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별로 관계없을지도 모르지만,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에 유저들이 했던 항의가 생각나네요. 게임성은 떨어지고 지나친 캐쉬유도와 상술이 화제가 되자 익명의 개발자가 그에 답했던 사건이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먹고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진짜 기발하고 게임성 좋고 캐쉬 덜 들게 하는 작품은 투자유치가 안되고 수익이 떨어져서 개발 도중에 좌절한다나요. 게임은 단체가 만들고 소설은 개인이 쓰지만, 어쩐지 맥이 닿아있다고 생각되네요.
개인이 쓰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일부러 대세를 따라 쓴다는 말을... 반은 동의하고 반은 반대합니다. 동의는 말 그대로 생존의 절실함을 알기에 합니다. 아니면 정말 가볍게 용돈이나 벌자는 심정으로 슥슥 써나가는 천재들도 있을 수 있고요. 혹은 지금의 대세가 정말 자신이 쓰고 싶었던 작품이라는, 천혜의 운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정말 쓰고 싶은 작품이 따로 있는데도, 젊고 사지 멀쩡한데 '글 써서 먹고 산다'는 욕심에 억지로 매달리면서 대세에 맞춰 쓰는 사람...은 없겠죠? 만에 하나 그런 사람이 실존한다면, 저명한 비평 사이트나 리뷰어가 아무리 질 좋은 비평을 때려넣어도 그만둘 것 같진 않습니다.
작가, 독자, 출판사, 시장...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을지도 모르고,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지금의 상태라도 유지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봅니다.
좋은 비평과 그것의 공유는 멋진 발상입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쓰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욕심 때문에 쓰는 사람도 그런 비평을 받아들이고 즉각 적용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웹툰, 영화, 게임, 모바일등 소설과 비슷한 여가활용의 대체재는 풍부하고, 수요자는 쉽게 이탈할 겁니다. 반대로 쉽게 회귀할 수도 있겠지요. 어찌보면 정말 아슬아슬하고, 다르게 보면 정말 자유로운 시대에서 소설만이 가지는 강점, '비평과 수용'은 아직까진 양날의 검처럼 생각됩니다.
어떤 시장이든 비평을 두려워해서 그것을 회피하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잘 쓴 작품들은 공신력 있는 비평에서도 충분히 고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원래 작품성이 높은데다 제대로 검증까지 받았다는 의미이니 훨씬 확고하게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체재로의 수요자 이탈 우려는, 웹 소설이라는 매체만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의 노력으로 스스로 극복해야나갈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의 경쟁력과 자생력은 알아서 갖춰야겠지요. 지금같은 상황에서 비평 문화가 조금이라도 빨리 자리잡지 못하면 장르문학계 전반의 질적 붕괴는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말 것입니다.
1. 본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그렇게 '베껴쓰고 질이 떨어지는' 글들을 독자들이 외면해버리면 그 글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입니다. 그런 현상이 일반화되면 작가들도 '아 대세물이라고 너무 쉽게 덤벼들게 아니구나'하고 좀 더 진지하게 집필에 들어가게 되겠지요. 여기에 현 웹소설 업계 전반에 만연한 아이디어 도용 및 표절에 대한 법적 제재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는 것 또한 병행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2. 확실히 문피아 감상/비평란 규정은 제가 봐도 뭔가 억지스러운 내용이 없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자기 서재에 따로 비평을 올리시는 분들도 종종 봤습니다. 굳이 공식적인 비평게시판을 이용하는게 아니더라도, 유저들 사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객관적이고 냉철한 비평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면 비평 문화가 일상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본문에서 이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작가들에게도 있다고 먼저 언급드렸습니다. 그렇지만 순전히 작가들만의 잘못만 있는가? 그 점에 대해서 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뻔히 질이 떨어지는 글인데도 그 글이 살아남게 방기한 독자들에게도 책임이 아주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어보입니다.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면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때 소비자인 독자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행위가 '저급하고 식상한 작품에 대한 불매'이기 때문에 본문에서처럼 얘기드린 것입니다. 물론, 100% 독자들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 또한 절대 아닙니다. 위에 있는 다른 댓글에서도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사실 모두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고, 상황을 개선시키려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합니다. 물론 쉽지 않고, 시일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PS) 초반에는 잘쓰다가 중간에 날림으로 글쓰거나 연중 => 바로 이때 끊어버리면 됩니다. 동시에 이런 짓을 1-2번도 아니고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무책임한 작가의 경우 공신력있는 비평을 통해 그 위험성(?)을 독자들 사이에서 공유하도록 해야겠지요. 제가 비평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엔 이런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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