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제가 저 말을 봤을때 놀랐던점이 글을 직접 쓴 작가가 독자보다 위에서 글에 대해 말할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텍스트로 일단 내어 놓았다면 그이후에는 작가도 그냥 한명의 독자가 되는것과 그닥 다를것이 없다는 거지요. 틀렸네 맞았네 왈가왈부 할수도 없습니다. 여러사람의 의견을 종합할수는 잇겠지요
작가든 독자든 스스로의 의견이 하나의 의견이 될수는 있습니다만 작가가 말한것조차 옳다고 할수가 없습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란물이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고 말하기 매우 힘들었겠죠. 독자와 작품의 상호작용에서 그만큼 많이 음란물로 보았다면 무시할수 없었을겁니다.
해석에대해서만 적용이 된다고 해도 팔란티어를 게임판타지라고 해석했다고 여긴다면 충분히 적용되지 않을까요?
아뇨. 작가는 충분히 글에 대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제 표현이 아예 글러먹지 않은 이상 작가의 주장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죠.
다만 독자 개인의 감상에 대해 간섭할 수 없을 뿐입니다.
독자의 감상이 저작물의 성격을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음란물을 5세 미만의 아동에게 틀어줄 경우, 그리고 이 작품은 '5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대상 계층은 해당 작품을 음란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음란물이 아니다' 라는 주장을 펼칠 경우 이에 대해 반박할 수가 없게 됩니다.
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 갑자기 게임 판타지 논란에 끌려갔는가를 생각해보면 작가가 감수할 부분은 없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안 그래도 이 논란 때문에, 개정판 '팔란티어' 에서는 '판타지' 라는 글자가 아예 빠져버렸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판타지조차 아니었습니다. 단지 판타지를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에서 나왔기 때문에 '판타지' 라는 글자를 붙여서 나왔던 거죠.
그리고 팔란티어라는 이름으로 개정판을 낼 땐 정체성을 찾겠다는 일념 하에 '스릴러' 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내놓았습니다. 브랜드 또한 '추리/호러/스릴러' 브랜드로 출간했고요.
왜 이런말이 논란이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본문제목은 원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으면 그 해석은 대중의 몫'이라는 말이 원전인걸로 알고있습니다
그게 소설장르나 다른 세부장르로 가면서 조금씩 변형된거죠(원래는 르네상스시대 회화가 원조라고 듣기도 했는데 정확히는 ...)
하여간 (장르를 불문하고)작품에 대한 평가나 해석은 결국 소비자가 할수 밖에 없습니다
작가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글을 쓰더라도 돈을 내야할 소비자가 좋게안본다면 의미가 없는거고 작가의 역량부족인겁니다
작가의 생각이 작품에 드러나지 않았다는것(독자가 이해를 못한다는것)은 결국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것에 실패했다는것이니까요
그렇기에 작가는 평론이나 감상에 대해 벙어리가 될수 밖에 없는거고요
물론 사후에 작품이 인정받아서 대중에 소비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도 결국 작가가 당시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했고 후대 다른 분위기의 대중문화가 작품을 재해석 했기에 가능 했던거니 결국 같은 소리겠지요
물론 현대에 와서는 일부러 이걸 즐기는 예술가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그들만의 속사정이다보니 대중으로써는 알기 힘들고 그냥 넘어가는거고...
뭐 예외적으로 '대중따위는 개나 줘'라고 마이웨이를 가는 작가들도 꽤 있습니다만 이런사람들이 생전에 '예술가'소리를 듣기에는 좀 어렵겠죠
작가의 역량부족이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수 독자가 작가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판타지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글이라면 작가 입장에선 실패한 작품 아닌가요?
아래 다른 글에도 댓글을 붙여놨지만 살짝 카레향만 나는 요리를 만드려다 카레가루가 과도하게 들어가서 카레맛밖에 안나고 다수의 손님도 카레라고 생각했다면 이 요리를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또 훌륭한 스릴러 소설 운운도 작가가 스릴러로 여겨달라 했기에 작가를 추종하는 독자들이 스릴러라는 관점에서 다시 작품을 읽어보니 스릴러라는 장르로서도 훌륭한 작품이다 생각했을 뿐 처음부터 이 작품이 스릴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사람이 다수였다면 처음부터 해당 작품의 분류가 뭐냐는 논쟁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죠.
애초에 '판타지' 조차 아닙니다.(...) 앞에서 말했듯 판타지를 취급하는 브랜드에서 출간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겼던 거죠.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에서, '게임' 이라는 소재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서만 활용됩니다. 사건의 전모를 엮어나가는 도구일 뿐이죠.
