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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꿈.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
19.10.20 05:15
조회
113

 고된 하루가 끝났다. 남들이 보면 사람의 성격에 따라 비웃음을 사고 안타까움을 살수도 있는 삶이다.

 어떤 표현을 하던 공통된 인식은 밑바닥이다. 그렇게 몇년을 살았다. 그런데 인간은 적응이 동물임이 분명하다. 마음속으로는 빨리 벗어나야지. 사람답게 살아야지. 잠깐 하는거야. 산 입에 거미줄 칠 순 없잖아. 나만 그런것도 아니고. 대부분 그래.

 위안과 자기애.

 그렇다. 자존감이 있던 진중한에게는 지난날 자존감이 들끊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을 연료 삼아 미래지향적인 노력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를 보라.

 지금 처지에 분노도 안타까움도 없다. 그렇다고 만족도 없다. 무미건조하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하루 하루를 피곤에 쩌들어 산다. 그래도 늘상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달에 한번 큰맘 먹고 영화도 본 적도 있고. 맛있는 것도 먹고. 벼루던 게임도 구매도 한다. 몇개월에 한번 꼴이지만 나름 괜찮은 메이커 신발이나 옷따위를 산다.

 몇개월에 한번씩은 변화가에서 지인들과 만나서 화려한 조명이 번쩍 거리는 술집에서 그날 만큼은 진탕 마시기도 한다.

 미래를 짊어질 이 땅의 젊은이들이 처음 온라인을 통해서 헬조선, 헬조선 한지도 벌써 몇해가 지났고.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큰 사건이 있었지만. 희망이 한줌의 한숨으로 꺼져서 바뀐 것도, 나아진것도 없었던 세월. 아니, 세상이다.

 이러한 암울한 세태에 사회 및바닥 계층인 진중한이 그나마 처지를 잊고 나름의 사치를 가끔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비루할 정도로 명확하다.

 책임질 처자식은 커녕 미래를 약속할 애인도 없다. 지금보다 혈기왕성할 때도 가끔 나이트니, 클럽을 통해서 운 좋으면 홈런이 전부일 뿐.

 한가지 위안인 사실이은 진중한 뿐만 아니라 그가 알고 있는 대부분이 다 그렇다는 것다.

 이제 진중한에게는 꿈이 없다. 아니 본인은 있다고 간혹 되뇌이지만. 이건 종류가 다르다. 언제든지 틱장애가 될수도 있는 공허한 습관성 메아리일 뿐이다. 그리고 그날밤은 잠자리가 뒤숭숭해서 하이킥이나 퍽퍽 날리겠지.

 아직 만으로 삼십대 초반이라고, 아직 피부결이 쌩쌩하다고 화장실 거울 앞에 온갖 똥폼을 잡으며 스스로의 보호본능을 발동했지만. 진중한은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고 느꼈다.

 서른줄에 막 들어섰을 때는 괜찮았다. 체력도 외모도 처지지 않았다. 이십대 기분과 감성을 즐겼다.

 이젠 본인도 안다. 몇번의 부정을 끝으로 인지 했을 때는 그의 나이 36이다.

 삼십대 후반에 진입한 진중한은 이제 오히려 차분하다. 전처럼 이불킥도, 세상에 대한 분노도 스스로의 못남에 주눅들지도 않는다.

 현실에, 흐름에, 본인의 처지에 그저 몸을 맡기고 그에 맞추어 하루 하루를 숨쉴 뿐이다.

 그랬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꿈도 희망도 없는 노래가사 처럼 개똥벌레 같은 삶이었다.

 습관처럼 자기 전에 침대에서 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던 중간에 광고가 나왔고 수면 배개였으면 이젠 아재 체력이 된 진중한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틀후. 21세기 공식 산타인 택배아저씨가 무미건조한 표정과 말투로 그에게 종이 박스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날.

 수면 배개에 머리를 몇번 부비며 자정을 넘길 때까지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본인도 모르게 잠들었고 깨어났을 때.

  난생 처음 꿈속의 내용을 현실처럼 생생하게 기억해냈고 무미건조한 사십을 바라보는 노답 끝물 청년에게 엄청난 희열과 함께 삶의 에너지를 주었다.

 꿈이라고는 제대로 기억도 안나는 개꿈이 전부였던 그의 인생에도 이건 굉장히 신비롭고도 신명나는 일이 펼쳐졌다.

 늘상 낮잠 자는 시간이 최근 늘어나서 세월의 안타까움을 느낀 진중한은 잠이 최고의 오락이 되었다.

 진중한. 꿈이 없는 없는 현실에서 눈을 감고 꿈을 꾼다.

 어째든. 이 답없는 친구에게 묻고픈 말은 이거다.

 진중한 인마. 그래서 넌 지금 행복하니? 이, 좆 병신아.

 

 

 

 


Comment ' 3

  • 작성자
    Lv.71 타타르
    작성일
    19.10.20 05:28
    No. 1

    소설이지만 찝찝한 삶이네요. 직업이 문제가 아니라 원동력을 상실한 삶이라..
    p.s 유튜브 밴스드를 모르는 진중한은 아--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일
    19.10.20 05:31
    No. 2

    배개에 적실 눈무도 이미 말라 비틀어진 진중한은 진성 아재입죠. 간혹 놀러오셔서 싸난님께서 새치라도 뽑아줍쇼.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68 고지라가
    작성일
    19.10.20 07:05
    No. 3

    문득 강한 무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강한 사람이 있는 거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나라가 부강해져서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저도 종종 하지만, 미국, 유럽이라고 빈민과 취업난이 없겠어요? 아이들은 총 맞아 죽고, 테러당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죠. 중국, 일본이라고 천국 같겠습니까. 헬조선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건 정말 비겁한 말입니다.

    어쨌든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사는 삶은 굉장한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200개국이 있으면 170개국의 주민들은 한국인이 부러워 미칠지도 모르죠. 나머지 30개국은 고만고만하거나 일장일단이 있겠고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헬 조선이겠어요. 뜨뜻미지근하게 어쨌든 먹고는 살 수 있는 환경에서 하는 배부른 푸념이죠.

    영리하게 돈을 버는 것도, 에너지를 내는 것도, 개인의 역량인 거죠. 국가는 이미 해줄 만큼 해주고 있다고 봐요.

    찬성: 1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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