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그런 식으로 단순무식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이미 재미가 절반쯤 휘발됩니다. 예를 들어 "3류도 운이 따라 주면 2류를 이길 수도 있다." 같은 설명은 많이 등장하지만, 특히나 저런 설정 만드는 소설에서는 주인공을 제외하면 3류가 2류를 이기는 이변을 보여 주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우선 작가부터 머리속에 공식이 이미 들어 있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를 거의 만들어내질 못합니다. 일대일 대결이든 집단 전투든 시작하기도 전에 7, 8할 정도는 승부가 이미 끝나 있는 거예요.
반면 능숙한 작가분들은 등급을 적용하더라도 독, 기(奇)공, 주술 등등 등급 외적인 장치를 잘 활용해서 승부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듭니다. 예로 들기에는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군림천하에서 최근 파트에서 "흑도의 싸움을 보여주마" 하면서 화산파의 정예 인원이 길바닥 흑도 방파에 의해서 차례차례 주검이 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암습 따위를 당했다고 1류 무인이 3류 건달들에게 떼거지로 당한 거예요. 그야말로 이런 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무림이다-를 보여주는, 1류 2류 절정 초절정 놀이하는 무림에서는 나올 수 없는 멋진 장면 아닐런지.
맨손무술, 검도 와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고 할 정도로 다릅니다.
우선 내공의 질적 양적 문제가 큰 변수고, 현대와는 달리 사용하는 무기의 양도 다르며, 그 무기에 내공을 실어 사용하게 되면 또 그 변수의 폭은 굉장히 커집니다.
예를 들어 일류무사는 이류무사 십여명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은 것이며, 한 문파에 일류무사가 몇명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라는 식의 글이 많습니다. 거기에 절정고수는 한 지역에도 얼마 없다는 식으로 나오죠.
무협의 묘미 중에 하나는 무공의 특성이 갖는 재미입니다. 이 재미를 등급제가 갉아 먹고 있는 셈입니다. 온갖 독특하고 독창적인 무공을 만들어 내어 보여주는 그 재미가 없다 이말이죠.
앞서의 글에서 적은바 처럼 최심장을 익힌 고수는 동일한 내공수위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하기 까다롭습니다. 최심장에 스치기만해도 혈류가 불안해지고 들뜷어 내공을 끌어올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최대한 접근하지 않고 거리를 두어가며 상대해야 하죠.(제가 상상하는 설정임). 이때 이 최심장의 고수의 내공수위가 40년이라고 가정하면, 1갑자의 고수가 와도 쉽사리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30년내공을 가졌지만 질적으로 정순하여 안정적으로 신법히 표홀하여 치고 빠지는데 있어서도 두르러진 자가 나타나 구원해 주는데, 그가 없었다면 최심장의 고수와 상대하는 일행이 모두 곤란에 처했을 것이다 라는 식의 내용전개는 등급제에선 어렵습니다.
왜냐면 같은 등급내에서는 어느정도 변수가 통하게 하는 소설은 많아도 등급이 다르면 통하지 않습니다. 등급이 다른데도 통하면 그게 또 설정 파괴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전의 변수를 중간중간 벽으로 막아놓은 느낌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이 변수가 벽을 뚫고 왔다 갔다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주로 내공위주로 등급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라면 사실상 촌각도 버티기 힘들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재미가 없죠.
등급제에선 아마 양과가 금륜법왕을 아마 잠시도 상대할 수 없을 겁니다. 당시 양과의 표홀하고 경쾌하고 기기묘묘한 옥녀소심검법의 특징을 발휘할 기회자체가 박탈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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