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국민학교 1학년이던 시절 고향 경남 하동군 하동읍은 태풍으로 인한 폭우로 침수되었습니다. 섬진강변에 집이 있던 친구들은 홍수로 집이 떠내려가거나 물에 잠겼죠... 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니, 정부에서 홍수 피해자에 대해서 새 공책과 책을 지원했습니다. 이 때만 해도 나라 전체가 가난하던 시절이라서, 저는 그 새 공책이 무척 부럽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그런 부러움이 있었는데, 그 뒤로 해마다 이 부러움을 부끄럽다고 생각했습니다.
1979년에도 태풍으로 인해서 홍수가 나고, 하동읍 시가지의 일부가 침수되었습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100미터 앞이 잘 안 보일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이틀간 720mm인가 되는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하동의 연간 강우량이 1300mm 정도 되는데, 절반이 이틀만에 내린 겁니다... ㄷㄷ 비가 그치고, 침수된 하동읍 시장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상점의 상품을 꺼내고, 치우고, ......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소와 돼지가 둥둥 떠다니고, 사람들은 나룻배를 타고서 구조를 하기도 했답니다.
그 뒤로도 하동의 홍수(침수)는 가끔 발생했습니다. 또 홍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흙탕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수준으로 강물이 불어나기도 했죠. 하동읍에는 송림과 백사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백사장이 흙과 자갈과 각종 쓰레기도 덮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홍수와 관련된 여러 가지 경험과 기억이 있습니다만, 더 쓰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홍수에도 관심이 있고, 화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다 이런저런 경험 때문에 생긴 관심이죠.
서울에서도 여름이 되면 종종 비 피해가 발생합니다. 일부 도로가 침수되어 교통이 통제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죠. 지금까지 30년 정도를 서울 강남과 서초에서 살았는데, 어제처럼 대단한 폭우과 천둥은 2번 겪은 것 같습니다. 선협소설을 읽은 분들이라면 ‘도겁’이라고 해서 벼락이 수도자를 계속 공격하는 현상을 아실 텐데, 어젯밤 벼락이 바로 그런 현상이었죠...
하도 벼락이 많이 떨어져서 놀라 밖을 바라 보니, 도로에는 물이 빠르게 흐르고, 앞집 빌라 주차장은 물이 차서 자칫하면 차량 침수가 일어나겠더라고요.... 새벽에 또 보니, 옆집 빌라의 사람들이 양수기로 지하주차장의 물을 빼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양수기를 잘 보고 있어야 된다고 하네요. 물이 다 빠지고 양수기가 헛돌게 되면 타 버린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동네 고급 아파트 한 곳은 주차장이 지하로 비스듬하게 내려가게 만들어져 있는데, 여지 없이 침수되었고, 이 차량들이 밖의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고 있네요... 교대역 사거리를 지나는데 보니까 차량이 2차선에 그냥 서 있습니다. 3차선 길가로 대 놓지 않고, 그냥 2차선에 세워 놓고 차량 주인은 없어요... 이런 상황은 처음 봤습니다. 어느 아파트들은 엘리베이터가 침수되어 사용이 중지되었습니다... 강남역 부근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 사옥도 침수되었을 겁니다... 여기는 역삼동 쪽에서 물이 흘러내려서 모이는 지역이라서 비가 많이 내리기만 하면 침수되는 지역이거든요. 뉴스 기사에는 진흥아파트가 침수되었다고 기사가 조금 나오더군요... 비싼 외제차들이 많은데, 침수되면 한 방에 고철된다고 하지요...
이런 비 피해가 발생해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해결법은 별로 없습니다. 판타지소설에서처럼 비구름을 다른 데로 이동시킬 수도 없고 말입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시국에 이런 비 피해까지 발생해서, 비록 제가 피해를 본 것은 아닐지라도 기분이 많이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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