이는 못생긴 녀석 손도끼로 날려서 유인하세요.”
“네.”
그제서야 그런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키는 대로 손도끼를 날려서 유인했는데.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몹이 나만 때리고 이녀석들은 멀리서 혹은 뒤에서 때렸다. 지들은 친구들이고 난 혼자라고 따 시키니?
“저기요. 님들 저만 앞에서 두들기나요? 같이 싸우자면서.”
아, ㅠ..ㅠ 나중에 내가 내뱉은 말이 얼마나 병찐 같은 짓인지 당시 내가 우찌 알겠는가.
“탱커잖아요.”
“그게 뭔데요?”
“...방패와 칼로 앞에서 싸우는 거죠.”
“-_-;; 댁들... 님들도 지팡이랑 창이랑 도끼도 있잖아요. 그리고 망토랑 투구 모자도 썼는데. 나보다 더 걸쳤잖아요. 좀 치사하네. 방패 하나 들었다고. 난 투구도 없고 장갑이랑 망또도 없는데.”
“ㅡ.,ㅡ”
한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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