게임 속의 인격인 보로미어는 여타 게임 판타지라 분류되는 글들의 게임 속 캐릭터와는 전혀 성격이 다릅니다. 이는 해당 작품의 구조를 분석하면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며,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게임' 이라는 것이 사건의 주요 배경이 아닌 도구로서 활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지면 할애 비율은 높지만요.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가상 현실에서의 인격' 을 다루고 있을 뿐, '게임 속에서의 캐릭터의 삶' 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보로미어는 어디까지나 '가상 현실에서의 인격' 으로 기능하므로, '게임 속 캐릭터의 삶을 통한 대리만족' 과 '게임을 통해 현실의 장애를 극복한다' 라는 공통 분모로 묶이는 게임 판타지와는 전혀 별개의 카테고리로 나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작가든 독자든 정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되는 것이지, 그 기준에 맞지 않는 분류를 한다면, 작가든 독자든 틀린다고 생각합니다. 즉, 분류의 기준을 세우고 어떤 작품의 분류가 기준에 합당한지 안한지만 문제라는 것이지, 누가 분류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서 작가도 자기 작품을 기준에 맞지 않는 분류를 해서 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SF스릴러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네요. 백린님 말이 옳다면, 이것도 SF이거나 스릴러 둘 중 하나 여야 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SF와 스릴러는 전혀 상호배제되는 개념이 아니므로 SF스릴러라는 말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SF라는 분류는 작품의 소재와 배경에 의한 분류이며, 스릴러라는 분류는 작품의 목적(과 그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플롯의 형식)에 의한 분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SF 중에도 스릴러가 있을 수 있고, 개그 유머도 있을 수가 있으며, 무협 중에도 스릴러나 개그 유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판타지도 SF나 마찬가지의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죠.
옥스타에서 게임이 배경이 되는 것은 절반도 안되고, 그냥 현대의 실생활이 진짜 배경이라고 반박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소설의 첫 부분에 보면 서울의 현대 어느 거리에서 살인이 일어나는데 수 년간 검도연습을 한 검법 고수의 솜씨라고 합니다. 범인은 바로 잡혔지만, 아주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파고 들었더니, 게임과의 연관성이 나오고 주인공은 수사를 위해 게임에 접속하고 게임에서 어떤 여자캐릭터를 만나고... 마지막에 밝혀진 것은 게임속에서 만난 여자가 게임을 이용하여 살인의 지시를 내리고, 이용을 당한 남자는 게임 속에서 익힌 검술이 현실에서의 능력으로 발현되어 살인을 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그 소설에서 게임을 제외하고 나면 소설의 스토리 자체가 구성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게임판타지가 아니라고 작가가 주장한다"는 말만 반복하신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제 생각에 옥스타는 소재와 배경에 의한 분류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되, 많은 부분 주인공이 게임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게임의 경험을 하는 상황을 묘사했으며, 플롯을 구성하는 주요 장치로 쓰고 있으므로, 게임판타지(엄밀하게는 "게으른 영주"와 달리 현대게임판타지)로 불리는 것이 타당하다 보이며, 소설의 목적에 의한 분류는 스릴러 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이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도구로 활용되었고, 그것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부정할 생각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죠.(...)
문제는 '게임을 소재로 쓴 스릴러' 이냐 '게임 판타지냐' 라는 점일 겁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1.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되었나.
1 - 1. 규명되었다면? -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 해당 장르의 성격에 부합하는가.
1 - 2. 규명되지 않았다면? -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게임 판타지로 분류되는 여타의 작품군들의 공통분모(주제 및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2.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에서 게임이라는 소재는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
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1 번을 보면
1 - 1 의 입장에서 보려고 할 때, '게임 판타지' 라는 장르의 성격은 아직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1 - 2 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데요.
앞서 말했듯, '게임 판타지' 로 불리는 여타 소설들은 '게임 속 캐릭터의 삶을 통한 대리만족' 과 '게임을 통해 현실의 장애를 극복한다' 라는 주제 및 구조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위의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게임 판타지' 라 불리는 소설들과의 공통점은 '소재로 게임이 활용되었다' 밖에 없죠.
더군다나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판타지조차 아닙니다.(...)
2번을 고려해보면 이는 더 명확해집니다.
여타 '게임 판타지' 에서, 게임은 '현실 극복 도구' 혹은 '현실 극복의 장' 으로 활용됩니다. 그러나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에서, 게임은 '사건' 을 일으키기 위한 '도구' 로 활용됩니다. 게임 속 보로미어의 모습과 행동은 현실과의 대비를 보여주기 위한 배경적 요소일 뿐, '현실을 극복한다' 라는 구조에서는 완전히 벗어나 있죠.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게임을 소재로 사용한 스릴러 소설' 은 맞지만 '게임 판타지'로는 분류할 수 없습니다.
작가와 출판사가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을 게임판타지라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압니다.(예전 인터뷰 기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찾을 수 없네요. 때문에, 작가와 출판사 입장은 기억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위의 두분 논쟁은 게임판타지를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입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보여지네요.
게임판타지는 판타지가 아니라 SF로 분류해야 맞고, 게임판타지의 장르적 특성은 대리만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스페이스' 라는 공간적 개념으로 분류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발달된 과학기술이 만들어내는 그림이 판타지의 모양을 하고 있을 뿐이지 그것을 일반적 판타지의 개념에 끼워맞추려고 하니 생기는 문제죠.
통상적 개념에서 전 옥스타가 게임판타지가 맞다고 보고, 게임판타지 스릴러, 스릴러 게임판타지, SF스릴러, 뭐 어떻게든 불러도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왜 옥스타가 게임판타지가 아니어야 하는지부터 저는 이해가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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